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적자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배우 4명의 등장과 함께 과거 걸출한 명작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해서 주목을 받는 영화이다. 금일 개봉을 한 무적자는 말그대로 느와르 영화를 표방했지만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원죄(?)가 있기 때문에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영웅본색을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세대는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정도로 형성될듯 하다. 이들중 성냥개비 한번 안씹어본사람없고 쌍권총의 그리움에 처절하게(?) 친구 혹은 형제와 총놀이를 해본사람도 수두룩하다. 대체 장전된 총알의 개수를 알수 없는 주윤발의 권총은 이미 홍콩영화계의 상식(?)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 노래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장국영의 테이프를 1집과 2집을 사서 수십수백번씩 반복해서 들었던 때가 있었을정도로 어두운 홍콩의 밤거리를 잘 조명했던 영화 영웅본색이기에 무적자에 거는 기대가 컸을수 밖에 없다.
배우를 비교해볼까?
영웅본색이 처음나왔을때는 1986년으로 이때 주윤발과 장국영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다. 즉 지금 주연배우로 출연한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이 네사람이 나이를 핑계로 연기력 논란에서는 빠져나갈수 없다는것이다.
이 네사람의 연기는 못하지는 않았지만 영웅본색에서의 주윤발이나 장국영, 적룡, 이자웅등의 배우의 연기력에는 못미친다. 영웅본색의 배우들은 그 현실에서의 처절함이나 안타까움을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고 하면 무적자의 배우들은 좀 가볍게 표현했다고 할까?
영화는 형제의 끈끈한 정을 그리고 있는데 어릴 적 헤어진 형제 혁(주진모)과 철(김강우). 형 혁은 무기밀매조직의 보스로, 동생 철은 경찰로서 마주한다. 그 어떤 형제보다 서로를 위했던 두 형제는 이제 서로의 심장에 총을 겨누게 되는데 이들 형제는 북한을 탈출하다 헤어진 형제 혁과 철로 설정이 되어 있다.
혁은 영춘과 함께 부산에 있는 무기밀매조직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조직원 태민의 배신으로 혁은 감옥에 갇히고 영춘은 복수를 하려다 다리를 다쳐 허드렛일을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무적자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안타까움과 현실감은 있었으나 느낌이 절실하지는 않다.
의리와 우정사이
사회를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리와 우정이라는 무언가 신뢰가 느껴지는 단어가 얼마나 허망한가를 매번 느끼며 살아간다. 특히 얼마전 10대 집단 성폭행 사건처럼 의리라는것이 얼마나 잘못 왜곡될수 있는 말인가를 잘 알고 있다. 성폭행할때 같이 참여해주는 것이 의리라는데 이들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영화는 형제 혁(주진모)과 철(김강우)의 형제애와 쌍포 혁과 영춘(송승헌)의 의리를 보여주었기에 영화를 보다보면 원작과 많은 부분에서 오버랩될 수 밖에 없다.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혁, 조직을 검거하려는 철,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는 영춘,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이득을 취하는 태민의 얼키고 설킨관계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게 되는데..
의리와 우정이라는 단어는 폼생폼사에서 나오는것이 아닌데 영화에서의 배우들은 멋진 장면을 연출하려고 노력하고 눈물하나로 비극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려고 노력한다. 폼생폼사의 배우들이 눈물을 흘리니 이 영화는 느와르의 장르로 쳐주어야 할까?
영웅본색을 보지 못한 10대나 20대, 30대초반이 본다면 이것이 의리요 우정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영웅본색이라는 영화는 모르니까 말이다. 무적자에서의 의리와 우정은 어떤 색채도 없다. 스토리를 보강했다고 하지만, 주진모와 김강우의 탈북 형제 모습에서도, 주윤발의 모습을 재현하는 송승헌의 모습에서도 2010으로 환생한 영웅본색의 카피본 무적자일뿐이다.
해외의 유명차들을 잘 카피해서 중국시장에 파는 중국 자동차 회사를 본 느낌과 유사한것은 나만일까?
그래도 액션이 있었으면 나았을껄
2010년의 한국의 영화계는 1980년대의 홍콩영화계보다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고 기술의 진보도 있었다. CG도 비교할수 없는 수준인데 진부한 스토리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느와르 + 액션이 나와주었어야 한다.
영웅본색에서의 형제애나 우정을 제대로 그릴수 없을것 같으면 멋진 자동차 추격씬이나 총격씬이 나왔으면 그래도 느와를 표방한 액션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이건머 축축 늘어지는 드라마만 나오니 몸이 조금씩 쑤셔오기 시작한다.
지난 9월 8일 시사회에서 인산인해를 이룰정도로 기대치가 높았던 배우 4명이 등장한 무적자는 열심히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평을 좋게 써주어야 해야 하나라고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그래도 냉정한 평을 써주어야 한국영화계도 발전을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의 의도는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달리 형제애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하는데 이에 더해 혁과 함께 탈북한 영춘(송승헌 분)의 우정이 그려냈다고 한다. 이질적인 존재에게 배타적인 사회, 겉도는 자들의 외로움. 감독은 원작보다 훨씬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폭력성의 문제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그려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1980년대의 홍콩의 밤거리를 부산으로 옮기고 탈북자라는 소재를 첨가하고 그때의 우정과 의리를 표현하기에는 감독의 능력의 한계치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영화 무적자는 말그대로 적을 둘때가 없다는 무적자의 의미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의미를 찾아볼까?
홍콩 느와르 영화의 특징은 한국 조폭영화와는 달리 폭력과 조직폭력배를 미화하지 않는다. 즉 주먹으로 흥한자 주먹으로 망한다는 법칙이 홍콩 느와르 영화에는 항상 반영되기에 청소년들이 막연한 동경을 가지지는 않는다. 감독이 소통과 폭력성의 문제에 비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영화를 연출한데에는 의미를 둘만하다.
탈북자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이 영화속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편이다. 한국사회는 선진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이 아닌 이방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정착하는것은 정착지원금만으로 쉽지 않은것은 돈문제가 아닌 한국사회가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배타적인 문화에서 비롯된다는것을 알 수 있다.
의리라는것이 돈앞에서 얼마나 쉽게 깨지는 유리알같은 의미인지 사람들도 많이 알것이다. 로또 당청금 앞에서 고발과 고소가 남발하고 단돈 100만원 가지고 연락이 쉽게 끊어지는 현실은 무적자가 보여주는 의리가 환상처럼 보여질 수 있다.
영화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커다란 그늘에 퇴색될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을수도 있다. 그러나 무적자만의 색채를 찾을수 있었어야 한다. 영웅본색의 느낌을 살리지도 못하고 액션도 없는 잘생긴 4명의 배우의 평범한 폼생폼사의 연기는 옛 영화의 추억을 더 절실하게 생각나게 한다.
과거 영화 영웅본색을 더 빛나게 한 무적자는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한 영화로 재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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