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드라마)

'수상한 고객들' 넌 코미디냐 드라마냐? 정체가 모호한 영화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4. 21. 07:47
728x90
반응형

수상한 고객들의 예고편을 보면 관객들이 기대하기에 완벽한 코메디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주연배우인 류승범도 그렇고 성동일과 박철민이라는 배우조차 대부분 무거운 역보다는 가볍고 코믹한 역을 많이 맡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코미디보다 드라마쪽에 무게를 많이 실은듯한 느낌이 든다.

 

수상한 고객들에서 업계 최고의 안하무인 보험왕 배병우는 결국 보험사에서 많은 돈을 받는 연봉자이다. 보험사가 설계사를 교육시킬때 두가지를 인지시키는데 이는 거의 자신최면과도 다름이 없다. 자신이 하는 일은 고객의 꿈을 위한것이며 고객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정금액을 넣었을때 피드백 받을 수 있는 돈을 비교하면 강원도의 카지노와 온라인 도박, 로또를 비롯하여 보험과 비교하면 보험이 가장 낮다. 즉 보험사는 리스크와 꿈을 담보로 너무나 많은 돈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5,000원만 받아도 될것을 10,000원으로 불려 받고 이를 보험사와 설계사가 나누어 먹는 형국이다. 대부분의 보험을 가입하는 사람들은 형편이 아주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다. 대부분 돈이 필요해서 언제 해약할지도 모르고 안정적인 급여가 꾸준히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시내에 가보았는가? 대부분의 거대한 빌딩은 모두 보험사 건물이다.

 

목숨을 담보로 행복을 꿈꾸다.

 

자신의 목숨값은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K방송에서 요즘 하는 프로중에 월스트리트를 조명한것이 있다. 월스트리트가 잘하는 짓은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다양한 투자자금을 현재로 끌어오는 일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개발한 상품중에 하나는 생명보험의 상품화로 자신이 죽으면 나올지 모르는 일정금액을 담보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즉 사망시 3억을 받는다면 이 생명보험증권을 넘기는 대가로 1억 5천을 주는 형태이다.

 

 

세상은 점점더 불투명해지는 느낌이다. 얼마전에 미국의 투자등급을 S&P가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20년만에 미국이 처한 굴욕상황이다. 일본의 대지진사태에 이은 원전사태까지 우리의 실생활이나 경제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요즘에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해보면 나 정말 힘들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이는 내가 지금 상황이 정말 힘들다라기보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말을 반영하는듯 하다.

 

수상한 고객들은 불확실하고 험한 세상살이에 대한 담보로 보험을 들고 결국 희망의 끈은 보험 하나뿐으로 귀결되어 가는 서민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보험을 가장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바로 자신의 생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보험이라는 비즈니스가 성립되지 않는다. 보험은 고객에게 많은 돈을 주기위해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리스크가 없는 고객들을 골라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성공만이 최선인 인간

 

영화에서 류승범의 캐릭터는 다른 사람의 삶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출세지향형 인간이다. 10억 연봉자를 꿈꾸고 있을만큼 화려한 언변과 비인간적이라고 보일만큼의 철저한 계산이 어우러져 돈과 출세를 쫒는 캐릭터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고객들은 우리 주변이나 포털들의 기사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신파적인 내용이다. 현재 능력도 없는데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의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 오부장이나 사고로 남편을 잃고 네명의 자식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과부 복순, 사채없자들에게 쫒겨 살아가는 소녀가장 소연, 멀쩡한 허우대지만 사람 구실 못하고 돌아다니는 영탁까지 대한민국의 어두운면을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삶을 아랑곳하지 않았던 배병우가 덫에 걸리면서 이들에게 AS를 해줘야 되는 현실에 직면한다. 돈, 성공만을 바라보던 주인공이 살기위해서 죽음을 선택해야 되는 이들의 삶에 끼어들면서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 혹은 신파극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미래를 대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한국사람들

 

한국의 출산율은 낮다. 출산율이 낮다는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은데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라라는 의미도 된다. 영화에서 과부 복순은 홀로 네명의 남매를 키운다. 네명의 남매를 키우는것은 한국에서 자산가나 억대연봉자 혹은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연예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밥그릇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다고 해서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될까? 얼마전 통계에서 보듯이 초등학교 졸업자의 50%가 평균 월 1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이라는 사회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은 복순은 과연 미래를 대처한 사람일까? 자신의 미래능력을 예측하지 못하고 기러기 아빠가 된 오부장이나 사채이율의 무서움을 전혀 모른채 돈을 빌린 소연과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았지만 사회의 복지안정망의 부족으로 거렁뱅이처럼 살아가는 영탁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처하는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

 

사회가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주변사람들이나 책에서 배워야 하지만 그것 또한 여의치 않는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 미래를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엮인 우연들 속에 현실 반영적인 자그마한 에피소드들의 연속이 때로는 사회의 어두운면을 보는것같아 가슴이 아린다.

 

 

이런 개고생도 없다.

 

고객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오~~~라고 외치면서 돌아다니는 배병우를 보면 사회가 만들어놓은 배타적인 이면이나 넘어설수 없는 장벽을 느끼곤 한다. 일부 사례를 보면 현대차 정규노조가 자신의 자식에게 입사혜택을 주자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이제 노동자가 아닌 특권층으로 가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는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과 수상한 고객들의 자살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만 자살은 터부시되고 있는 사회의 금기어이다. 우리는 자살자나 자살자의 유가족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다. 비참한 현실속에서 살고 미래에 대한 꿈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삶에 치인 수많은 사람들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조절한것은 원맨쇼의 달인 류승범이었던것 같다.

 

수상한 고객들 보면 이야..이거 정말 웃긴데? 혹은 정말 눈물이 쏟아져..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드라마라는 판을 벌려놓고 살짝 얹저리에 코미디를 올려놓은것 같은 느낌의 영화.

 

이제는 같이 풍요롭게 살기는 힘든 세상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같이 평범하게는 살수 있지만 일부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고 불평등한 지니계수의 증가처럼 누군가는 미래가 불확실해진다. 그 이면에서 보험사들는 불안감을 이용해 또다른 풍요를 누리려고 하고 이것도 저것도 없는 사람들은 도박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유토피아적인 세상은 없어도 바람직한 세상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가능하지 않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