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일반)

'골든슬럼버' 인생은 쫓기면서 사는거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0. 8.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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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책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골든 슬럼버를 재미있게 읽었던 나로서는 이번에 개봉하는 골든슬럼버라는 영화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 일본영화의 특징이라면 한국사람들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일본에서 흥행을 했더라도 한국오면 대부분 참패를 면하지 못했는데 그만큼 일본사람들의 정서와 한국사람들의 정서는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접한 골든슬럼버라는 영화는 그나마 한국사람들이 접해도 괜찮을만한 수준의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스릴러를 표방했지만 그냥 잔잔한 드라마 같은 수준의 영화 골든슬럼버는 전체적인 캐릭터 조형과 신선한 복선, 유머 넘치는 대화 등 원작의 맛을 어느정도 살려낸 느낌이다.

 

숲의 도시 센다이. 반미 성향을 가진 젊은 신임 총리의 취임 퍼레이드 중 R/C(radio control) 헬기 폭탄이 폭발! 전국민이 목격하는 가운데 총리 암살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 부근에선 택배기사인 아오야기가 대학시절 친구인 모리타와 오랜만에 재회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친구는 아오야기에게 전한다. "너는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 당할 거야. 도망쳐! 오스왈드처럼 될거야!" 오스왈드는 누구인가? 지금 대학생은 아마 모르는 이들도 꽤 있을것이다.

 

 스토리도 모방이 있다.

 

영화에서 이미지라고 하는것은 과거 최고의 아이돌 스타를 구해내면서 정의의 사나이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 2년만에 총리 암살범으로 등장하면 얼마나 극적인가?라는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 케네디 암살사건의 가장 의혹이 가는 부분은 저격범이 경찰에 체포된 후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한 유대인에게 총을 맞고 죽었다는 사실이다. 골든 슬럼버의 주인공 아오야기도 이런 운명의 주인공이다. 누구도 진실을 알리려 하지 않고 오직 이미지만 필요한 세상에 진실따위는 필요없어진지 오래이다.

 

"뭐든 열심히 하는게 중요해, 사는것도, 도망치는 것도"

 

마침 한국에서는 국무총리 산하의 특수직 공무원들이 민간인을 사찰해서 한참 이슈가 된적이 있다. 물론 그 책임자는 차관에 내정되어 있어서 귀추가 주목이 되는데 사람 하나 바보만드는것 아니 사람 하나 매장하는것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쉬운일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 골든 슬럼버는 정부와 언론이 한 목소리로 외치기만 한다면 한 개인은 진실과 무관하게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규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회는 처절하게 서민이 살아남기위해 발버둥 치도록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느끼게 하는 골든 슬럼버는 정치, 사회적인 악재 속 우리 모두가 시달리고 있는 위기의식과 풍요로운 생활 속 처절한 생존본능이 삶의 딜레마 혹은 친구 가족간의 결속의 끈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는듯 하다.

 

일본사람들은 특이한 민족

 

일본사람들은 국화를 좋아한다.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는 깨끗하고 청결하고 조용하지만 무언가 무게가 느껴지는 꽃이다. 그렇지만 속에 칼을 가지고 있는듯한 꽃 국화는 일본인의 숨겨진 모습일지도 모른다. 일본 사람들은 예의바르다 겸손하고 착하기까지 하다라고 하지만 숨겨진 이면에는 폭력성을 가지고 있고 남들을 억누르려는 특징이 있다.

 

 골든 슬럼버에서 주인공인 아오야기는 주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일본인에게 보은이라는것이 어떤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데 일본인에게 보은은 하나의 채무로 인식이 된다. 한국사람들의 은혜보다 더 결속력이나 심리적인 강제력은 훨씬 크다고 보면 된다.

 

일본인의 생각에는 어떤 개인이나 국가가 다른 개인이나 국가에 모욕을 주는것은 비방이나 조소, 모욕, 경멸이나 불명예의 징표를 강요할때라고 보면 된다.

 

아오야기는 그런 범주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끝까지 자신이 받은 누명을 벗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캐릭터인데 선진국대열에 들어서면서 성장과 낮은 고용률에 허덕이다가 무기력해진 캐릭터인데 한국도 이러한 캐릭터가 앞으로 수도없이 나타날것이고 이들을 보살피는것도 사회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다.

 

우리에게 친구는 어떤의미일까?

 

우리의 삶은 많은이들을 만나면서 시작하고 많은이들과 관계를 지속하던가 서서히 멀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과연 내가 어려울때 도와줄 친구가 있을까? 그것도 모든 이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지탄할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란 아마 다섯손가락 안에 들지도 모른다. 어떤이의 책에는 1년이면 지인을 몇명만들수 있다라고 기술했지만 그 관계가 진정한 관계일까? 결국 서로간에 이득이 되지 않는 관계는 멀어질 수 밖에 없는것이 현대인들의 삶이다.

 

골든 슬럼버에서는 아오야기의 도망을 돕는 비밀스런 친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연쇄살인범 가쿠, 아오야기의 첫 사랑 하루코, 불꽃놀이 공장 주인, 과거 조폭 두목, 아오야기가 목숨을 구했던 아이돌 린카 등… 아오야기의 인생에 관련되었던 인물들이 저마다의 장기를 살려 도주극에 참여하는 사소한 스토리들의 결합이다.

 

이 영화에서 가슴이 찡한 부분은 다소 허술한 스릴러의 틀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날수 없는 아는이들과의 신뢰라는것이다.

 

과연 신뢰라는것이 얼마나 유지하기 힘든 현실속의 단어인가? 위기를 접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는 단어 신뢰 이것을 이영화에서는 만나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거짓같은 단어가 튀어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이 된다.

 

영화에서 좋았던것은 바로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에 수록된 명곡 <골든 슬럼버>이다. 이는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놓인 멤버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폴 매카트니가 완성한 노래다. 멤버들을 다시 한 데 불러 모으고 싶었던 폴 매카트니의 곡은 영화 속, 사건을 통해 재회하게 되는 옛 친구들과 동료들의 우정과 연대를 상징하는 장치이자 아오야기 도주극에 동참하는 핵심 인물들을 연결하는 단서로 사용된다.

 

잔잔한 드라마 같은 영화 골든 슬럼버는 한국의 현실과 묘하게 맞닿아 있는 영화이면서 개인에게는 신뢰를 다시한번 곱씹어보게 하는 영화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영화...그러나 책이 더 재미있었던것은 어쩔수 없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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