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이끼' 조연들의 연기력 향연을 보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0. 7. 15. 08:00
728x90
반응형

이끼라는 영화는 오락영화이면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보여진다. 호평이 있었던 원작이 있엇기에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어느정도 예상되었던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만든 강우석감독은 이런스타일의 영화를 찍는 사람이 아니었다. 숨겨져 있는 사실을 밝힌다던가 하는 그런 스토리구조의 영화를 찍은적이 별로 없었다. 실미도나 공공의 적 모두 뻔히 아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정의는 이긴다던가 분노를 표출시키는등의 뻔히 보이는 흥행요소를 가지고 영화를 제작했다.

 

좋게말하면 어느정도 제작비를 건질수 있고 대다수의 관객들이 수월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제작했다는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작품성은 뒤로하고 안정성만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가족인가?

 

영화의 시작은 20분간의 천용덕과 유목형의 사연 중 일부를 의문처럼 제시하고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왔던 해국(박해일 분)이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 분)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으면서 시작한다.

 

20년간이나 의절하고 지냈지만 피가 물보다 진한 탓일까? 아니면 그냥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일까? 마을의 이상한 공기에 둘러싸여 해국은 아버지의 죽음에도 점점 의문을 품게 되던 중, 마을 사람들에게 서울에 가지 않고 이곳에 머물것을 선언했다.

 

21세기의 한국사회는 점점 가족간에 연결성이 미약해져가고 있고 물질 만능사회에서 부모라도 능력이 없으면 자식에게 홀대받기 쉽상이다.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뜻하는 유교의 도덕규범 효는 이제 과거의 모습으로 사라지고 있다. 어버이를 잘  섬기는 일은 바로 돈이 있는 부모를 아니면 영향력이 남아있는 부모를 잘 섬기는일로 왜곡되고 있다.

 

물론 영화속에서 해국이 그런모습이라는것은 아니지만 결국 가족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상한 이 마을에 집착을 보이는것이 아닐까?

 

손뼉도 마주쳐야 한다

 

이 영화는 조연이 하나같이 쟁쟁한 배우들로 배치가 되어 있는데 이장 천용덕(정재용)을 비롯해서 하성규(김준배), 김덕천(유해진), 전석만(김상호), 이영지(유선) 등 다들 연기파 배우인데 마을을 둘러싼 비밀에 모두들 하나같이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광기를 가진 인물이나 순박하고 친절해 보이는 모습 그리고 폭력성을 가진 마을사람들의 모습에서 능수능란한 각자의 역할을 감상할 수가 있다.

 

폭력성과 유머 그리고 포커페이스 같은 연기, 시골의 순박한 모습을 적절하게 믹싱하면서 스릴러 장르라는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데 때로는 긴장감을 주었다가 시골사람들의 순박함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보여주었다가 곳곳에 영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암시가 되는 장면들을 숨겨놓았다. 강우석감독은 적절하게 관객들의 긴장과 해소를 번갈아가면서 긴 러닝타임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지 않는다.

 

선악의 대결은?

 

요 근래 나오는 영화들의 특징을 보자면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액션영화를 제외하고 대부분 영화가 완전한 선도 없고 완전한 악도 없다.

 

영화는 마치 이장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을 악 그리고 해국을 선처럼 그려서 선악의 대결처럼 초기에는 끌고 나갔으나 영화가 중반으로 갈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과거에 뒤엉켜가면서 점점더 가치판단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조그마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장과 마을사람들간의 정치적인 느낌도 약간 풍기긴 하지만 이들의 역사가 결국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에 물음을 던지게 한다. 인간은 누가 인간다운지 아니면 덜 인간다운지 판단할 능력이 있을까? 혹은 누가 선인지 누가 악인지 명확한 판단이 가능한가?

 

결국 법이라는것도 인간이 만들어놓은 제도에 지나지 않는다. 법이라는것이 정의로운것이라고 착각을 하지만 결국 법을 해석하는것은 인간이기에누가 누구를 구원하고 심판한다는것은 철저하게 자신기준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것이다. 아동성폭행범이 가장 극악범인가? 아니면 사기로 가정을 망쳐서 그 아이들이 미래에 아무런 희망을 가지지 못하게 한것이 가장 극악범인가?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준으로 사회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관객들 손에 남겨진다.

 

영화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관객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다.

 

이끼라는것이 무엇인까? 그늘진곳에서 아주 조용하게 축축한 느낌으로 존재하고 있는 작고 부드러운 식물이다

 

아주 작은존재같은 인간은 이끼같은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이끼는 우주공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를 심판한다던가 구원하기는 힘들겠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끼처럼 극단적인 환경을 좋아하고 지구에서도 가장 험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원작의 마을은 마치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져 있는 듯한 또 하나의 세계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바깥세계에서는 쉽게 알기 힘들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이 마을을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찾는 것이란 불가능할것 같지만 어디선가는 인간들은 존재하고 생존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