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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의 맛 백합과 볼거리 변산반도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6. 12.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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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라고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12월말이 코앞으로 왔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2017년의 해가 떠오른다. 한국 사람들은 유달리 한해의 마지막 해와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려고 명소를 찾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되게 해달라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소원을 빌지만 12월이 돼서 뒤를 돌아보면 그다지 변한 것이 없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에 무슨 문제가 생기든 개인적으로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이 수없이 일어나도 태양은 결국 떠오르고 시간이 되면 다시 저편으로 넘어간다.



변산반도는 새만금 방조제와 가까운 곳으로 새만금을 방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곳까지 흘러내려오게 된다. 부안에서 꼭 봐야 할 폭포인 직소폭포를 비롯하여 여류 시인 매창 이 계생, 유희경을 부안 삼절이라고 일컫는데 두 명은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만나볼 수는 없겠지만 직소폭포는 언제 가도 만나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역사 속에 기생이었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녀자들에게 유학이나 깊은 지식을 배우는 것이 별로 의미 없었던 시절에 당대 지식인중 여성으로 대표적인 사람들이 기생이다. 그들 역시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고 소양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성의 황진이(黃眞伊)와 더불어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웠던 매창은 부안에서 태어나 37세에 요절했다. 그녀는 약한 선으로 자신의 숙명을 그대로 읊고 자유자재로 시어를 구사할 수 있는 우수한 시재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포토그래퍼 혹은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은 일몰과 일출을 찍는 것을 마치 의무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해가 뜨고 지는 것은 그냥 물리학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인데 큰 의미로 생각하기도 한다. 태양은 인간의 수명에 비해 무한함에 가까운 대상이지만 영원히 타 오을 수 없다. 매일 태양의 질량은 7,000,000,000,000톤을수소 연료로 소모하면서 초메가톤급의 폭발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지구의 생명들은 존재할 수가 있다. 



변산반도에서 일몰 촬영 장소로 유명한 꽃섬에 태양이 내려앉고 있다. 만약 태양이 수명이 다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을 당연히 볼 수는 없겠지만 로버트 프로스트는 1923년에 아래와 같은 시를 발표한다. 


어떤 이는 세상의 종말이 불과 함께 온다 하고

어떤 이는 얼음으로 온다 하네



아주 먼 미래(약 50억 년 후)에 태양이 그 수명을 다하면 아마도 지구 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는 모두 불태워질 것이다. 그때도 인간들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추세로 지구의 자원을 소모한다면 아마도 다른 행성을 찾아갔을지도 모른다. 태양이 그 힘을 잃어버리면 지구를 잡아주던 인력이 사라지고 지구는 우주 미아가 될 것이다. 




아직 지구가 종말이 되려면 멀었으니 잠시 서해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해본다. 붉디붉은색이 주변을 모두 감싸고 있다. 대기층 가운데 연기와 먼지 입자들이 많은 부분은 특히 붉은색을 띠게 된다. 




소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다고 불리우는 섬 솔섬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왜 사람들은 현재나 미래에 올 것에 대한 기대보다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 클까? 




변산반도도 둘러보았고 떨어지는 해도 감상했으니 이제 식사를 할 시간이다. 부안에 오래간만에 왔으니 백합 코스를 먹어볼 요량이다. 백합으로 만든 요리는 다른 재료가 필요 없을 만큼 그대로도 좋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맛이 좋은 조개이다. 조개 중 으뜸이라고 부를 만큼 맛이 좋고 자연산으로만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백합을 귀한 몸으로 만들었다. 백합은 칼국수나, 파전, 구이, 찜등으로 먹을 수 있지만 부안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바로 백합죽이다.




이제 식사를 할 시간이어서 그런지 지난번 여행에서 먹은 백합죽도 유달리 맛있어 보인다. 백합죽은 철분과 핵산이 많기로 유명한데 알코올을 분해하고 간 기능을 좋게 만들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해물이 들어간 죽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전복죽과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죽이 아닐까. 




그냥 백합과 야채만 넣고 끓여도 진국이 나오는 백합탕은 국물 몇 수저만 떠 먹어봐도 속이 풀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곳 음식점은 백합죽에 녹두가 참 많이 들어가 있다. 허기진 배를 빨리 채워주기에 백합죽만 한 것도 없을 듯하다. 







사실 백합찜보다 백합탕에 들어간 백합이 더 쫄깃하게 느껴진다. 그냥 쪄서 나오는 백합은 속살이 약간 질긴듯한 느낌이 든다. 




뭐니 뭐니 해도 백합의 진수는 아마 백합탕이 아닐까. 깔끔하고 개운한 감칠맛의 백합탕은 임금님 수라상에도 단골로 올라간 조개이다. 다른 조개류에 비해 뻘이나 모래 같은 이물질이 없는 게 특징인 백합은 속살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나고 날로 먹어도 맛이 좋다. 특히 물에 넣어서 삶으면 우윳빛 국물이 맛이 기가 막히다. 백합은 껍질의 테로 나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5~6년 산 백합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100백의 백합 조개 모두 다른 무늬가 지녔다하여 맛이 좋은 백합의 향이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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