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깨인 생각, 바뀌는 세상

자주 책을 읽지만 소설은 일반 인문학보다 읽는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읽어야지 하면서 손을 못댔던 책을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정독했다. 해야되는 일에 치여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을 2시간 이상 내본적이 없는데 베트남까지 가는 5시간은 생각보다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고요한 밤의눈이라는 책은 빠르게 속독으로 읽기 보다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읽고 싶었다.  특히 소설가로서의 삶을 다루고 있기에 조금더 관심이 갔던것도 사실이다. 습작으로 소설을 쓰고 있지만 전업 소설가로서의 궁핖함을 견뎌낼 자신은 없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소박한(?)생각도 하지만 그러기에 너무 솔직한 편이다.  

이 소설은 살기 힘든 현실을 말하는것 같으면서도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그런 느낌도든다. 소설속의 주인공 X, B, D, Y, Z는 한국사회의 특정계층을 대변하는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그림자같은 존재같기도하다. 

책의 앞부분은 뻔하디 뻔한 스파이의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부터는 사회의 문제를 묘한 방식으로 풀어놓고 있다는것을 알게된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 69권에 이런 구절이 있다.  대체로 일반 백성은 상대방우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 많으면서 몸을 낮추고 백 배 많으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 많으면 그 사람 노예가 된다.  그것이 사물의 이치이다. 

사마천이 말한것은 사회가 부조리할수록 사람들이 물질외에 다른가치를 모를수록 진리처럼 동작한다. 기득권은 적게 일하고 훨씬 많이 가져가고 없는자들은 쉴새 없이 일하고 어처구니 없을 만큼 적게 가져간다. 소수의 지식인이 아니라고 하면 무지한 자들에게 얼마 안되는 돈을 쥐어주면서 병풍역할을 시킨다. 무지한 이들은 옳고 그름의 판단이 없다. 사마천의 말처럼 노예가 되는것이 맞으니끼. 

소설속에서는 자주 점, 선, 면을 언급한다.  저자는 점을 장악하는 것, 그 점을 잇는 선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면을 이해하는 것이 스파이의 재능이라고 했다. 필자는 점선면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실은 점이며 자기 자신이다. 선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이며 괴거의 낯설은 나와 미래의 알수 없는 나를 의미한다. 면은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그려진 잭슨 폴락의 작품같이 그려진 인생 그림이다. 

멋진 혹은 성공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소설은 냉소적인 색채가 적지않게 묻어있다. 사람사이의 괸계에서 따뜻할것이라고 믿는 모든 관계는 의심되어지고 끊임없이 가치를 재평가 한다. 

최근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처럼 인물들은 끊임 없이 거짓을 진실이라고 포장했다. 세상일은 도미노와 같아서 조각 하나가 전체를 무너뜨리듯 환상을 깨고 거짓된 진실이 드러나게 만들때가 있다. 최근에 벌어진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대표적 사례를 보고 있다. 

사람도 동물이다.  본능적으로 삶에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를 안다. 떨어진 최저 출산율은 한국사회가 희망없는 미래사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중 하나다. 책에는 그런 내용이 적지않게 드러난다. 

"나 하나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멈출까. 나 하나 이런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고 나혼자만 죽게 될 뿐이다고. 억울하지만 더 억울해지기 싫다. 어떤 방법으로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게되면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마키아벨리 군주론에서 지도자를 그 능력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부류는 무슨일이든 스스로 이해하고, 둘째 분류는 다른사람이 설명해주어야 이해하며, 셋째는 스스로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남이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하길 멈추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책을 읽는것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다. 운동하지 않고 근육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듯이 읽지 않고 생각이 깊어질수는 없다. 생각없이 살아도 좋다 대신 침묵하면서 그들의 편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도 영원히 깨닫지 못할것이다.  

잠시 사회를 돌아보며 사라져가는 기억과 양심, 진실을 잠시나마 공유하고 싶다면 이 책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