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97년에 IMF가 터진 이후에 노동의 유연화를 목적으로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박정희정권때 차입경영으로 급속하게 압축성장을 해오던 대기업의 외국자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끝없이 성장할줄 알았던 기업의 미래에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학을 나오면 대부분 취업이 되었고 자신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기업들은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걸며 차입경영을 해왔고 그 결과 파산하기도 하고 구조조정과정을 거쳤다.
1997년 이후로 이제 기업은 완전고용이라는 것을 잊기 시작했다. 과도하게 높아진 임금과 후생을 감당하기에는 전세계 시장이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두 가지 생각해냈다. 저임금으로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이후 과도하게 높아진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국민들은 대형마트의 등장에 환호하였다.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이득을 내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최소화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한강의 기적따위를 자랑스러워하며 자랐고 아무도 사회적 문제점을 신경쓰지 않을때 기득권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구축해간다. 한 나라의 경제가 압축성장을 하게 되면 모두가 살기 좋아지는 것 같은 시기는 불과 20년을 넘지 못한다. 부자는 더 잘살게 되고 자본이 노동으로 인해 버는 돈보다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최근 SDS상장으로 삼성일가가 무려 200배가 넘는 돈을 벌었다. 국민의 희생으로 돈을 번 삼성그룹의 대부분의 SI사업을 몰아준 SDS는 반드시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채 나만 편한 삶을 살았던 것이 대부분 국민이다.
어찌보면 감독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대형마트는 갑 그리고 대다수의 서민을 을의 위치에 놓은채 흑백논리로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마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춰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고 앞으로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자신이 불합리한 위치에 왔을때만 관심을 보이고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서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균쇠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도둑정치는 다음의 네가지 해결책을 사용하여 국민을 현혹한다.
첫째, 대중을 무장 해제하고 엘리트 계급을 무장시킨다.
둘째, 거둬들인 공물(세금)을 대중이 좋아하는 일에 많이 사용하여 재분배함으로써 대중을 기쁘게 한다.
셋째, 무력을 독점하여 공공징서를 유지하고 폭력을 억제함으로써 대중의 행복을 도모한다.
넷째, 도둑 정치가가 대중의 지지를 얻는 마지막 방법은 도둑 정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구성하는 것이다.
한국의 독재정치가가 실행했던 방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자신이 하는 행동을 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대형마트의 대표 혹은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이런 형태의 고용형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갑을관계처럼 보이지만 누가 더 힘을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이다. 을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회사를 위해 연장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일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근로자의 입장이다. 자신의 입장이 이러니 갑 역시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것은 다른사람의 과제에 심각하게 관여하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생각이다. 사람의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하지만 세상을 가치를 매긴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불행한 삶이라는 공식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사회가 구조적으로 선순환되는 사회가 되는것이 바람직하다. 특정상대방을 갑으로 보고 나의 생각을 갑도 동일하게 하길 바라기 시작하지만 그 기대를 저버릴때 비참해지는 것은 자신이다. 차라리 세금을 잘 걷고 그 세금이 잘 쓰일 수 있도록 정치인을 제대로 뽑는것이 장기적으로는 을이 이기는 길이다. 기업은 이득을 내야 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비용중에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이 국가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고용이 유연화되어야 된다면 그냥 그걸 받아들이고 국가가 사회적인 안전망을 잘 만들어놓을 수 있도록 국민은 나서야 한다.
나와 직장을 동일시하고 끊임없이 내가 한 일의 가치와 상사가 생각하는 가치를 동일시할수록 직장에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았을때 더욱더 비참해질 수 밖에 없다. 감독은 영리한 선택을 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비참한 비정규직의 현실을 대다수의 관객에게 주입시켰으니 말이다.
조선말기에 백성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비참했다. 농촌의 빈곤이 구조적이었던 문제는 바로 양반 사대부들이 군포 납부에서 제외된 군적수포제 때문이었다. 당연히 부족해진 군포는 힘없는 서민의 갓난아이나 죽은 사람에게도 씌워졌고 일부 부유한 백성들도 관직을 사거나 향임에 오르면 군포에서 면제되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없을수록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 해질것이고 자신의 먹거리에 문제가 생겼을때만 행동한다면 구조적인 문제는 언제든 저런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특정 기업의 현실에 집중된 갑-을 영화 카트가 불편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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