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확실하게 묵직함은 없어져버렸다. 시리즈의 묵직함을 이어가는 대신에 블록버스터의 색깔을 입혀 만들었다. 코믹함도 넣고 시간이동의 개념을 가미한 그냥 평범해보이는 헐리우드 영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이 영화를 보면 AI가 들어가 있는 모든 로봇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모델부터 시작하여 젊을때의 T-800, 늙은 T-800, 더 늙은 T-800, T-1000, 나노기술을 접목한 T-3000까지 대부분의 터미네이터들을 감상할 수 있다. T3에서 등장한 T-X만 제외하고 말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84년, 2017년, 2029년이다. 로봇이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사회 2029년에서 존 코너는 승리를 확신하며 마지막 전쟁을 벌인다. 거의 성공에 다다렀다가 판단한 순간 스카이넷은 마지막 수단으로 T-800을 1984년으로 돌려보낸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내용이다. 이렇게만 그리면 단순해지니 시간균열이라는 컨셉을 집어 넣었다. 과거로 가서 무언가를 바꾸면 시간의 균열이 생기고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미래는 오지 않는다. 평행이론도 아니고 그 설명은 T-800이 하려고 할때마다 카일리스가 막는다. 흔히 많이 접했던 그런 내용들이다.
사라코너의 시점
과거가 바뀌면서 그녀의 인생도 바뀌었다. 9살때 갑자기 찾아온 T-1000으로부터 구해준 T-800을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살아간다. 원래 사라코너 역할을 했던 린다 헤밀턴만큼 강인해보이지는 않지만 풋풋한 사라코너다. 어릴때부터 전투요령을 배웠기 때문인지 무기사용에 매우 능숙하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녀의 관점에서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1997년의 미래로 가서 원천기술을 없애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던 탓인지 마치 예언자처럼 행동한다. 카일리스와 썸싱은 거의 없는걸구..
인류의 지도자에서 적으로
제네시스에서는 더 극적인 것을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다. 왠만한 설정으로는 관객들을 잡을 수 없기에 항상 인류의 편에서 그들의 생존을 위해 싸우던 존 코너를 적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나노기술을 이용한 T-3000이라는 존재로 변해버린 것이다. 인간 역시 기본적으로 세포의 활동은 전기적인 신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니 미래에 나노봇과 원형세포의 생성 및 복제가 가능하다면 가능한 기술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먼 미래에..
어떻게 알았는지 1984년에 카일리스를 보내고 2017년에는 서프라이즈 해주기 위해 사라코너와 카일 리스 앞에 등장해준다. 존 코너가 로봇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전지전능한 T-800뿐이다.
T-800의 시점
묵직한 분위기로 이들을 보호해주던 아놀드가 이번에는 수십년 동안 수많은 터미네이터의 공격에도 이겨낸다. 게다가 사라코너와 너무 오래붙어 있었던 탓인지 유머까지 할줄 안다. T-3000을 제외하고 진보된 터미네이터라고 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인간보다 더 명확한 판단분석에서 흐름의 방향까지 읽어내는 만능 로보테이너다. 인간들보다 더 인간의 종말을 막으려는 캐릭터다.
스카이넷은 생명체일까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법정에서 로봇이 인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가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런날이 온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서서히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터미네이터에서 극단과 극단에 서있는 존재는 제네시스라 부르는 스카이넷과 인간이다. 스카이넷은 합리적인 계산하에 자신의 존재에 위협이 되는 대상을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그것이 맞을지 모른다. 제네시스가 처음 탄생했을 때는 몰라도 멀리 내다보면 인간은 로봇을 두려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기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이어가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리부트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냥 터미네이터 개념을 차용하고 아놀드가 등장하는 새로운 영화라고 감상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이병헌의 역할은 대사 한 줄과 사라코너의 계략에 빠져 녹아버리는 정도이니 너무 기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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