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여성 액션의 대명사처럼 꼽히던 양자경이 벌써 49세로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을 앞두고 있다. 과거 유명했던 홍콩 여배우들의 흔적을 찾기 힘든 지금 양자경의 모습은 매우 반갑기도 하고 아직도 저정도의 액션을 소화한다는것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다. 검우강호는 한국배우 정우성이 등장해서 한국에서는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무엇보다도 나이를 잊은듯한 양자경을 위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검우강호는 명나라 시대, 8백년 전 사라진 달마의 유해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의 검객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면서 시작한다. 황실의 명으로 달마 유해의 반쪽을 보관하던 지앙(정우성)의 아버지는 달마의 유해를 노리는 암살단에 의해 살해되는데 이때 얼굴을 바꾸기 전에 양자경이 암살자로 등장하고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던 지앙은 얼굴도 바꾼 채 소박한 우편배달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 때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던 지앙은 같은 마을에서 비단 장사를 하는 ‘정징’(양자경)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스토리는 무협지를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봄직한 느낌이다. 워낙 기상천외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써내려가는곳이니 감쪽같이 얼굴을 바꾸는 정도는 밥 말아 먹는것보다 쉬울듯 하다.
누구나 부족함은 있다.
왜 달마대사인가? 달마대사라고 하면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간 까닭만 궁금해하면서 살아온 한국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존재이다. 천축향지국의 왕의 아들로 태어난 달마는 중국에 건너와서 선종을 퍼뜨린 인물로 40년동안이나 도를 닦았다고 한다.
죽어서 이제 미이라만 남긴 달마조차도 현실속에서 부족함을 채우려는 이기심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을수 밖에 없는 현실이 검우강호의 영화컨셉이다.
누군가는 하반신 마비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떤이는 자신의 남성성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어떤이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달마대사의 유해를 찾으려는 것이다. 이 사회는 다른것은 모두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부족한것을 채우기 위해 많은 이들의 조그마한 이익이나 목숨까지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검우강호라는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의 이기심과 과욕이 현재에도 없어지지 않고 모습만 다르게 한채 많은 사람들이 행하고 있다. 다른점이라면 합법적인 법의 테두리안에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고 있다는것만이 차이점이다.
가녀린 모습의 서희원이 이 영화에는 요부로 등장해서 좀 아쉽긴 했지만 대만 대표 배우 ‘서희원’은 미모의 암살자 ‘옥’으로 가녀린 외모와 달리 원하는 걸 갖기 위해선 잔인 무도한 살인도 서슴지 않는 여자로 180도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그녀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것에 조금더를 가지려는 캐릭터로 어떤일이든 서슴치 않고 행동한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몸일지라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의 땅이랄까..
부족함을 부족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모두 피비린내 나는 세상에 살 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다수의 서민에게 피해를 입히게 될것이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영화속에서 양자경과 정우성은 결국 결혼까지 한 부부로 등장한다. 실제 나이로도 많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양자경의 편안한 매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영화 속에서 두 배우는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사랑에 빠지는 ‘지앙’(정우성)과 ‘정징’(양자경) 역을 맡아 뜨거운 검(檢)의 대결을 펼치는데 당대 최고의 여검객이었지만 평범하게 살고 싶어 시장에서 비단 장수를 하는 양자경 캐릭터를 위해서는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비단으로 화사한 느낌을 주었으며, 신분을 감춘 체 우편 배달부로 살아가는 비운의 암살자 정우성의 공간은 눈에 띄지 않게 소박하면서도 그의 부지런한 성격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로 장식했다고 한다.
서로 원수이지만 생각만 달리하면 원수가 아닐수도 있다는것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되는건데 결국 의도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반성하면 서로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살짝 든다.
휘어져서 급소를 찌르는 검을 사용하는 양자경표 액션은 액션 장면에서는 ‘마샬 아츠’의 독특한 몸동작을 살려주는 다양한 검과 무기들을 직접 제작해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4가지 부족한 부분만 채우면 무적이 된다는 혜초 스님의 말이 이렇게 도움이 될줄이야.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
영화에서는 쌍검의 일인자인 정우성은 장검을 비롯 단검, 중검 등 다양한 모양의 칼을 사용하고 ‘여문락’은 독침의 일인자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검 앞에서는 180도 변하는 흑석파의 행동대장으로 등장한다.
나머지 두명은 바로 매력적인 얼굴의 여성 검객 서희원과 흑석파의 책사로 ‘마법사’ 역을 맡은 ‘대립인’은 대만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이며 무대각본가이지만 영화에서는 다양한 마법을 보여준다.
국민배우 ‘왕학기’는 흑석파의 우두머리 ‘왕륜’으로 환관과 카리스마의 이중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립인과 나중에 대결하면서 마법과 무술 두개가 아닌 하나만 잘했더라면 하는 말을 언급한다. 사람이 가진 시간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하나만 잘하기도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하나만 잘할수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도 많다.
영화속에서 액션장면이나 각각의 캐릭터에게 볼만한 장면들은 많이 있었다. 마셜 아트라고 할정도로 매우 유연한 무술 장면이나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서 그런지 기존의 딱딱했던 무술액션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얼굴만 바꿀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본일은 무엇일까? 과거로 회귀하고 싶다던가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은것이 아닐까?
결국 현재의 삶이 팍팍하기에 과거로 가서라도 바꾸고 싶은것이 인간의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검우강호에서의 제1의 살인검이었던 양자경의 전모습은 새롭게 탄생해서 운명같은 만남을 하게 된다. 정우성역시 복수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얼굴도 바꾸고 생활습관도 바꾸었기에 이들의 새로운 삶도 가능했다. 과언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은 생활습관이나 인성을 바꿀수가 있을까? 껍질은 바뀌었지만 속은 그대로라면 결국 겉모습에 현혹된 사람들의 첫 인상만 바꾸었을뿐 바뀐것은 아무것도 없다.
겉모습을 바꾸기는 쉽지만 인성과 지혜 이런것을 바꾸는것은 돈으로도 누구의 강압으로도 할 수 없다는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검우강호는 과거 무협영화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면서 49살이라는 나이가 이제는 여자로서 주연으로서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도 못하는 양자경의 파워를 느낄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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