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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한국형 법정스릴러를 꿈꾸는 영화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9.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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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전에 개봉했던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연상케하는 의뢰인은 한국형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대부분의 법정영화는 그 수준이 매우 염려스러웠던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한국의 법조계의 수준을 명확하게 보여주는듯한 한국의 법정영화는 딱히 볼것이 없는 캐릭터 위주의 영화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번에 개봉한 의뢰인은 어떤 헐리우드 영화를 벤치마크를 했던간에 한국형 법정 스릴러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물론 장혁의 연기력이나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때 2%부족한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흡입력은 충분히 있었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서 가장 무난한 플롯은 나름 능력있는 변호사의 등장과 열혈검사 그리고 유죄인지 무죄인지 명확하지 않은 용의자 이렇게 삼각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의뢰인에서 등장하는 배우 세명 장혁, 하정우, 박희순은 연기파배우로 관객들의 뇌리속에 자리잡은 배우들이다. 개인적으로 장혁의 연기는 괜찮다고 생각할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배역에 충실한것 같다. 생각외로 박희순의 연기가 검사역할에 몰입하는데 조금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작전이나 맨발의 꿈등에서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준비시간의 부족때문인가? 약간은 겉으로 도는듯한 연기가 아쉬움을 더한다.

 

1. 용의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법정스릴러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용의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용의자는 용의주도한 진짜 범죄자이던지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거대한 힘에 밀려 희생되는 희생자 이렇게 두타입이 있다. 의뢰인에서 용의자는 어떤 타입일까? 스포일러가 있을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용의자는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것은 사실이다. 이를 잠재범죄자로 인식하는것은 경찰이나 검찰이고 이를 무고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편에 서있는 사람은 바로 변호사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한국은 배심원제를 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민참여재판이라고 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서 판사의 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배심원제를 가미했다.   배심원 제도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재판 또는 기소에 참여하여 사실문제에 관한 평결을 하는 제도’로 정의된다. 즉, 용의자에 대한 유∙무죄 판결이 판사 단독이 아닌 배심원들의 의사가 수렴되어 공동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2. 말장난을 잘해야 한다.

 

법정에 서는 검사나 변호사의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법리해석? 법에 대한 깊은 이해? 그런것보다 우선인것이 말장난이 아닐까? 하정우는 지금까지 연기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말장난으로는 정말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역시 의뢰인에서도 그 기대를 저버리게 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말장난은 흔히 말하는 시덥잖은 그런 말솜씨를 말하는것이 아니다.

 

유죄처럼 명확하게 보이는 증거를 평범하게 만들고 무죄의 증거를 중요한 증거로 탈바꿈하게 하는것 그리고 말로서 사람을 압박하는것은 지식이 얼마 없는 평범한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윽박지르고 실토하라고 말하는것은 일선경찰들의 몫이지 법정에 선 검사나 변호사에게는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3. 사람을 믿는것은 어렵다

 

한국은 전관예우라는 아주 몹쓸 풍습(?)이 존재한다. 즉 검사나 판사등으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했을때 대부분의 사건에 승소를 해준다는 불평등한 재판관습인데 이들은 아마도 용의자가 진실을 말하던 진실을 말하지 않던간에 별로 중요하지는 않을것이다. 돈이 목적인 사람들은 돈을 위해서 사람을 믿는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의뢰인에서처럼 진실일까 아닐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변호사도 많을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소재로 삼는 변호사들처럼 그 수는 그다지 많지 않고 정의라는것을 굳이 밝혀내야 한다는 정의감같은것은 중요치 않다. 전반적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람을 믿는것이 변호사가 가진 숙명이라면 사람을 의심하고 분석해야 하는 일이 검사들의 일이다.

 

 

헐리우드의 영화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는듯한 아쉬움이 남지만 요즘의 한국영화도 흥행성과 상업성 부분에서는 헐리우드 영화스타일에 가깝게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구태의연한 한국영화에서 법정은 그냥 무거운 공간이며 재미없는 소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소재를 이렇게 소소한 스토리를 집어넣고 연기력으로 커버하면서 긴장감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의뢰인에서는 심증이 확실한 용의자가 등장한다. 피묻은 침대나 누가봐도 살인을 했을것 같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시종일관 부인한다. 그냥 정의감하나로만 용의자를 밀어붙히는 무미건조한 검사보다는 조금더 치밀한 변호사 하정우가 영화의 묘미를 더한다. 그러나 점점 영화속에서 감추어졌던 진실이 드러날수록 트릭에 대한 기대감은 무너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법정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데에 동의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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