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악마를 보았다' 당신의 정신을 난도질할 영화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0. 8.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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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했어도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이끌었던 영화 '달콤한 인생'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나로서는 악마를 보았다라는 영화는 무척이나 기대했던 작품이다. 활화산 같은 광기와 얼음장같은 광기는 과연 다를까? 분노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실수를 할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활화산 같은 광기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광기라는것은 결국 인간의 끝에 잠자고 있는 숨은 내면을 끌어낸다는점에서 예술가의 그것과 유사해보이지만 자신과 타인을 파괴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선과 악이 등장하게 되는데 관객들은 막강한 선도 막강한 악을 원하지는 않는다. 비등하게 대결이 가능한 두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결말을 예측하기가 힘들게 만들어야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역시 아저씨와 유사하게 특수 국가조직에서 근무하는 수현을 등장시킴으로써 주인공의 평범하지 않음을 각인시키고 살해당하는 약혼녀 주연을 등장시킴으로써 분노의 여지를 남겨둔다.

 

연쇄살인범 경철은 말그대로 요즘 사회의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으로 우연히 수현의 약혼녀 주연을 토막살해하게 되는데...

 

 

 광기는 정당할까?

 

아니 광기에 의한 살인은 정당한가를 물어보고 싶다. 이 사회는 법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두고 사형제도를 두고 있어서 공식적인 신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인간개인이 하면 안되지만 시스템은 가능하다라는것이 이 사회가 추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리 간단하고 시스템에 의해서만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수현같은 광기가 사회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는것이다.

 

선량한 시민이 변한다라는 컨셉은 이제 식상해질만큼 영화의 단골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즉 선량한 마음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것이 이제 힘들어졌다는것을 영화속에서 소재로 등장시키고 있다. 흔히 착한사람을 '법없이도 살사람'이라고 말한다. 과연 법없이도 살사람이 잘사는 사람일까? 결국 이사람한테 치이고 저사람한테 치이고 권력자들 마음대로 해도 흥 저래도 흥 술에 술탄듯 물에 술탄듯 색깔없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왠만한 사람한테 원한을 사지 않는 사람으로 법없이도 살사람이라고 말하는것이다.

 

광기가 섬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한 캐릭터라면 아마 조커를 꼽을수 있을듯 하다. 물론 예전 배트맨 시리즈가 아닌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말그대로 인간이 판단하기 힘든 깊이의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커는 대량살인범이지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같은 연쇄살인범은 아니다.  그에 비하면 악마를 보았다의 수현과 경철은 좀더 인간적이다. 그냥 자기 욕망을 위해서 혹은 복수를 위한 광기를 보여주니까. 그러나 이영화의 여운은 마음 깊숙한곳에 자리잡아 우리의 악마를 깨우던가 아니면 두려움만 남게 된다.

 

 악마를 보았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고 나서 범죄중 살인은 제일 환영받지 못하는 행위였다. 수백년동안 살인자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의문을 품어왔지만 대부분 한가지로 처리되어 왔다.

 

살인자 혹은 범죄자들은 태어날때부터 그런 사람으로 태어난다는것이다. 사회적인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본능을 통제할수 없는 악마라고 규명을 해왔다. 특히 예전에는 골상학만 가지고 그사람의 범죄적 특성을 알아낼수 있다는 관념또한 존재한다.

 

최민식이 맡은 연쇄살인범은 그런말을 하고 싶었던것이 아닐까?

'내가 말할 수 있는것은 악마가 나를 사로잡았다는 사실뿐이다. 악마가 나에게 재미있는 일을 해볼때가 되었다면서 나를 부추기고 쿡쿡 찌르면, 나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 연쇄살인범인 피터 스카우트의 진술에서...

 

연쇄살인범의 특징은 대부분 사람을 죽일때의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일지라도 자신에게 고함을 지른다던가 무례하게 구는경우를 못참는다. 그래서 연쇄살인범의 부모들이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되는경우도 많은편이다.

 

연쇄살인마 경철은 계획적인 범죄자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평균 혹은 그 이상의 IQ를 가지고 있으며 성적인 능력도 좋고 범행을 저지를때 침착하다 그리고 자동차를 가지고 있어서 이동성이 높다는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왜? 학생들의 등하교 차량을 운전하는지 그리고 왜 고급차를 몰고다녀야 하는지 아는것은 결국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늦추기 위한 그들의 사회적인 행동에서 비롯된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영화속에서 수현은 냉철하고 범죄자에 대한 일말의 자비심따위는 없다. 그러나 이성을 가진 캐릭터이다. 영화를 보기전에 악마에게 전염되어서 자신의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영화를 보고나서의 느낌은 틀리다.

