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드라마)

'이층의 악당' 노련한 한석규 VS 망가진 김혜수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0. 11.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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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악당이라는 영화를 시사회로 감상하게 되었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라는 영화를 살짝 꼬아서 만든 영화같기도 하고 외국의 유사한 스타일의 영화들을 카피한것 같기도 한 영화는 김혜수와 한석규 덕분에 독특해진 느낌이다. 특히 이제 나이가 상당히(?) 들어보이는 한석규는 역시 나이가 만만치 않은 김혜수와 과거에는 인기있는 청춘남녀였던것을 생각하면 가는 세월은 잡을수가 없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영화는 단순히 보면 돈을 목적으로 숨어든 세입자 창인과 남편이 죽기전부터 인생의 어떤 의미를 잃어버린 유부녀 연주간의 이상 요란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이면에는 현재 재벌 2세의 무모한 회사운영과 문화재에 대한 인식, 연예계에 대한 문제인식등이 이곳저곳에 잘 스며들게 풀어 놓았다.

 

물론 영화속에서 조금은 억지스러운 장면이 아예 없었던것은 아니나 그리 흠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방을 노린느낌도 아니지만 잔잔한 웃음과 가련한(?) 한 남자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든듯한 모습이 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까칠한 여자 김혜수

 

역시 까칠했다. 영화속에서 김혜수는 까칠한 모습을 제대로 연기했는데 딸 성아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창인에게 2층방을 내어준데에는 단순히 돈문제만은 아닐꺼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엣지녀 김혜수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매일 술에 기대어 잠에 들고, 사람들에게 쉽사리 독설을 내뿜는 초절정 히스테릭녀 ‘연주’로 등장하는데 정말 많이 망가진 모습이다. 이제는 나이들은 중년연기자로 가기 위한 단계를 잘 밟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창인’에게 “한국 남자들은 나이 처 먹으면 남 일에 참견해도 된다는 국가 자격증이라도 발급 되요?”라고 쏘아붙이는데 보통 여자는 일을 해결해주기를 바라는것이 아니라 자기의 소리를 들어주기를 바라지만 남자는 해결하려고 드는 문제를 꼬집은것이다. 이 영화의 무대는 복잡한 미로 같은 집안의 구조로 소통이 단절된 캐릭터들의 관계를 암시하고, 인물들의 동선을 복잡하게 구성하며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일조한다.

 

영화속에서 김혜수의 딸로 나오는 성아는 예전의 미달이를 연상케한다. 어릴때의 그 인기를 잊지 못하고 대중의 관심을 여전히 받고 싶어하지만 어릴때 인형같이 이쁘게 생겼던 아이들의 사춘기처럼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면서 결국 자살(?)을 결심하는데 나름 깔끔한 마무리이지 않았나 싶다.  

 

노련한 한석규

이제는 주민번호를 자기 입으로 말해야 할만큼 한석규의 나이는 불혹을 확실히 넘어서 버렸다.

 

영화속에서 연주가 창인을 바라보면서 늙어가기 싫다고 하는 장면에서 무언가 나이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는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특히 독특하게 거실 한가운데 자리잡은 지하실 문은 100년 된 유럽산 문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구심점 역할은 물론,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창인(한석규)의 지하철 탈출 사투를 더욱 극적이고, 코믹하게 보여주는데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모호한 사랑놀이로 지독하게 우울한 일상을 살고 있는 연주를 꼬시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던 창인은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결코 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선하던가 정당하지도 않은 나름 인정미가 있는 캐릭터이다.

 

돈 20억때문에 무슨일이든지 마다하지 않을것 같은 창인은 모든것을 순조롭게 해결하려고 하지만 사춘기의 방황으로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정아 학교 보내야 하지 좀 기분 안좋으면 가게 안나가는 연주 일하게 만들어야지..힘들고 고된(?) 작업을 하면서 빌어먹을 집안에 세들어 사는 사람이다.

 

다들 이렇게 살아간다.

 

몰래 빼돌려 투자했다가 아버지한테 들킬까봐 안달하는 재벌 2세 하대표에게서는 세상 물정 모르고 자란 캐릭터 냄새가 물씬나고 옆집에 관심많은 할머니는 우리네 이웃과 닮아 있다.

 

특히 송실장(?)은 건달이면서 하대표의 수족노릇을 하는데 달인의 김병만처럼 단신으로 상당한 콤플레스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잠깐 학교로 돌아가보면 노래 만만하니의 주인공 동호가 성아를 괴롭히는 역으로 등장하는데 학생들이라지만 누군가를 짓밟으려는 어른들의 흉내욕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집 세트 구성을 빼고 매우 단조로울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노련해진 한석규와 망가지는 김혜수의 연기에 힘입어 영화의 색채와 재미를 살려냈다. 가벼운 이미지를 벗고 무거운 연기만 했던 한석규가 다시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간것 같은데 이 영화는 이들 둘의 연기가 없었다면 그냥 뻔하디 뻔한 영화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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