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무뢰한, 머리와 가슴이 따로 이해되는영화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5. 5. 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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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이라는 영화는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곽도원이라는 연기좀 되는 배우 모아놓았기에 개봉전부터 화제작이 된 영화다. 매력은 있지만 이제는 충분히 나이가 들어 세월의 흔적을 느낄수 있는 전도연의 농익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생각만큼 영화의 완성도는 높지 않다. 머리는 왜 그렇게 연출했는지 이해하지만 가슴은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박준길이라는 살인자의 여자인 김혜경 그리고 그 살인범을 잡아야 하는 정재곤과의 팽팽한 줄다리기같아 보이는 설정만 난무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혜경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여성은 생각 이상으로 감정적인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범죄라 할지라도 자신이 해석하고 싶은대로 해석하는 여성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은 남성의 광기와 어딘가 닮아 있다.

 

남자때문에 혹은 자신때문에 5억이 넘는 돈이 빚으로 남아 있는 여자 김혜경은 미래가 없다. 흔히 말하는 물장사를 그리 오래했건만 쉽게 벌은돈은 쉽게 빠져나가듯이 신기루같이 자신의 수중에 남는 돈은 하나도 없다. 그쪽 업계 사람들을 적지 않게 접해봐서 그들의 실상은 잘 알고 있다. 남자 여자를 떠나 한번 화류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들은 화려함이라는 마약을 맞는것이나 진배없어서 다시는 그 업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반쯤 걸쳐있는 Bar등에서 종사하는 사람이야 다른일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주점, 룸싸롱, 노래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마약처럼 자신을 옭매어 버린다.

 

 

 

한물간 룸싸롱 마담 김혜경

 

살인자이지만 조금의 희망을 보여준 남자 박준길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여자 김혜경은 화려했던 과거도 잊지 못하지만 제대로된 남자를 보는눈 또한 가지지 못한 여자이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된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것을 알기에 더욱더 악한 남자에게 끌린다. 비록 몸은 팔고 있지만 어디인가 순수함은 남아 있고 싸구려 아파트에 월세생활을 하며 밤에는 술을 팔지만 평범한 생활을 꿈꾼다. 자신의 희망은 박준길에게만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이 여자는 이미 상식적인 판단을 할 여력도 없다.

 

 

이상한 형사 정재곤

 

범죄조직에 몰래 잠입하는 형사도 아니고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는 이 친구다. 경찰생활을 하는 지인을 통해 들어보면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보면 형사는 반은 건달이 되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나가 자신이 서있는곳이 어디인지 인지하지 못할때 범죄자 아닌 범죄자가 되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박준길을 잡기 위해 갑자기 잠복해서 김혜경을 따라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굳이 그녀가 일하는 일터에 영업부장으로 나서게 된다. 그녀에게 연민이라도 느꼈던 모양일까? 굳이 감수하지 않아도될 리스크를 안게 된다.

 

 

묘한 썸..or 사랑

 

김혜경은 박준길 외의 다른 대안을 찾았던 것인지 정재곤에게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거짓말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같은 업계(?)에서 일해서 그런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정재곤 역시 명품 귀걸이를 중고 명품점에서 빌려 차고 나가는 그녀를 보며 굳이 그걸 사서 주기까지 한다. 이둘 사이는 결국 끝이 보이는 관계다. 정재곤이 그녀의 빚을 해결해줄수도 없을뿐더러 그녀를 향한 마음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악한 형사

 

생각외로 곽도원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만의 연기력은 보여주긴 했지만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살짝 맛만 보여주는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 작은 범죄(?)정도는 눈감아주어야 되는것일까? 범죄는 범죄로 단죄해야 한다는 이상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한 범죄자 박준길

 

박성웅은 이제 악역 전문배우가 된 모양이다. 그래 내가 살려는 드릴께라는 그가 출연했던 영화 대사가 자꾸 머리속에 떠오른다. 살인자인지 사기꾼인지 애매모호한 남자 박준길은 여자를 등쳐먹고 살면서도 나름 의리가 있어 보이려고 한다.살인자인데 너무 엉성하게 자신의 애인인 김혜경을 찾아가기도 한다. 중국의 범죄조직에서 자신은 스카웃하기로 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김혜경에게 희망을 준다. 마지막 3,000만원만 땡겨주면 정말 중국으로 갈수 있었을까.

 

 

무뢰한은 이해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범죄자의 애인과 썸을 타지만 그냥 정적만 흐른다. 서로를 이해하는 그런 공감의 장도 없고 그냥 서로를 속이는 진부함만 남아 있다. 형사가 끄나풀에게 정보를 받는다는 설정도 필요했기에 억지로 끼어넣은 느낌이다. 박준길이 죽은후 왜 정재곤이 김혜경을 쫓아다니며 무리한 짓거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감독의 의도는 명확히 알 수 있겠다는 것이다. 대립과 모호한 설정, 인생 막장과 죽음의 순간에 찾아온 갑작스런 관대함같은 것을 마구 믹싱한다음 명작처럼 꾸밀려고 했다는 점이다.

 

하루종일 영화 다섯편을 보았다. 투모로우 랜드, 악의 연대기, 간신, 무뢰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이중에서 영화 세개는 평을 올렸으니 두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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