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일반)

용서받지 못한자, 예고된 윤일병 사건의 시작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4. 8.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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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주에 포스팅했던것처럼 강원도 전방에서 군생활을 만기제대했다.

만기제대하면 무지 자랑스러울줄 알았는데 머 그다지 그런 느낌은 별로 없고 종종꿈에서 다시 군대가는 꿈을 꾸면서 소스라치게 놀라기만 했다.

 

군대라는 곳을 처음 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비합리적이라는 점이다. 훈련소에 가면 그곳이 제일 힘든것 같고 후반기 교육을 가면 그곳이 가장 열악한(시설) 느낌이였다. 전방으로 배치받으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나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장 힘든곳은 바로 자대였던것 같다. 초기 1년간을 버티면 나머지는 그냥 지나간다. 문제는 우리는 군대같은 조직을 경험해본적없이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야한다는 점이다.

 

공수부대등을 가는 사람들이야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군대를 가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끌려가다시피 가기 때문에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다. 용서받지 못한자는 군대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는 2년여 동안 나름 군기반장으로서 모범적인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하는 말년 병장 태정은 중학교 동창인 승영이 내무반 신참으로 들어오면서 평탄치가 않게 되는 과정과 이승영이 계급이 올라가면서 똑같아져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0년전 하정우의 풋풋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군대에서는 병장이 되면 간부도 대우를 해준다. 대부분의 일은 하지 않아도 되며 하는 일이라고는 훈련을 나간다던가 당직하사를 서는일 정도이다.

 

어쩔수 없이 간 군대에서는 누군가를 배려하는 일은 남의 일이다. 내가 받은만큼 후임에게 돌려주는 것만이 자신이 보상받는 일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잘해준다고 해서 후임이 인간적으로 따라주는것도 아니다. 영화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이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군대를 갔다왔다면 이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고참한테 괴롭힘 당하면서 나중에 내가 고참이 되면 이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위에서 압박을 받고 후임들의 실수가 연달아 일어나면 인도적인 방법으로는 내가 살아가기 어려움을 깨닫는 곳이 군대이다. 지금의 군대는 폭력등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것 또한 군대장교, 하사관위주의 대책일뿐이다.

 

미군도 그렇듯이 이등병-일병-상병-병장은 계급이 분명할진데..계급이 올라갔다고 해서 이들에게 명령할 권리가 없다면 그것이 무슨 군대인가? 회사도 아니고 가족관계도 아니고 솔직히 대책이라고 할수도 없다.

 

 

영화를 보면 보조로 출연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남자만이 의무로 하는 군대의 폭력을 외면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심지어 군대이야기는 지겹다고 한다. 억울하니까 그렇게라도 표현하는건데 말이다. 여성이 이사회의 약자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이 약자지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약자는 아니다. 남자라고 해서 폭력을 견뎌내야만 하는가? 여성들은 군대를 가지 않았으면서도 폭력에 대해서는 극히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너무 느릿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국가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시 하고 개개인이 폭력을 행사하는것에 대해는 냉혹하게 대처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군대를 바꿀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는 어찌보면 정치에 처음 입문하여 이 사회를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비슷해보인다. 결국에는 그들과 비슷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시스템이 변화하는것은 개개인의 힘이 아닌 국민들의 인식변화없이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도 나이드신분들은 머라도 하나 받으시면 그사람을 찍어야 된다고 말하고 언론에서 말하는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변화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가진자가 많아진다면 세상은 살기 좋아질지도 모른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은 보통사람들은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될것이다. 군대를 바꾸겠다고 생각한 한 이등병은 결국 가해자가 되어 용서받지 못한자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군대의 가장 큰 문제는 간부들이다. 자신들의 진급을 위해서 군대기강을 잡으려고 초급간부들이나 부사관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이들은 직업으로 군대를 선택했기 때문에 모든걸 참아내면서 하지만 병사들은 다르다. 당연히 병사들에게 힘든일이 발생하는데 이는 다른 병사들을 배려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놓고 가혹행위나 왕따가 발생하면 병사들 책임으로 돌리는것이 군간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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