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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 대체 천재수사관은 어디에?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0. 10.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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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은 한국에서 CG를 제작했다고 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제 CG제작은 선진국에서는 평준화된 기술로 헐리우드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한국이나 인도등에서 만드는것이 일반적이다. 즉 컨텐츠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대부분 원청에서 하고 그에 따른 표현은 하청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자체기술로 제작등을 앞세워서 컨텐츠 경쟁력대신 기술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측천무후는 많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중 하나이다. 여걸로 전무후무한 중국의 주인공이 된바 있으며 당태종의 사랑을 받았다가 다시 당고종의 왕후가 되고 당고종이 죽은후 아들을 섭정하면서 결국 여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어찌보면 정치적으로는 성공한 캐릭터일지는 모르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매우 표독스러운 인물일 수도 있다. 영화는 적인걸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에 세운다. 제국을 호령하던 측천무후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적인걸. 그는 측천무후의 분노를 사 궁에서 추방당했는데 결국 인재는 다시 궁에 불러 들여지게 된다.

 

 영화에서 천재수사관은 없다

 

 1만 7천여건의 사건을 판결하면서도 잘못된 판결이나 억울한 자가 생기지 않았다고 전해질 정도로 청렴하고 강직한 성격까지 갖고 있었던 적인걸은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최고의 영웅이라고 한다.

 

그러나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에서 나온 적인걸의 비상한 두뇌와 뛰어난 추리력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평범한 해결능력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실마리를 가지고 이끌어간다.

 

물론 무술실력이나 나름 볼거리들과 CG로 구성해놓은 장면들은 볼만했지만 딱 그정도의 수준이다. 실제로 존재했으며 당나라 시대의 실존인물이자 천재수사관이었던 ‘적인걸(狄仁傑, 630~700)’의 매력을 찾아보기에는 조금 힘든 느낌이 든다.

 

우선 이영화는 과거의 향수를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데에 플러스 점수를 줄만하다. 유덕화, 유가령, 양가휘는 과거 80~90대의 중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물론 이때에 무협영화도 엄청난 인기가 많긴 했지만 그 인기도 2000년대에는 헐리우드에 밀리고 한국영화에 치이기 시작하면서 그 명맥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서극 감독은 뛰어난 기획력으로, <동방불패>, <천녀유혼>과 같은 볼거리 많은 상업영화를 성공시킨바가 있지만 적인걸은 과거 영화 촉산을 연상시킨다.

 

측천무후를 평가하다

 

측천무후는 665년부터 690년까지 당나라 제국을 통치했던 인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들을 죽이거나 추방했을정도로 과감함을 지니고 있었다.

 

과거 로마 제국시대의 술라와 닮아있다. 술라는 반대파 숙청에 측천무후에 버금가는 인물이지만 지적능력이나 설득력에서는 후한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측천무후는 지적능력에서는 절반정도의 점수를 받을만하고 설득력에서는 낙제점을 육체적인 능력에서는 90점, 추진력은 100점, 운영능력은 70점정도 되는 캐릭터이다.

 

과거 외국과의 문화 교류가 활발했고 상업이 발달했으며, 음악과 시, 문학까지 모든 면에 있어서 정점을 기록했던 당나라는 정관의 치라는 중국이 자랑하는 당태종의 업적을 기반으로 화려함을 가지고 있던 중국역사의 중심이다. 특히 그중에서 당나라 제 2의 수도로 측천무후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라고 알려져 있는 낙양이 영화 속 배경이자 실제 촬영지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과거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다양한 시도가 있는 영화

 

적인걸은 전체적으로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볼만한 장면들은 많이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인체가 자연발화하는 모습이나 얼굴이 교묘하게 변하는 분신술, 유덕화는 녹슬지 않은 무술 솜씨를 보여주는데 극중 적인걸은 전곤(戰棍)이라는 무기를 사용한다. 변형된 포크처럼 생긴 전곤은 끝에 못 종류의 침이 박힌 곤봉 모양의 고대 무기!

 

적인걸의 파트너인 배동래는 다소 급하고 거친 데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성격을 잘 드러내도록 양날 도끼를 가지고 등장하며 측천무후의 최측근 정아는 상대방이 가깝게 다가올 수 없도록 채찍으로 자신을 방어하며 자신을 감추기도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통천부도(通天浮屠)는 실제 ‘비로자나불’의 크기는 높이가 17.4m 정도이지만, 영화 속의 ‘통천부도’는 측천무후의 권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녀의 권력을 위협하는 비밀도 갖고 있는 미스터리한 장소로 등장하는 만큼, 더 거대한 크기의 불상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많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어두운 이면 지하도시는 적인걸에서도 등장한다. 한나라 시대에 지진으로 땅 속에 묻힌 이후 사회 부적응자들이나 범죄자들이 기거하는 공간으로, 금지된 물건들을 거래하는데 라스베가스의 하수구에 사는 사람들이나 피해를 입었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서울의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들 모두 사회의 약자들 혹은 어두운 이면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는 아쉽지만 그런대로

 

영화는 적인걸을 연모하는 정아와 군신관계를 넘어선 측천무후와의 삼각관계와 당시를 재현해놓은 당나라의모습들 그리고 CG 및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나름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오락성은 있다.

 

그러나 과거 홍콩 무협영화에서 느꼈던 아릿한 향수는 느끼기 힘들다. 무협 추리활극을 표방했지만 추리라는것 대신에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볼거리에 치중을 한 느낌이 적잖이 있다.

 

중화주의에 입각해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영화계나 막강한 지원을 해주고 있는 중국정부를 보면서 역사의 힘 그리고 그 안에서 활동하던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에 재평가되고 재조명되는것은 비단 중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역사의 힘을 외면할때 중국과 일본, 서방선진국들은 체계적으로 그 힘을 발굴해가는것을 보면서 10년뒤에 우리세대가 어떤 역사관을 가지게 될지 우려할만하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적인걸이라는 인물의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 중국의 힘은 이정도였다를 알려주는 영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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