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대한민국 남자에게는 성스러운 의무라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보통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20대 초반에 군대를 가니 나 또한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일찍가기 위해 휴학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자격증은 측량, 재료 관련한 자격증이였고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주특기가 아닐 경우 많은 사람들이 보병이나 포병등으로 주특기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적어도 주특기를 활용해서 군복무를 하는 것이 운전면허 취득할 때 빼놓고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던 나는 군대에서 운전은 배우고 나와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전병으로 복무하면 편하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은터였다. 그러나 그것은 일명 짚차로 불리는 1/4톤차를 끄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주특기를 운전병으로 정해지고 군복무지는 강원도 전방의 포병부대로 정해졌다. 전방 포병부대의 특징은 포병과 운전병이 같은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견인포가 크면 클수록 대형트럭을 몰아야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일명 야수단(야전수송 교육단)에서 2와 1/2톤을 몰면서 실전 운전을 배우게 된다.
자대배치를 받고 바로 포대 단독 훈련을 떠나면서 뒤에 짐 실은 트럭이 견인되는 2와 1/2톤을 몰게 되고 사회에서는 끌어볼래야 끌어볼일이 없는 견인차를 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은 대부분의 차량이 파워핸들이지만 군차량은 모두 파워가 없는 핸들로 유일한 파워핸들이 장착된 것은 8인치 견인포를 끄는 미국차량뿐이였다.
전방 포병부대로 가면서 다양한 경험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차량을 몰아본 경험이 사회에 나와서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회인이 운전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RV, 승용차로 운전경험이 국한되는데 1/4톤, 2와 1/2톤, 5/4톤, 5톤, 10톤(견인 후 20톤)까지 미리 다 경험을 해보았다는 사실이다.
군대에서 운전을 하다보니 훈련때 일명 컴보이 차량을 따라 훈련을 나갈 때나 업무를 위해 간부를 태우고 나갈 때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운전방식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에서도 경주용 차량은 파워핸들이 없다. 빠른 속도로 가다보면 파워핸들이 사고의 위험을 훨씬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운전을 배운 사람들중 특히 포병등에서 근무한 사람들의 운전방식은 남다른 것이 있다. 주변상황을 빨리 파악한다는 점이다. 안전을 최우시하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식이 몸에 배였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견인 후 15미터가 넘는 8인치 견인포차를 운전해본 경험은 사회에서 트레일러나 대형트럭을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인 1종 대형, 트레일러 운전면허를 취득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은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내가 입대할때만 하더라도 운전면허증은 이력서에 한 줄 쓸 수 있을 정도의 나름 변별력을 가지고 있었다. 운전을 잘하는 것이 하나의 특기가 되었던 시기에 군대에서 다양한 차종을 운전해본 경험은 아르바이트나 취업을 할 때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군대에서 또 하나 배운 것은 운전을 배웠다는 것 외에 다양한 그림을 그릴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전공 특성이 설계, 구성등에 있었는데 1학년만을 마치고 왔기 때문에 전공입문과 교양외에 배운 것이 별로 없었는데 생각외로 군대에서 다양한 그림이라던가 설계를 해야 하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군대에서 주특기가 자격, 면허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국방의 의무라면 잘 활용하는데 도움이 된다. 군 복무기간이 단축되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짦지는 않은편이다.
군제대후 대학생활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필요했는데 운전과 관련한 일을 수월하게 구할 수 있었다. 차량 운전과 지게차 운전을 했는데 지게차는 후진할 때 방향이 일반 차량과 다르다. 견인차량과 방향이 같다고 보면 되는데 서빙 같은 것보다 아르바이트 단가도 높고 항상 했던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한 느낌이였다.
복학 후 다양한 설계외 PT를 해야 되는 입장에서 군 복무때 했던 설계와 당시에는 알려지지도 않았던 일러스트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시 군대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작업은 워드가 거의 유일했다. 군대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 작업 대신 수작업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것이 트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부터 디지털 작업을 하면 수작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알지 못한다. 수작업은 능숙해지면 컴퓨터보다 빠른 달인 수준도 가능할 수도 있다.
남자라면 대부분 운전을 할 줄 안다. 운전을 그냥 하는 것과 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군대라는 제약적인 공간에서 배운 운전은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라던가 운전이 필요한 회사생활의 일부에 기본이 되준 것 같다.
이제 군생활도 다른 관점을 가지고 살아야 되는 시대에 왔다. 의무로 어쩔 수 없이 하던 과거와 달리 군대에도 다양한 주특기가 있고 사람이 모이다 보니 다양한 일들이 발생한다. 사회만큼은 아니지만 군 복무 생활을 하기 위해 의식주도 해결해야 하고 각종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일들을 자기 몫만큼 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그곳이다. 남다른 능력이 있다면 사회에서 처럼 자신의 주특기를 활용할 수 있는 군대도 즐길 이유가 된다.
지금도 군대에서 젊음을 불태우며 있을 장병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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