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악의 연대기, 살짝 아쉽지만 나쁘지만은 않은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5. 5.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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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의 연기력 하나때문에 겨우 살아난 영화가 악의 연대기이다.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졌지만 손현주가 구멍을 메우면서 그나마 볼만한 영화로 재탄생한 것이다. 영화는 말그대로 악의 연대기이다. 과거에 억울하게(?) 누명쓰고 잡혀간 사람의 아들이 아무도 모르게 신분세탁하여 과거의 일을 밝혀내고 그 일에 관련된 경찰들을 단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기 설정까지는 괜찮았던것 같다. 억울하게 누명쓴 역할의 범죄자는 이미 그 역할을 살인의 추억에서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다. 과학수사 같은 것이 없었던 시절 형사들은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직감에 의존하고 얼마안되는 증거에 의존해 수사를 하고 일을 해결해야 했었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산가리 살인사건을 해결했던것이 지금 용산경찰서장과 형사반장으로 있는 최반장을 비롯한 5명이 그 주역들이었다. 문제는 상부의 압박으로 인해 부족한 부분을 짜맞추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탄생하게 된다.

 

 

 

승진하고 싶었던 남자 최반장

 

최반장이 시체를 유기하는것은 그렇게 크게 잘못한 행동(?)은 아니다. 과거의 원한때문에 자신을 유인해서 공격하는 범인을 살인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정당방위라 할지라도 경찰조직의 중앙으로 진출하려는 그에게 있어서 구설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범인을 그대로 놔두고 도피하려는데에는 전화 한통이 빌미가 되었다. 지금 자신의 상사로 있는 서장이 경찰청의 인사담당 치안감을 만나고 있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치안감은 상당히 높은 자리인것은 사실이다. 작은 무궁화가 다섯개가 모인 별이 두개 달린 치안감은 광역시수준의 경찰을 통괄하는 경찰청장 지위다. 당연히 잘보일 수 밖에 없다.

 

한가지 이해가 안가는 것은 경대(경찰대) 출신 최반장의 진급이 생각보다 늦었다는 사실이다. 실제 나이 50을 넘은 손현주는 영화상에서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데 순경 출신이라면 몰라도 경대 출신으로는 평균 이하의 진급으로 보여진다. 능력있는것처럼 설정되었는데..조금은 의아한 설정이다. 경찰조직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본을 쓴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가끔 이해가 안가는 것이 경찰조직이긴 하다. 1년전 총경직급으로 지방경찰서장으로 근무하다 경무관의 직급으로 송파경찰서장으로 옮겼지만 내연녀때문에 사표를 제출했던 강 서장이 생각난다. 구 지역을 총괄하는 경찰서장은 경무관을 임명한 적이 없었다. 모두 총경급을 임명하는것이 관례다. 경무관은 보통 지방청 차장이나 서울 경찰청 부장급으로 옮겨간다.

 

군대의 대다수 별들이 그렇듯이 경찰 역시 정치인과 연관이 되지 않으면 최고자리에 올라가지 못한다. 20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경대 출신들은 대부분 치안감이 최고자리였으나 2010년대부터 치안정감의 과반수를 차지했고 작년에는 최고 우두머리인 경찰청장에 최초로 경대출신이 임명되었다. 그러나..박근혜정권과 정치적인 인연이 있기에 가능했던것 같다. 그럼 경대출신도 아니면서 누가 치안정감이나 치안총감이 되냐고?..고시출신들이다. 일은 우두머리가 하는것이 아니라 밑에 있는 사람이 하는것이니까.

 

 

거짓말은 거짓말을 만든다.

 

피노키오의 작가는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을 덮기 위해 한 시작한 거짓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더 커진 거짓말에는 구멍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다. 결자해지라는 말처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초기로 돌아가기 전까지 자신만 모르는 인생의 막장으로 달려간다. 최반장 역시 자신의 출세욕때문에 순간적으로 선택한 행동에 의해 자신을 옥죄기 시작한다. 이런 빈틈을 노리면서 범인들을 치밀하게(생각보다 치밀하지 않은) 그를 압박해나간다.

 

 

극악무도한 범인은 죽여도 될까

 

경찰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최반장은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오래된 경찰생활이 그를 타성에 젖게 만든 것이다. 범인에게 인권이 없다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자리하게 된 것은 아닐까? 모든 피의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수사를 해나가야 된 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권에 기반한 것이다. 즉결처분이라는 것은 저지드레드같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다. 최반장의 두 번째 실수는 어떻게 보면 죽어도 마땅한(?) 용의자를 사살한 것이다. 이어 최반장은 증거인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며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걸 지켜보는 형사 초년생이 있었으니..이 사람은 누구일까.

 

 

이쯤되면 무언가 얼개가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마동석이 맡은 오형사야 생긴것으로 보아 이런 복잡한 상황을 꼬아놓을 사람은 아니고 연예기획사에 있다가 마약때문에 한방에 가버린 김진규와 형사 초년생 차동재와의 무언가 연결되어 있다는것을 알게된다.

 

경대 출신인 서장이나 최반장은 왜 머리가 안돌아가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을까. DNA검사 결과를 숨기고 발표를 할정도로 서장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데 연연하고 있다. 차라리 최반장은 시체가 발생한 것이나 연예기획사 김진규가 와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수한것 등의 일련의 상황과 김진규가 운영한다는 Bar에서 발견한 특정한 날의 살인등을 반장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정의를 찾으려는 영화가 아니다. 즉 이런 진부한 결과 말고 조금더 재미난 스토리가 나왔으면 어떨까.

 

서장을 비롯한 형사들이 김진규를 심문하는 것을 보고 있을때 최반장이 서장을 몰래 부르는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행동과 밝혀낸 사실 그리고 지금까지 살해된 경찰 세명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장은 처음에는 방방뛰겠지만 자신의 생명의 위협과 커리어를 모두 집어던질 위인이 아니다. 그러면 최반장은 좋은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는 말하는 설정정도만 있으면 된다. 모든 것은 끝이 난 후에 밝혀지면 된다.

 

중독성이 매우 강한 마약에 이미 취해있는 배우 김진규는 이런일을 주도할 인물이 못된다. 그렇다면 누군가 공범이 있다는 사실이다. 시체를 모두가 보는곳에 매달아 놓은것이나 경찰만이 모두 알고 있는 현장정보를 알고 있는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최반장은 이미 벌어진 세 건의 형사 살인사건을 알고 있고 심각한 공권력의 위협이라 생각해 서장과 비밀수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범죄자를 제압하는 도중에 살해되었으나 이걸 공개하는것보다 비공개수사로 전환한다음 공범을 찾고 있던 도중 김진규가 운영하는 Bar에서 범행관련한 정황증거를 발견하고 쇼를 준비한다. 과거의 수사와 연관되어 있는 서장이 대국민 발표를 하지만 이것 역시 쇼이고 살인범이었던 차동재는 함정에 빠져 경찰특공대에게 포위된다음 자살한다. 결국 범죄자의 아들이었던 차동재는 원한을 품고 경대에 들어간 다음 치밀하게 최반장 팀에 지원하였으나 실패하고 최반장 역시 우연한 살인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받고 경정으로 승진하여 경찰청의 요직으로 들어간다. 치안감 인맥을 가지고 있을정도의 서장이라면 이정도는 밀어줄듯..

 

진실이 무엇이든간에 상관이 없다. 대중들은 보여주는것만 믿으니까.. 이것이 악의 연대기이다. 범죄자의 아들 역시 악의 연대기의 굴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 청산가리로 독살했던 것은 차동재의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를 구타하는것에 격분한 차동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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