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심야의 FM' 살아남을수 있는자 어떻게는 살아남아라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0. 10. 18. 06:30
728x90
반응형

영화를 보는것은 그 상황에 빠지는 삶을 느끼는 대리만족이다. 특히 스릴러 영화는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완성도 면에서 만족할만한 영화를 찾기가 어렵다. 영화의 컨셉인 라디오의 좋은 청취자의 조건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 FM진행자를 슬프게 하지 않는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호통개그의 박명수보다 잔잔하면서 수애같은 스타일의 목소리 톤의 라디오 진행자가 좋다.

 

어른의 시간은 아이의 시간보다 훨씬 빨리 간다고 한다. 즉 어른이 될수록 시간의 소중함을 더 깊게 이해하기에 젊은 사람보다 신중할수 밖에 없다. 젊은 사람들은 쉽게 버릴시간이지만 어른의 시간은 그러기에는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살아남을수 있는자는 죽을힘을 다해 살아남아라

 

영화는 여러 사람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있다. 주요인물들이 포함되었는데 살아남을수 있는자들은 죽은 사람들을 배려해주기에는 자신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

 

살아남은자의 슬픔이라는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평가되어야 하는 삶들.

 

삶이라는것이 게속 우리 주변에서 멤돌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반을 조금씩 망가뜨리고 있는데 심야의 FM에서의 유지태는 나름 안정적인 수입을 영위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라디오 진행자 수애(선영)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선영의 목적은 딸의 건강이었고 연쇄살인범 동수의 목적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자신만의 당위성이었다.

 

동수도 삶을 위해서 죽을힘을 다했고 선영도 삶을 위해서 죽을힘을 다했다. 누구의 삶이 더 처절했을까? 핸들을 잡고 있는 동수일까? 조종을 당하는 선영일까? 안타까운 현실이 만감을 교차하게 한다.  

 

 사람은 신중하게 살아도 실수하는 일이 생긴다.

 

노래부터 멘트 하나까지 세심하게 방송을 준비하는 그녀 선영은 아나운서 출신에 매우 바른말을 하기로 유명한 공인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바른말을 할수 있는 공인이 있나 생각하게 할정도의 인물로 그려진다.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으로 높은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녀조차도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자신의 모든것을 걸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중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산다. 가치기준도 틀리고 사람을 대하는것도 모두 틀리다. 그러나 신중하게 해도 사람은 불안정한 존재이고 아직 미완성의 모습이기 때문에 항상 수많은 일에 휘말리는것도 사실이다.

 

항상 신중하고 당당하게 살았던 그녀가 아니면 우리가 연쇄살인범의 대상이 되리라고 생각할수가 있겠는가? 그녀에게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청취자 동수(유지태)로부터 시작되는 협박!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그가 이야기하는 미션을 처리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죽는다.

완벽주의의 자그마한 빈틈 그리고 신중함속에 들어있는 메뚜기 뒷다리정도의 빈약함은 상대방이 자신의 삶이 포기하면서 덤빌때는 치명적인 약점이자 폭탄으로 삶을 사정없이 파고들어온다.  

 

 연기는 반반의 만족감

 

오래간만에 한국영화를 재미있게 본것이 바로 심야의 FM이라는 영화이다. 시간적으로 볼때 2시간이라는 제한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긴박함은 덜했지만 적어도 흥미와 긴장감은 충분히 전달했다.

 

유지태의 연기는 그리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아주 나쁜편도 아닌 평범한 연기수준이었다. 반면에 수애의 연기는 완벽주의를 거쳐 여자의 연약함에서 조디포스터의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에 강력한 조력자로 등장한 손덕태 역의 마동석은 오버스런 연기때문인지 영화에 몰입하는데 약간의 방해(?)가 된 캐릭터이다. 게다가 끝까지 불사신같은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끝까지 고선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우울한 팬의 모습이기에 더욱더 아쉬움이 배가된다. 끝부분에 살짝 웃음을 보여준 수애의 모습을 그대한 관객이라면 기대할만 하다.

 

최송현은 작가역의 박경양으로 등장하는데 이제는 조금 안타깝기 까지 하다.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보았을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주연을 맡을 역할이 아닐뿐더러 비중있는 조연을 맡기에는 연기력의 내공조차 부족하다. 그냥 감초역할정도로 만족하면 좋겠지만 자신이나 소속사 입장으로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연예인을 하는것이 아닐텐데..하는 생각이 드는데 최송현의 5년뒤에 모습은 과연 어떤 위치에 있을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영화속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은 FM진행자로서 과거의 행적을 묻는 나름 괜찮은 설정을 했었으나 그건 몇번에 지나지 않았고 극적인 긴장감은 거기서 풀어지기 시작한다.

 

누가 시키는 대로하면 살수 있다라던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킬수 있다라는 컨셉은 헐리우드에서 너무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이다. 관객들은 압도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벗어날까라는 기대와 어떻게 역습을 할까라는 타이밍과 방법에 몰입하게 된다.

 

딸을 지키기 위한 수애의 과감한 액션이 돋보이면서 상황마다 적당한 연기변신이 영화의 기본적인 흥미를 지켜주었지만 그에 반해 쪼였다가 풀어주는 연쇄살인범 유지태의 연기는 애매한 느낌이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슈가 다시한번 극장에 등장하면서 이 사회가 국민들이 그리고 영화계가 얼마나 연쇄살인범이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고 머리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공포감을 자극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주변의 이웃이 언제 성범죄자로 변신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연쇄살인범은 어느곳에나 있다는 공포감, 등등..

 

영화는 짜임새면에서 부족한부분이나 배우의 연기력에서 물음표를 던질부분도 있었지만 수애의 연기는 만족할만 했다. 그러나 이 사회가 영화계까지 공포감을 자극하는 영화만 줄줄이 쏟아낼정도로 시류에 편승한다면 건강하고 바른 사회를 만드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기에는 걸림돌으로 작용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만 극대화시키는 풍요속의 빈곤함을 처절하게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릴러 영화로서 괜찮은 한국영화 심야의 FM...수애는 매력적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