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1000)/한국여행(강원)

겨울에 걷는 폐사지의 풍광, 재미있는 답사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8. 2.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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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남 신도비와 흥법사지는 근거리에 있는 곳이어서 한 곳을 찾아가면 다른 곳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역사의 흔적이다. 원주를 느린 호흡으로 여행하는 즐거움에서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걸작보다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작품이 그곳에 있다. 




흥법사지로 찾아가는 길에 있는 김제남신도비는 강원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 산67-3에 위치하고 있다. 한때 부원군의 자리까지 올랐다가 처형되고 1616년에 폐모론이 일어나면서 그 죄가 재론되어 부관참시되기까지 했다. 




증조부와 아버지까지 영의정에 올라가기까지 했던 김제남은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내려지는 신도비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된다.  당시 소북정권의 유영경(柳永慶)은 적통론에 입각해 적자인 영창대군을 왕위에 추대하려 했으나, 선조가 갑자기 승하하고 광해군이 즉위하자 소북정권이 세력을 잃고 대북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신도비를 자세히 보면 장식 가운데 패턴이 반복되거나 장식적 리듬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장식 패턴이 가진 보편적인 질서와 원리가 엿보인다.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에서 보이는 균형보다 조금은 독특한 느낌이 묻어 난다. 



거북이 목을 돌려 신도비를 바라보는 것이 조금 독특한 느낌이다. 오래전에 세워진  삼국시대의 석비는 대체로 비좌 없이 그대로 땅에 묻어 세우거나, 혹 비좌가 있다 하더라도 자연석을 비좌로 삼았을 뿐이었지만 통일신라시대 이후 당나라 석비의 영향을 받아 귀부를 비좌로 삼게 되어 그 뒤로 이러한 형태는 고려·조선시대를 통하여 석비의 전형적인 형식으로 자리잡았다. 


흥법사지에는 이 두 보물뿐만이 아니라 다른 국보와 보물도 있는데 이 공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일제 강점기인 1931년 (전)원주 흥법사지 염거화상탑(국보 제104호)은 서울 탑골공원으로 옮겨졌고 진공대사탑 및 석관(보물 제365호)과 탑비의 비신은 모두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고, 비신은 4조각으로 깨어져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절터의 건물지에는 탑과 탑비가 있는 공터가 일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남아 있는 문화재는 현재 진공대사탑비(보물 제463호) 귀부 및 이수, 흥법사지삼층석탑(보물 제464호)이다. 



올해에는 시사와 관련한 사회 변화를 보면 사는 것이 퍽퍽한 것 같다. 퍽퍽하다가 느껴질때 폐사지로 훌쩍 떠나보는 것도 괜찮은 처방인 듯 하다. 








폐사지는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풍경이 아주 멋스럽지는 않지만 비석과 탑의 흔적들의 표면만 조금 남아 있는 주춧돌이 대부분으로 주변에 있는 돌덩이 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날이 추워서 공기는 차갑지만 무언가 주변에 온기가 남아 있는 느낌이다. 사위가 어찌나 고요한지 속세와 단절 된 은밀한 공간이 따로 없는 것 같다. 계절 따라 밀려왔다 밀려가는 흔한 일이지만 올해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맞이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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