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드라마)

아부의 왕, 세상은 세치의 혀로 굴러간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2. 6.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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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의 정,중,동을 일찍이 깨우쳐 ‘감성 영업의 정석’이라는 비법책을 저술한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와 아직은 눈치와 센스가 0.2% 부족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청출어람 제자 ‘동식(송새벽)의 말장난같은 영화가 아부의 왕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사회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처세는 아부라는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데 모두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나름 아부들은 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꼭 돈을 벌어야 하는 동식과 혀고수의 만남은 인생의 아이러니일까? 반듯한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모든 직장인의 소망처럼 동식을 입바른 소리도 하고 그다지 눈치도 보지 않고 살아가는 캐릭터이다. 결국 다른 약삭빠른 직장동료보다 뒤처질수 밖에 없게되고 자신과 비슷한 성품의 아버지덕분에 집안사정도 말이 아니다. 결국 막바지에 몰린 동식은 아부의 고수를 찾아간다는 설정이다.

 

아부는 심리학이다?

 

아부와 처세의 달인과는 어떤차이가 있을까? 아부는 다른사람들이 볼때 너무 티나는 동조행위이고 처세의 경우는 티나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빗장을 푸는 기술이다. 영화에서는 아부의 기술을 침묵의 법칙, 타이밍의 법칙, 반가사유상의 미소, 맞장구의 원칙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말을 하는것을 좋아한다. 내입장을 이야기하고 내입장을 표명하려고 애쓰기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심리학은 알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영화에서는 여러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내 입안의 혀처럼 굴정도의 달인인 혀고수와 이와 맞설정도의 캐릭터인 팜므파탈의 예지, 기업주의 비열함을 가지고 있는 이회장, 사채업자 성철등 많은 배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깨알같은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나도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아부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걸 행동으로 옮기는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어찌되었던간에 처세술로 보험왕에 오른 동식은 후반부에 거의 주연배우 혼자서 영화를 끌어가는 모양새가 만들어졌지만 성동일이 빠지면서 그다지 와닿지 않게 된다. 영화속에서는 아부의 기술을 배워서 보험왕에 올랐지만 영화배우로서는 기술이 조금 모자랐던지 영화의 재미가 점점더 빠지게 된다. 송새벽의 매력이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이라는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신뢰이다

 

아부의 기술로만 잠시 돈을 벌 수 있지만 기반에 신뢰가 없다면 결국 모래위에 쌓은 누각같은 꼴이 될것이다. 살짝 신뢰라는것을 보여주는 대목은 후반부에 독고진 역할을 맡았던 차승원의 등장이 그럴듯해 보이긴 했지만 그것말고는 점점더 맥이 빠져간다. 식상한 스토리이지만 나름 성동일이라는 배우가 전반부에 선방을 했지만 그 신뢰감은 후반부에 가면서 점점 떨어지고 그냥 식상한 스토리 그자체로 변하게 된다.

 

특히 영화는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편집과 카메라 워크는 보강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을 모두 상쇄해버린다. 감성마케팅을 말하고는 있으나 이것을 신뢰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아부가 무엇인지 잘 나타내지 못한듯 하다. 요즘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 사회에서 시대상을 예리하게 관통하는 영화가 되길 바랬지만 그냥 그런 영화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요즘에는 주변에서 절로 나오는듯 하다. 요 근래 주변에서 보면 먹고 살것이 마땅치 않아서 보험업으로 진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지인들중에 보험하는 사람 한명 없는 사람이 거의 없는것 같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팔고 혹은 누군가가 파는 상품을 구매한다. 그속에는 사람이 중심이다. 아부의 기술은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보면 말이라는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말은 결국 신뢰를 얻지 못한다.

 

혀가 길어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그 혀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유재석이나 강호동같은 MC의 가장 큰 무기는 그 세치의 혀이다. 영화에서 보여준 송새벽의 캐릭터는 이전 영화와 그다지 달라진것이 없는듯 하다. 방자전이나 시라노 연애조작단등에서 보여준 약간 어리숙하면서도 자신혼자 떠드는듯한 독특한 느낌을 이번에도 비슷하게 보여주었다. 마치 자신의 능력을 너무 빨리 소진해버리는듯한 모습에서 배우의 한계치를 너무 빨리 드러내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아부의 왕, 현실의 시대상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시각도 별로 없었던 느낌에 그냥 킬링타임용 코미디 영화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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