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 가면 색다른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다. 지금은 차량소통이 그다지 많지 않은 은산면이 바로 그곳이다. 무당굿같은 느낌의 은산별신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은산별신제는 은산천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은산천의 물은 백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생소한 지명 은산은 조선시대까지는 교통의 요충지로 시장이 이곳에 형성되어 있었다. 그 후 쇠퇴하다가 이곳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별신제로 규모를 확대해 나가다가 자리잡게 되었다. 은산별신제에서 모시는 신은 장군신으로 요충지의 특성상 백제장군일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백제 부흥군의 뼈가 발견되기 전인 은산 지방에는 괴질이 퍼졌는데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다가 한 노인의 꿈에 백제를 지키던 장군이 나와 유골들을 수습해서 양지 바른곳에 묻어주면 그 보답으로 괴질을 깨끗히 몰아내겠노라고 말한다. 잠에서 깬 노인은 마을 사람들과 백제 부흥군의 유골 수습을 하고 제사를 지내자 괴질이 없어졌다.
장군을 모시는 대제는 6일동안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모시는 제관들은 찬물로 목욕재계하고 생선, 육류와 같은 비린 것을 먹지 않으면서 근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날 왼손으로 꼰 새끼줄인 '금줄'로 은산천의 물을 봉하고 금줄 상류 물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봉해진 물을 사용해 조라술을 빚는다. 조라술은 3일이라는 시간동안 빚는데 잘 익는다.
둘째 날은 장군이 백마에 올라타서 군사를 이끌고 '진대베기'를 하러간다. 옛 백제 부흥군이 나당연합군을 막는 그런 군사적인 행사를 행하는 것이다.
셋째 날은 「화등방」이란 곳에서 만든 작약, 목단, 국화 등을 받아서 별신당에 올릴 꽃을 받아오는 '꽃받기 행사'를 한다.
넷째 날은 백제부흥군의 복신장군과 도침대사를 상당신으로 모시는 '상당 행사'와 별신달의 '본제'를 하며 유교적 제사를 치르게 된다.
다섯번째 날에는 전날 했던 본제와 상당 행사를 별신이 잘 받았는지 확인하는 '상당굿'을 벌인 후 은산면의 괴몰 아래에서 '하당굿'을 벌인다.
마지막 날에는 제관인 화주가 산신에게 제사를 마쳤음을 알라는 '독산제'와 장승을 세우는 '장승제'를 진행하면서 마무리한다.
백제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사비성이 위치해있었던 부여의 왜소함에 실망하기도 한다. 백제의 무덤들은 신라의 무덤들보다 초라하며 부여의 수도는 경주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부여에서 태어난 시인중 신동엽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쓴 시중 「금강」에서는 이런 끝맺음을 하고 있다.
백제
옛부터 이곳에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거름을 남기는 곳,
금강,
옛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정신을 남기는 곳
백제가 멸망한 후 4년간 대항했던 백제부흥군은 실패했지만 그들의 정신은 남아 오늘날에도 은산별신제로 잔잔히 그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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