 

연쇄살인범들도 침착하기는 하지만 폭주를 하기 시작하면 수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수 밖에 없다.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누군가는 더러운일을 해야 한다면 수현이 그런역할을 맡았다는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쇄살인범 경철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 한군데씩 망가뜨리고 돈까지 줘가면서 쫓아다니는 장면은 아슬아슬하고 뒷 맛이 깨운치 않다.

 

보통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움직이는 살인기계라는것이다. 기회만 되면 살인하며 자신이 가는길에서 범행 대상자들을 물색한다. 희생자가 누구인지는 만나서 살인하기 전까지는 알수 없는 최악의 로또나 다름이 없다.

 

누군가는 해야 되는일이지만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일을 맡은 수현의 캐릭터는 끊임없이 슬픔과 분노를 번갈아가면서 자신에 대한 번뇌를 잘 연기해내고 있다. 너무나 연기를 잘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안타까운 영화가 바로 악마를 보았다라는 영화이다.

 

 잔인함의 절정

 

고어물을 여러번 본적이 있지만 악마를 보았다처럼 뇌리에 박히는 영화는 드물다. 고어물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가정을 하고 보게되는경우가 많지만 악마를 보았다는 점점 캐릭터에 몰입을 하게 만들며 현재까지 영화에서 표현된 잔인한 장면을 넘어서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면장면이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영화에서 최민식의 연기는 그자신이 악마가 되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들정도로 날이 선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병헌의 역할이 절제할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최민식은 입에도 담기 힘들정도의 인간쓰레기의 절정을 보여주어서 더 영화가 악마성을 띠고 있는것 같다. 추격자에서 하정우는 최민식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같은 캐릭터라고 말할수 있을정도이다.

 

내 영화 포스팅에서 스포일러가 없다는것은 많이 방문한사람들은 알것이다. 그러나 단일범이라도 복수의 범행을 저지르면서 복수의 동기를 가질수 있으며, 심지어 단일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복수의 범행 동기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은 끝부분을 보면 이 포스팅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악마를 보았다는 근래 같이 개봉한 영화 '아저씨'를 어께에 힘이 들어가있으면서 유쾌한 영화로 만들어버릴정도의 묵직함을 가진 영화이다. 두 걸출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최민식과 이병헌을 필두로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까지 폭력성의 극한을 그리고 있다. 연쇄살인범 경철은 연쇄살인범의 특징인 광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광기의 경계마저도 넘어서는 괴물이다.

 

인간이 보여줄수 있는 폭력의 극단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머리속에 제대로 각인시키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자신에게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악마성과 이런 사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유영철같은 연쇄살인범이 스물스물 기억속에서 기어나오면서 불쾌한 느낌을 가슴깊숙히 각인시킨다.

 

당신이 상상했던 악마 혹은 이 영화에 비하면 코미디같은 해피엔딩의 아저씨보다 더 충격적인 영화를 접하고 싶다면 악마를 보았다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인생은 예측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당신은 희생당하고 나서야 희생자를 알수 있는 연쇄살인범앞에서 좌절 혹은 절망을 느끼며 인생이란 때론 예측이 불가능한 삶이란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경철의 친구 태주의 동거녀의 캐릭터표현(혹시 스톡홀름 신드롬?)이 좀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연쇄살인마 경철이 과연 어린시절의 학대 혹은 불우한 가정생활에 따른 정신적인 문제때문에 그런 범죄적인 인성이 각성되었는가라는 물음표가 해소되지 않은채 끝을 맺었다는것이다.  

 

추가 : 현재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는 화학적 거세는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강간이나 기타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믿음 때문에 유럽이나 여러 나라에서 수술이 수천건 이상 이루어졌으나 성범죄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국회에서 국민에게 마치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인양 선전하지만 지난 수십년동안 성범죄자를 거세하는 대신 테스토스테론의 효과를 억제하는 특수 약품을 투여하는 방법을 택하고 일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계속적으로 더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해야 했고 궁극적인 치료법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쇄살인범의 범죄적 인성은 사회적 병리학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들의 범죄적 인성이 충분히 성숙되어서 범죄의 형태로 드러나기전까지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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