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드라마)

'위험한 상견례' 과거에서 코미디를 현실에서 멜로를 그리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4.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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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라는 영화는 복싱대회에 출전했던 이시영때문에 더 유명해진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상견례가 보통 남자나 여자에게는 위험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려운 자리이다. 그런데 위험해진 상견례라고 하면 무언가 복선을 깔아놓은듯한 느낌이 든다. 감독은 위험해지기 위해서 극단적인 지역감정을 끌어들인다. 호남과 영남사람들간의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아주 캐캐묵은 지역감정중 하나로 지금도 정치쪽에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군대에서 전라도는 악역?

 

영화에서 부산에 사는 경상도 사람은 전라도 광주사람에게 빈볼을 맞아서 한쪽눈이 실명당한데다가 군대에서도 전라도 고참에게 고난을 무지 많이 겪었다. 주변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중 하나는 바로 전라도 고참에 대한 기억이다. 누가 언제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고생시키는 고참중에 전라도사람들의 수는 압도적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경상도 사람들도 성격이 그지같았던 사람들도 많은것 같은데 유독 전라도 사람들만 기억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된 역사속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듯 하다. 백제, 신라, 고구려시대로 올라가서 신라에게 백제가 패망한뒤 백제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벼슬길로의 진출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신라의 뒤를 위은 고려 역시 마찬가지였고 왕조가 바뀌었지만 조선 역시 호남사람들의 득세는 이어져 왔다.

 

 

그렇다면 호남사람들의 생존전략을 살펴봐야 되는데 이들은 지역 그리고 가족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험난한 역사의 세월(?)을 헤쳐나갔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정할지는 몰라도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애뜻하다. 우리가 남이가? 를 말하는 경상도 사람들에 비해도 전라도 사람들의 응집력은 상당한 편이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깔고 가기에 위험한 상견례같은 영화의 시도가 의미가 있어지는것이다. ‘현지’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순정만화 작가인 전라도 순수 청년 현준은 펜팔에서 만난 경상도 여인 다홍과 알콩달콩 연애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이건 머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을 꼭 로미오와 줄리엣만큼의 뿌리깊은 가문의 싸움으로 이어가려는 얕은 수가 보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봐줄만은 하다.

 

코미디는 어른들의 몫

 

송새벽이라는 약간 무미건조하게 대사하는 느낌의 배우와 경사도 말을 하는 다홍보다는 투수와 타자 출신의 양가 어른과 주변에 포진해있는 조연들의 추억담이 코미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과거를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그때 그시절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박남정의 특별출연과 해태와 롯데껌까지 등장시키면서 아련한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투리의 말싸움들은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연기할 수 있는 조연들로 인해 극대화되고 있다. 그런데 사연들이 너무 많다. 주연인 현준과 다홍의 만남과 이별속에 이들 양가의 과거사들이 너무 많이 스크린에 등장하면서 어느새 상영시간은 2시간까지 늘어나버렸다.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를 관객들에게 걱정시키면서까지 많은 이야기가 옵니버스 스타일의 영화처럼 짜임새 있게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생각없이 보기에는

 

송새벽은 이 작품까지 자신의 스타일인 어눌한 말투로 승부를 보고 있다. 관객들은 쉽게 식상해하고 질리는것도 빠르다. 조연들의 활약속에 어느정도의 웃음코드를 이끌어냈지만 확실한 한방을 가지지 못한 영화이다.

 

요즘 보면 지역감정이 있어서 지역적으로 대립이 되는것이 아니라 지역감정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역감정이 생기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위험한 상견례를 멍때리며 웃다가 나오기에는 무난하지만 케케묵은 과거속의 향수를 지역감정으로 풀려고 했던 감독의 얕은 수가 너무 빨리 파악된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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