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미술관을 가기는 하지만 미술적 소양의 깊은 편은 아니다. 한 해에 미술과 관련된 책은 5~6권정도 읽는 정도에 불과해 전체적인 독서량에 비하면 4%가 채되지도 않는다. 그것만으로 그림을 평가하고 남다르게 해석할만한 소양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번에 접한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기행은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게 해준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면서도 그 즐거움에 미술을 집어넣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일본에 이렇게 많은 서양작품이 많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다. 유럽이나 미국을 가야 만나볼 수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일본 전역에 이렇게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의외이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의 남다른 예술 사랑과 공유하려는 기업가의 마인드가 부럽기까지 했다.
한국 역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미술관들이 있지만 지극히 사적으로 운영이 된다. 그리고 재산증식의 수단이지 작품들을 대중들과 같이 향유하겠다는 마인드는 거의 없다. 한국 사람들의 미술적 소양이 너무 부족하다고 단적으로 판단해버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책임감 결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문화재도 약탈을 해가긴 했지만 서양의 작품들은 대부분 제돈을 주고 구입해왔다. 로댕, 부르델, 모네, 고흐, 르누아르, 지오토, 그레코, 루벤스, 피카소, 미로, 폴록, 부셰, 프라고나르, 세잔, 렘브란드, 홀바인, 뒤러, 아만 장, 고갱, 폴 세잔, 폴 시냐크, 피에르 보나르, 마네, 밀레, 귀스타브 모로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장들의 작품이 일본 전역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가나 기업가의 후원을 받은 수집가가 수집했던 시기를 보면 메이지 유신 이후로 산업화 되면서 확보된 자본력과 1905년 러일전쟁 이후로 강력해진 그들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수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심장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우에노 공원 근처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했다. 그곳에 소장된 미술품은 가와사키 조선소 사장이었던 마츠카타 코지로가 모았던 작품이 기반이 되었는데 인상파 작품뿐만이 아니라, 바로크 시대의 회화, 르네상스 시대, 독일, 네덜란드 작가의 작품까지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 스페인의 가우디 작품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처럼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국립서양미술관을 유네스크 문화유산으로 신청하였으나 지정되지 않았다. 일본은 그 어느나라보다 세계유산 등록에 열심인 나라로 최근 한국 강제 징용의 상징이었던 군함도를 신청하여 한국에서만(?)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미술관
생각해보자 부여나 강릉, 여수같은 곳에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이 개관된다면 어떻게 될까. 안타깝지만 생각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혼슈에서 시코쿠로 넘어가는 관문에 있는 구라시키는 작은 도시이다. 그러나 그곳은 1969년 일본에서 최초로 미관지구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 있는 오하라 미술관은 1930년에 구라시키를 기반으로 활약한 실업가 오하라 마고사부로가 화가 고지라 토라지로의 사후에 그를 기념하여 만든 곳이라고 한다. 일본이 군국주의에 매몰되기 시작한 그때 미술관을 열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시기상으로도 상당히 앞서 있다. 토라지로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도코미술학교에서 조기 졸업을 한 고지마는 유럽 유학을 다녀온 사람으로 여러 작품을 남겼지만 1929년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온천과 미술관의 조화
도쿄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온천 여행지로 알려진 하코네에는 폴라미술관이 있다. 폴라-오르비스그룹의 소유주 스즈키 츠네시가 약 40년에 걸쳐 수집한 9,500점의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2002년 9월에 개관한 곳이다. 자연을 아끼기로 유명한 일본 사람들을 설득하여 만들어진 폴라 미술관은 자연과 조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일본걱축학회상, 무라노 토고상등 건축계에서 잘 지어진 건축물로 평가받은 그곳에는 모네, 르누아르, 고흐, 고갱, 쇠라, 피카소, 마티스, 로댕등의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온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소양을 쌓고 올만한 곳이다.
마네, 드가, 르누아르
마네는 여자를 싫어해서 거의 그리지 않았고, 드가는 여자를 정확하게 그렸으며 사진의 작품 '믈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처럼 르누아르는 여자를 가장 사랑스럽게 그렸다고 한다.
힐링하며 걷고 작품을 감상하고 음식을 즐기다.
하코네라는 곳이 워낙 원시 자연림이 잘 갖추어진 곳이기 때문에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온천도 있어서 휴양도 할 수 있으며 폴라미술관에서 다양한 거장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폴라미술관 1층에 위치한 식당 아레이에서는 일본에서 맛보는 괜찮은 유럽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조각공원의 품격을 높이다.
한국에도 전국에 수많은 조각공원이 있다.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나무좀 있고 잔디밭이 깔려 있으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에 고만고만한 조각들이 위치해 있다. 하코네 조각의 숲은 공원을 만들고 미술관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초기부터 미술관을 휴양 컨셉으로 조성한 곳이다. 축구장 약 30개 넓이의 부지에 로댕, 부르델, 헨리 무어, 나옴 가보, 앤서니 곰리 등 유명 조각가뿐만이 아니라 위의 사진처럼 피카소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금싸라기 땅에 건물을 헐고 미술관을 짓다.
미쓰비시1호 미술관은 도쿄의 중심 마루노우치의 넓은 부지의 건물을 헐고 지은 것이다. 경제적으로 판단해보면 비상식적인 일이다. 1894년에 세워져 경제논리에 따라 1968년에 해체되었지만 2007년 과거와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지어졌다. 비슷한 방식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부분만 제외하고 모두 과거 설계방식과 재료를 이용해 지어졌고 2010년 미쓰비시1호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오픈했다. 지금은 상설 전시공간이 따로 없이 1년에 3~4회 정도의 기획 전시로 운영되고 있다. 컬렉션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유럽 화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은 백제의 기술을 사랑했고 그들의 문화를 존경해왔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를 스폰지처럼 빨아들였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조선의 성리학을 지배층의 소양으로 여기고 받아들였다. 개항이 되면서부터는 유럽의 문물과 문화를 존경하고 사랑해왔다. 일본인들의 장점은 거기에 있다. 금전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지적인 것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군사력과 경제력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수단일 뿐이다. 일본의 곳곳에 스며든 미술에 대한 사랑과 대중들이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수많은 미술관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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