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일반)

'적과의 동침' 신파를 담고 재미는 없어진 동막골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5.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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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영화라는것은 미국에서 가져온 익숙한 컨셉을 이용해서 만든 영화이다. 적과의 동침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다. 우선 한국전쟁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필요가 있는데 북쪽에서는 이 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른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이면에는 영어로 통용되는 'Korean War'에서 비롯됨을 알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보통 휴전선 이남의 대한민국을 가르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와 전쟁을 했는지 알수 없게 된다는 모순점에 이른다.

 

한국전쟁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단일민족사회가 분열되면서 해방공간에서의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하지 못한채 두개의 분단국가상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이유는 여러가지를 나열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배하면서 민족 해방운동의 전선에 우익전선과 좌익전선의 분립이 있었고 양자가 합쳐지기 전에 연합국에 의해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경우 한국과 북한의 현격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우세에 놓여있던 차이에 의해서 전쟁이 반발되었다고 보는것이 맞다. 무기력하고 부패했던 이승만정권 시대에는 1949년에 정부세출의 60%가 적자세출에다가 엄청나게 찍어낸 돈은 물가를 두배로 올리고 공업생산량은 일제 식민지배하에 비해 16.8%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공업생산력은 20%증대, 농업생산력도 140%증대하여 국민의 총샌산 규모는 식민지지배하보다 2배정도 증가했다. 당시 우리가 아는 상식에서는 북한의 군대는 이념만 확고한 못사는 나라의 군대가 아니라 한국보다 경제적인 여건이 좋은 나라의 나름 부강한 군인들이라는 인식이 북한 군인들의 생각일것이다.

 

 

전쟁이 나쁜놈이다.

 

적과의 동침 역시 전쟁이라는것이 우리 삶에 그리고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그리고 싶어했던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석정리라는 마을에셔 벌어지는 무지한 양민과 인민군사이에 교감 그리고 그속에서 싹트는 인민군 장교 정웅 (김주혁)과 마을 주민 설희(정려원)과의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다.

 

한국전쟁은 좌익과 우익의 전쟁처럼 비추어지고 아주 오랫동안 좌파라는 말이 정적을 숙청하고 권력을 잡는데 악용될만큼 한국에서는 뿌리깊은 선입견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전세계에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흔적도 찾을수 없고 실패한 이념이라는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때문일까? 영화 적과의 동침도 이데올로기 따위는 찾을 수 없는 영화로 만들었다.

 

앞서 말한대로 이 당시에 북조선은 남한에 비해 선진국이였다. 김일성은 못사는 남한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을 벌였고 영화에서 장교 정웅은 사상교육에 따랐지만 남한 인민들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살기위해 동조할뿐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닌듯한 모습이다.

 

왜 그럴까? 북한보다 훨씬 못살았던 남한에서 이들이 가진 희망은 무엇일까? 바로 자유의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부패와 무능으로 일관하는 이승만 정부라도 열심이 해서 돈만 있으면 자신의 토지를 가질 수 있을것이라는 토지제도의 개혁과도 닿아 있다. 게다가 토지지주의 땅을 몰수하고 모든 노동자는 평등하다는 정당기반의 공산주의 정권은 당시 한국사회의 농촌공동체 사회에서 이해되는것이 쉽지 않았다.

 

세상 다 사람사는곳이다

 

북한 사람들 그리고 인민군을 생각할때 빨갱이라고 생각하는것은 당시 정부의 대중기만중에 하나였다. 그쪽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다. 잔인하다 그리고 인정사정도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실제는 대부분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역시 석정리에서 벌어지는 적과의 동침은 이런 사실을 영화속에서 표현하면서 전반부에 적당한 유머를 썰어놓고 중반을 지나면서 나름의 러브라인을 그리고 후반부에는 비극적인 전쟁상황을 재인식시켜주는 전형적이고 익숙한 스토리를 써내려간다. 

 

우리의 영화계에서 흔히 써먹고 몽땅연필이 될때까지 써먹는 스토리는 분단되있는 희극과 비극을 번갈아가면서 구사하는것이다. 한국전쟁 혹은 6.25전쟁처럼   적당히 희극쪽으로 밀고 올라갔다가 힘의 균형을 이루듯이 다시 비극으로 내려오고 이걸 왔다갔다하면서 적당하게 상업영화로 만들고 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135분이다. 이 긴 시간동안 관객들은 그래 과거 웰컴투 동막골정도의 감동이 지금 시점에서 전달되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지겠지만 설익은 이데올로기의 해소와 몰입하기 힘든 러브라인은 영화의 완성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그냥 조연으로 나온 인물들의 딱맞는 연기나 웃음을 줄뿐이다. 

 

관객들을 울리는데 집중했지만 살수대첩같은 감정의 이입이 아닌 동내 시냇가를 막아놓고 살수대첩의 흥분을 기대한 꼴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름의 장치를 해놓았는데 그걸 기다리기에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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