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의 예고편을 보면서 한국영화도 음모론을 기반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수도 있겠다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한국사회는 현재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을 보면서 이 사회를 지배하는 누군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저축은행 감사를 맡은 금융감독원을 시작으로 금융위원회나 국세청을 넘어 청와대까지 이들이 사용한 자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는듯 하다.
어떤 목적에 의해서 위기감은 조성하는것은 과거 정권부터 자주 써먹던 방법으로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불안감을 조성해서 적당하게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권력자들은 적지 않았다. 모비딕은 음모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냥 대강덮어버린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앞뒤가 조금 엉성한 스토리
영화는 1994년 11월 20일 서울 근교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부터 시작하는데 열혈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 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윤혁(진구)이 만나면서 시작한다. 사회부 기자란 사람이 적어도 대위쯤은 달고 있을만한 나이의 탈영을 했다는 후배말을 듣고 술까지 사준다. 머 이건 그럴수도 있다.
음모론을 제기한 사람은 갑자기 자신의 행동에 자책감을 느끼던 윤혁이다. 일련의 자료들을 건네며 발암교 사건이 보여지는 것과 달리, 조작된 사건임을 알려주는데 몸통을 아는것도 아니고 그냥 디스켓 하나 훔쳐 와서 이상한 말들로 오해만 더 사게 만든다. 마치 주변에서 내가 이건 분명히 알긴 하는데 이건 음모가 있어라고 잘 떠드는 지인과 닮아 있다 ㅡ.ㅡ
민간인 사찰의 음모
권력에 위해가 될만한 사람들을 가장 손쉽고 저렴하게 사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군인들이 가장 최적의 사찰적임자가 될것이다. 나는새도 떨어뜨린다는 보안사는 80년대 90년대 중반까지 군인들의 힘의 중심이였다. 그 유명한 전두환 전대통령도 보안사령관 출신으로 권력을 잡은데 보안사의 배경이 한몫을 했다는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모비딕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조금 이상하다. 애매하고 선량한 시민들을 데려다가 사건의 중심인물로 둔갑시킨다. 여기에 별다른 규칙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이 대상인듯 하다. 물론 지금도 만만한 인물들이 사찰의 대상이긴 하지만 모비딕에서는 조금더 선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듯 하다.
정부위에 정부라는 것은 지금 정치인들이 말하는 모피아들을 말하는것 같기도 하다. 모비딕에서 정부위에 정부는 나름 국가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지금의 모피아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이용한다는것이 틀린듯 하다. 평범한 사회부 기자와 내부고발자가 대한민국을 조종하려는 비밀조직에 맞서 음모에 가려진 진짜 진실을 밝힐것 같았으나 결국 이현세 스타일의 만화같이 끝나 버린 음모론
캐릭터들은 나름 살아있다.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황정민이 사회부 기자로 등장하는데 나름 소신있는 기자로 열연을 한다. 우리 사회에 기자들이 다 저랬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머 어쩌겠는가 사회가 변한것을..아무튼 털털하면서도 예의바른 손진기 기자와도 궁합이 맞고 나름 전산과 출신으로 똑똑하다고 캐릭터를 만들어놓은 성효관(김민희)와도 손발이 잘 맞는편이다.
반면에 내부고발자로 등장하는 윤혁역의 진구는 무언가 연기가 아쉬웠다. 쫓기는것 같기도 하고 나름 무슨 역할을 해낼것 같기도 한데 시종일관 무기력하게만 나온다. 저친구는 무언가?라는 아쉬움이 계속 뒤따라 다닌다.
살짝 간만 보고 끝낸 영화
검찰총장정도되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까지도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언론사의 국장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압박할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것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단지 그뿐이였다. 이들의 음모를 파해치려는 기자 몇명과 엉성한 건설업자 한명의 조력만으로도 핵심에 다가설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무얼 밝혀냈는지도 잘 모르고 그냥 황정민 혼자서 흥분하다가 끝낸 느낌도 든다. 손기자가 사고로 죽었을때나 무고하게 죽은 남자의 애인이 오열할때도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90년대에 등장했던 역사적인 위스키 딤플을 보고 그당시에 인기차종이였던 소나타등의 등장이 향수를 자극한것은 사실이다. 5.25inch, 3.5inch디스켓을 오래간만에 만나보니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그리고 암호풀기를 모든 경우의 수를 종이에 적어가면서 했던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ㅎㅎ..
일부 조작된 세상이라는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걸 더 구체화했어야 하는데 모든사람들이 아는수준에서 그냥 멈춰버리고 성급히 마무리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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