고양이는 다른 반려동물과 다르다. 개들은 인간에게 의지하고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지만 고양이들은 동물이 가진 야생성을 그대로 가지고 살면서 그냥 인간을 조력자 혹은 집사 정도로 대한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라는 소설은 인생의 고비를 맞은 한 여성의 힐링 피드백이기도 하며 동물들과의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인류학자인 아버의 영향으로 인간의 삶에서 '웃음'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잘 알고 있다는 작가 에두아르도 하우레기의 소설은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수많은 사람들도 동물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온갖 동물 프로에서 위기에 처한 개와 고양이를 구해주는 것으로 안도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위기지만 동물의 관점에서 볼 때 삶의 한 방식이지 않을까. 동물들이 바라본 인간의 삶은 무척 이상해 보일 수 있다. 10여 년이나 함께한 남자가 2년 전부터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좌절하게 된다. 때마침 등장한 고양이 시빌은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난 이제야 내 희망과 꿈이 정말로 무엇이었는지 직시하게 되었다. 신도 마법도 없는 어두운 하늘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 위에 비를 뿌려대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비는 올 때가 되어서 오는 거였다. 시간이 지나면 늙고, 고통받고, 울고, 패배하고, 죽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사가 짧고 조악한 거다. 그렇다고 삶이 우리를 배신했으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저 내가 지금껏 사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날 속인 건 나 자신이었다." - p158
소설 속의 시빌이 말한 것처럼 상당수의 사람들은 사회의 본질에 혹은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한다. 애써 감추어두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날 때 외면하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더 큰 충격에 휩싸인다.
시빌은 커튼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확 튀어나오며 말했다.
"사랑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찾을 수도 없어. 그리고 사실 사랑은 찾아내야 하는 그 무엇도 아니야." 고양이는 다시 내게로 와서 내 태블릿 컴퓨터 냄새를 맡았다.
"이런 걸 들여다봐야 소용없어. 무엇보다도 이 냉랭하고 딱딱한 물건을 보는 게 제일 나빠. 사랑은 네가 연습해야 하는 거야. 사랑은 기술이니까."
....
"너조차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어. 너도 너를 못 믿는데 어떻게 네가 찾는 사이 너를 믿어주겠니." - p 255
책의 끝장을 덮고 소설 속의 주인공이 작가가 되기를 원했던 것처럼 필자 역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행복은 소리 없이 곁에 다가온 느긋한 고양이 같은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내 삶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큰 행복과 편안한 삶이 다가올지 모른다. 가득 차 있는 곳에는 무언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 비워져야 다시 채워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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