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을 좋아하는편이지만 나물의 종류는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에 야생초밥상이라는 책을 접하고 보니 이땅에서 자라나는 것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등산을 갈때나 한적한 시골을 걷다보면 흔히 만나는 풀들에 이런 맛이 숨겨져 있었다니..
대부분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풀들은 재배하기 쉬운 것들 위주다. 그래서 그 수가 단순해질수 밖에 없고 우리는 점점 나물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하는 야생초는 보리, 소리쟁이, 원추리, 점나도나물, 해당화, 광대나물, 뚝새풀, 조팜나무, 별꽃, 새팥, 댐싸리, 옥매듭, 쇠무릎, 피, 쇠뜨기, 무릇, 민물김, 황새냉이, 메꽃, 마름, 구기자이다. 몇가지 종류를 제외하고 전혀 들어본적이 없는 것 투성이다.
그렇게 배고프던 시절 먹을만한 야생초를 찾아 민초들은 이것저것 해먹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풍요로왔다면 저런 야생초를 다해먹어볼 생각을 했었을까?
역시나 처음 이야기를 여는 것은 바로 보리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가장 먹고 싶은 옛날 음식1위로 보통 2월 말이나 3월 초에 어린 순을 캐 먹었다는 보리는 우유의 55배, 시금치의 18배 정도으 칼륨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나는 된장을 풀어서 만든 아욱국을 좋아하는데 그것보다 저자가 소개하는 보릿국이 더 맛이 있을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보릿가루를 갈아 보리순이랑 버무려서 만든 보리개떡은 징비록에서 백성들이 이순신에게 건네주었던 그런 민초들의 맛이다.
전혀 먹을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사진속의 광대나물은 꽃송이 밑에 잇는 이파리가 광대들이 입는 옷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꿀풀과의 풀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이 핀다고 한다. 누가 해달라고 해도 친하지 않으면 손이 많이 가서 힘든 야생초 요리는 한 번 해서 그 맛을 보면 잊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광대나물은 추울 때 뜯어다가 나물로 무치면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팥빙수와 팥칼국수는 먹어본 적은 있어도 야생팥으로 만들었다는 야생콩밥은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접하는 거의 대부분의 팥이 들어간 요리는 재배한 팥으로 만들어낸 음식이다. 신선이 차려준 새팥밥은 어떤 맛일까? 새팥은 콩과식물로 소들이 좋아하는 풀이라고 한다. 재배하는 콩보다 작지만 단맛이 더 강하다는 야생팥으로 만든 음식을 지인과 맛보고 싶어진다.
소가 뜯어먹는 풀이라는 쇠뜨기는 어떤 잡초들보다 야무지고 강한 풀이라고 한다. 쇠뜨기는 그 생존력이 강해 햇살이 비치는 어느곳이라고 해도 그 고개를 드는 풀이다. 논두렁이나 밭가에 솓아오르는데 쇠뜨기의 포자를 '뱀밥'이라고 부르는데 뱀밥이 시들고 나면 초록색 풀이 돋아나는데 그것을 쇠뜨기라고 한다.
뱀밥나물을 하기 위해 줄기의 껍질을 벗기고 하는 과정이 오래되고 섬세한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 같으면 쉽게 해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는 ㅎㅎ
뱀밥은 나물로 해먹을수도 있고 밥으로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차로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풀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시골사람들조차 한가롭게 반찬 할 틈이 없어 자주 못해먹었다는 음식이다.
이건 또 새로운 정보다. 김은 모두 바다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었던가?
민물에 살며 물이끼와 비슷하지만 이파리가 넓은 편인 민물김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민물김은 1급수의 맑고 차가우며 물살이 쎈곳에서만 사니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을듯 하다. 강의 맛이라고 표현하는 민물김은 사위 맞을 때 밥상에 올린 그런 찬이라고 한다. 오묘하며 수박냄새가 난다는 민물김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고 싶다.
책은 야생초 이야기같지만 우리이야기이고 민초들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게 될지 모르겠지만 야생초로 만든 밥상을 자주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선조들중 누군가 먹어보고 그 효능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후손들에게 전해주었을 것이다. 그런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야생초 이야기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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