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왕비는 이쁘긴 하지만 그래도 백설공주보다는 떨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스노우 화이트 엔더 헌츠맨이라는 영화를 보면 선입견도 때론 깨질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절로하게 만드는듯 하다. 절대악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건설한 ‘이블 퀸’(샤를리즈 테론), 영원한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능가할 운명을 지닌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없애야 한다는 설정은 일반적인 백설공주보다 반지의 제왕에 더 가깝다.
다시 보는 반지의 제왕같은 느낌은 아라곤같은 캐릭터 최강의 전사 ‘헌츠맨’과 드워프 족 그리고 신비한 능력을 지닌 정령들의 도움은 다시금 옛날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8명의 난장이였다가 적으로 인해 한명이 죽고 7명의 난장이가 된다는 설정이나 난장이가 원래는 드워프라는것들은 조금은 특이한 설정이다.
반지의 제왕을 찾아서
반지의 제왕 흔적을 찾는것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것 같다. 우선 절대악이라는 캐릭터의 이블 퀸은 사우론과 닮아 있고 힘이 없어보이는 스노우 화이트는 세계를 변화시킬것 같은 프로도같은 캐릭터이다. 여기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헌츠맨은 떠돌이무사이지만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캐릭터 아라곤의 이미지가 투영된다. 샤르망왕자는 로한의 에오메르, 요정들은 아르웬 운도미엘, 반지원정대 샘, 피핀, 레골라스, 메리, 김리, 보로미르는 난장이들 시저, 클라우디스, 티베리우스, 트라얀, 네로, 콘스탄틴, 하드리안과 비슷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반지의 제왕의 컨셉을 가져와서 백설공주에다가 뒤집어 씌운느낌? 그래도 캐릭터들의 연기가 살아있고 이블퀸을 연기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의 악역 연기가 일품이다.
권력욕은 여자나 남자나 똑같다.
다음주에 개봉할 후궁에서도 나왔지만 권력욕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보통 남자들이 권력욕이 강한것처럼 그려지는데 그건 여성보다 조금더 눈에 띄게 외형적인 부분이 두드러지기 때문일것이다. 이블퀸 역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오로지 권력과 아름다움만을 추구해오면서 살아온 캐릭터이다. 마침내 백설공주 시대를 맞아서 위기를 맞은것 뿐이지 아마 서양의 여자진시황정도 될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진시황도 저런 힘이 있었다면 아주 오래도록 진나라를 다스리려고 했을것이다.
누군가에게서 젊음을 빼았아서 미모를 유지할 수 있고 게다가 권력까지 쥘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여자들이 적지 않을것이다. 사람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고 누구도 옳은 말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때 권력은 반드시 붕괴할 수 밖에 없는듯 하다. 이블퀸의 강력한 권력은 스노우 화이트라는 연약한 여자로 인해서 붕괴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래도 판타지 블럭버스터
반지의 제왕 이후에 성인들이 볼만한 판타지 영화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던것 같다. 지금은 모든 시리즈가 막이 내린 해리포터 역시 실망으로 마무리지었고 중간중간에 나왔던 수많은 판타지 영화들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못미친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 관객들은 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백설공주가 판타지로 변하면 얼마나 재미있게 변하겠는가라는 우려감도 있었지만 예고편과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포스 역시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중간중간에 조금 늘어지는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요정들의 세계와 마치 사우론에게 지배당해서 어두움만 남아 있는듯한 어둠의 숲도 볼만한 장면들이 있었다. 이블퀸에 대항하기 위해서 스노우 화이트는 성에서 탈출해야 하고 저주가 걸려 있다는 어둠의 숲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정령들이 살고 있는 숲을 지나 샤르망 왕자도 만나 자신의 지지세력을 데리고 이블 퀸에 대항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연약해보이는 스노우 화이트가 별다르게 배운 검술도 없이 갑자기 잔다르크처럼 변해간다.
모두가 피해자일까?
절대악인 이블퀸역시 아주 오래전에 핍박을 받던 종족의 딸이였고 그때의 악몽을 지우기 위해 절대권력으로 변모해간다. 모든것을 가지고 태어난것같은 스노우 화이트 역시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던 원죄때문인지 어둠의 세계에 갇혀서 지낸다. 승자의 편에 서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을것 같은 전사 헌츠맨 역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
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 관객들은 줄리아 로버츠의 백설공주보다는 훨씬 재미있지만 너무 많은 기대감은 만족감을 떨어뜨릴수 있다는것을 알고 가야 할듯 하다. 우선 이블퀸의 역기와 미모는 완벽한것은 사실이다. 스노우화이트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트와일라잇에서 그다지 발전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블퀸을 위한 이블퀸에 의한 영화이다. 나머지는 모두 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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