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일반)

아메리칸 허슬,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4. 2.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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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되지 않은 배우는 명함도 못내미는 영화 아메리칸 허슬이 개봉했다. 올해는 블랙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를 맞을 모양인가 보다. 더 울프 월 스트리트라는 영화도 사기꾼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아메리칸 허슬 역시 사기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번 사는 세상을 멋지게 살다 죽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성공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된다.

 

그냥 허접한 사기로 세상을 살아가던 자잘한 사기꾼 커플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는 대출 사기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등치면서 살아간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FBI 요원 디마소(브래들리 쿠퍼)는 이들을 엮어서 자신의 정치적인 야욕과 조직에서의 성공을 꿈꾼다. 

 

앱스캠 스캔들 (Abscam Scandal)은 실제 있었던 스캔들로 FBI의 작전명을 말한다. 1970년대에 불황에 허덕이던 미국은 정치인들의 비리 또한 그에 못지 않게 곪아가고 있었다. 아랍의 사업가로 위장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시장, 상하원의원, 마피아까지 엮어서 한 탕을 노리려면 수석검사와 FBI조직은 어설픈 사기꾼 두명을 체스의 말처럼 사용하려고 한다.

 

 

 

다들 제대로 살기를 원했고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모두 진실되게 살고 싶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거짓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이 사건에 얽혀진 모든 주인공들에게 진심은 있지만 그 진심을 보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험악하다. 각자의 삶을 살기에도 빠듯한 현실에 이들은 버거워하면서 끌려다닌다. FBI요원은 요원대로 조직속에 중심을 잡으려고 하고 수석검사는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어빙과 시드니는 살아남기 위해, 로잘린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얽히고 설킨 관계속에서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상영시간 140분에 인생이 담겨있다.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제레미 레너까지 연기력 하나 허투루 흘릴 배우들이 한 명도 없다. 오버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각자의 캐릭터에 채색을 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관능적이고 우아한 모습의 제이미 아담스는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를 동시에 구사하면서 보여주는 그녀의 드레스와 매칭된 모습은 야하면서 섹시하다. 촌스러운 퍼머 머리의 리치 디마소는 끊임없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야심가의 모습이 투영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로잘린은 대체 정체가 머지? 성격은 이런 물음표만 머리속에 맴돈다.

 

 

미국식 개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조금 긴 러닝타임이 지루할 수도 있다. 미국식의 언어유희와 몸개그의 달인 크리스찬 베일은 배트맨의 카리스마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다. 보기에도 흉한 올챙이배와 알머리로 변신한 그를 보면서 사기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팔색조의 매력마저 느껴진다.

 

어찌보면 인생은 거대한 사기영화일지도 모른다. 사기를 제대로 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같은 사람이나 저축은행과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사기를 아트의 경지로 올린 사람들일지 모른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떵떵거리고 살지 않았던가.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남들보다 좀더 빨리 가기 위해서 도박을 하는 것..남들은 뛰어갈때 몰라 차를 타고 앞에 가서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유혹받는 일이다.

 

 

이 영화는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볼만한 이유가 있는 영화이다.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눈을 현혹할만한 액션하나 없어도 재미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다지 치밀하지 못했던 그들의 사기행위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이탈리안 잡처럼 통쾌하게 사기를 성공시키는 영화는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스토리에 동감될만한 내용들이 많다.

 

인생은 역시 한방따윈 없다는 교훈을 다시 되새기며..진실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갔던 어빙과 시드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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