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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의 현실 서스펜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5. 6.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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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제 곧 다가올 한국의 현실이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은 한국이 한국전장 반발 65주년이 되는 해로 한국의 경제성장과 같이 그 역사를 같이 한다. 전후의 복잡했던 국내상황과 박정희 대통령 초기 5년 방향을 잡지 못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실제 한국의 경제성장은 50여년에 불과하다. 50여년동안 절대적 빈곤을 탈출하여 대도시마다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경제대국의 초입에 들어섰다. 그 동안 양적인 성장은 했지만 정신적인 성장은 이루었을까?

 

일본 역시 2015년은 뜻있는 한해이다. 일본을 전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게 해준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한지 110여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재벌 대기업이 성장했으며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전쟁은 수없이 있어 왔다. 2차 세계대전때 미국에게 패젼을 하고 5년여동안의 암흑기가 있었으나 때마침 발발해준 한국전쟁은 해체될뻔했던 일본의 대기업을 비롯하여 패전으로 인해 나락으로 빠질뻔했던 일본을 건져 올렸다. 엄청난 양의 전쟁 무기와 후방 지원은 미국 본토에서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일본의 전진기지에서 대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본은 다른 어느나라보다 훨씬 더 빨리 원상태로 복구되었고 미국의 강력한 우방으로 자리했다. 1960년대 황금성장기를 보낸 일본은 1980년대까지 전세계에 Made in Japan이라는 열풍을 일으키며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게 된다. 당시 수많은 일본인들은 사업가였으며 이노베이터였다.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부동산을 사들였고 해외로 눈을 돌려 수많은 외국 땅까지 매입했다. 그러나 1985년의 엔화의 평가절상은 아베가 경제시스템을 개선하기 이전까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암흑시기를 일본에게 선사해주었다. 일본의 물가는 30여년전에 묶여 지금도 거의 비슷한 상태다. 이 소설은 황금성장기를 보내고 잃어버린 30여년을 맞으면서 사회적으로 고질적인 문제가 된 일본의 현실 이야기를 서스펜스의 장르로 그려냈다.

 

 

 

한국은 2000년대를 넘어서며 황혼이혼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황혼이혼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가부장적인 환경하에 침묵하면서 살아오던 일본의 전후 복구 세대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윤택해졌다. 쏟아들어져온 서구식 마인드 역시 이들의 생각을 바꾸었다. 평생 한 남자를 바라보면서 살아가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본의 여성들이 경제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관심도 없었던 한국 남자들은 2002년 월드컵등으로 쏟아져 들어간 한류 컨텐츠 덕분에 50대 이상의 일본 여성에게 환상을 가져다 주었고 욘사마등의 한류 열풍이 불었다.

 

황금 성장기는 일본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기도 했지만 잃어버린 30년은 일본의 젊은이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더이상 임금상승이 되지 않고 일본 여성 역시 자신이 일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의 유지나 결혼생활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했다. 그 결과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남성들은 결혼을 미루고 자신의 일을 시작한 일본의 젊은 여성들은 굳이 결혼이 인생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나오미는 자신의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겪었던 가정폭력을 바라보면서 컸던 커리어 우먼이다. 큐레이터를 하고 싶었지만 아오이 백화점에서 VIP를 상대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독신에 오랬동안 연인도 없다.

 

또 다른 주인공 가나코는 처음에는 자신을 숨기며 상냥했던 남자 핫토리 다쓰로라는 은행원과 결혼하며 과거 부모님이 살았던 그 방식대로 살아가려던 여성이다. 주도적인 여성 나오미와 순응하며 살려 했던 가나코는 마치 음과 양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보듬어 주면서 살아간다.

 

 

이들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가나코의 남편이 그녀에게 자주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나오미가 알면서 부터다. 일본인 특유의 정의감이 넘치던 나오미는 어릴때 폭력을 당하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가나코의 상황을 개선해주려고 한다. 마침 300만엔에 불과한 저렴한 파텍 필립(수억원짜리도 수두룩한 넘사벽 시계 브랜드)을 몰래 가져갔던 중국인 아케미와 연결되면서 미묘한 변화가 시작된다. 남편인 다쓰로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들에게는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는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다. 이들에게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이들에게는 살인 계획을 세워줄 우연이 하나씩 발생한다. 다쓰로와 똑같이 생긴 중국인의 등장이라던가 잡초같은 여성 아케미와 황금성장기를 보냈으나 자신의 힘으로 뭐하나 할 줄 모르는 사이토 부인의 간접적인(?) 협조라던가. 결국 계획은 성공하나 생각외의 빈틈이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드러난다. 이들의 계획은 성공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람들은 밥을 못먹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이 사회의 문제로 본격적인 부상이 시작되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보다 남보다 얼마나 잘사느냐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물질적으로는 과거보다 더 여유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유롭지 않다. 남들이 하면 나도 이만큼 해야 하고 다른 아이 보내는만큼 학원을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

 

가나코 역시 직업은 은행원이며 처음에 상냥한 척 행동했던 다쓰로에게 끌렸지만 그의 내면은 보지 못했다. 다쓰로 역시 어떤 측면에서는 피해자이다.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자랐지만 내면은 자라지 못했다. 나름 괜찮은 직장이라 생각했지만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으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불만을 풀어내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는 가나코에게 가정폭력이라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한국 역시 연인에 의한 폭력과 남편에 의한 폭력이 문제시 되고 있다. 여성에 의한 폭력도 나타나고 있지만 많지는 않다. 내면은 전혀 성장하지 못한 남자들은 좋은 직장을 얻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간에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하나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착각한다. 그것이 약자에게로 행해지는데 보통은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성에게 자행된다. 

 

한국에서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는 삶이란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지만 주체적으로 즐거움을 찾는 일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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