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있는 고전게임을 영화화했다고 해서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다.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편은 유비소프트사의 인기 비디오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를 기반으로 줄거리와 주요 컨셉을 영화로 옮겼다.
비디오게임이 영화로 되는것은 이제 흔히 볼수 있는일이 되어가고 있다. 쓸만한 스토리의 부재라고 볼 수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의 대중성을 또 다른 분야로 접목한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흔히 말하는 왕자가 공주를 구한다는 뻔한 설정이지만 마치 캐러비안의 해적의 육지판을 보는것처럼 보는 내내 유쾌한 영화이다.
주인공 다스탄은 중세 페르시아의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라만 왕은 페르시아 일대를 호령하는 용감무쌍한 군주의 눈에 띄어 왕권에는 가지 못하는 왕자인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대의 단검을 둘러싸고 진정한 용기를 가진 페르시아의 왕자와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반역자, 그리고 단검을 비밀의 사원으로 가져가야만 하는 공주의 운명과 엮이게 된다.
시간이라는 운명
시간은 어떤 한 사람에게 있어서 유한하다. 그리고 되돌릴수 없다는 비가역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젊음을 되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가 있다. 외모는 돈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지나가버린 시간은 다시 잡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하고 살아간다.
영화는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고전적인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시간이라는 중요한 보물이 있다. 시간의 단검이라는 고대의 보물은 유일하게 누른 사람만이 기억할 수 있고 과거로 다시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현재의 경험과 기억은 그대로 간직한채 과거에 했을 어떤 실수도 바로잡을 수 있고 또 운명을 바꿀수도 있다는것..
사람들은 흔히 시간 죽이기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말을 바꿔 말하면 내 인생 소모하기와 동일한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긴 시간속에 현재의 찰나 혹은 한시간, 하루, 한달은 내 생명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죽기전까지는 인생의 유한함을 항상 잊고 살아간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일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살아가지 않는다면 결국 삶의 끝자락에서 시간이라는 운명을 부질없이 흘려보냈음에 한탄해하면서 눈을 감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모래라고 지어진 이름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 모래를 두손으로 꼭 잡아보았는가? 모래는 웅켜쥘수도 없을뿐더러 어느새 손 사이로 빠져나가서 손에 남는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시간이라는 운명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나를 어떤 운명으로 살아가게 할지 중요한 열쇠가 된다.
가슴속에 옳은일이란?
영화 300을 기억하는가?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를 공격한 제국은 바로 페르시아 제국으로 야만적이고 정복욕 강한 국가로 그려진다. 그러나 페르시아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면 그것은 정당하고 시대의 대세에 순응한것이다.
페르시아의 왕자 다스탄은 알라무트를 공격하면서 큰 공을 세우게 되는데 결국 이것은 침략의 다른 이름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정당한 일이 있고 옳다고 믿는일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행하는 모든 일들이 이 세계에 사는 모든이들에게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것을 보통 간과하고 살아간다.
다 같이 더불어 사는 삶에서 옳은일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다스탄도 어떤 일이 옳은 일이라는것은 알고 있지만 알라무트를 공격하고 알라무트를 지키는 군사들을 아무런 죄책감없이 살해한다. 물론 잔인한 장면이 영화속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국 결과는 같다.
당신에게 주어진 많은 상황속에서 정답은 없지만 옳은일이라는것이 무엇인지는 얼핏 알고 있을것이다. 돈을 위해서 때로는 권력을 위해서.. 혹은 명예를 위해서 옳은일이란 가슴속의 금고속에 넣어놓고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 번만 더 생각해본다면 영화의 깊이를 생각하기에 가벼운 페르시아의 왕자지만 그래도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영화들이 절대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많은 보물을 등장시킨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나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시간의 단검, 콘스탄틴에서 롱기누스의 창 등 많은 보물들의 특징이 무엇일까? 절대적인 힘? 머 그런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결국 누구 그걸 사용하느냐에 악도 될 수 있고 선도 될 수 있다는것이다.
자신이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자!!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에 옳은것이란 무엇인가를 곱씹어 보길 바란다.
묘한 매력
약간은 동양적인 모습도 엿보이는 타미나의 역에는 타이탄에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선보인바 있는 젬마 아터튼이 맡았다. 신비로운 역을 하기에는 좀 튀는 목소리를 지녔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최근 런던의 드라마 예술 로얄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녀가 제리 브룩하이머를 비롯한 제작진의 눈에 띈 것. 브룩하이머는 그녀를 캐스팅한 걸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매력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부분이다. 10대와 20대는 외모로서의 매력만이 돋보였다면 30대부터는 내면의 매력이 겉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는 때이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상관없이 이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리라고 보여진다. 무조건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가고 문화생활을 많이 한다고 해서 내면의 매력이 쌓이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접한것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되물음이 자신의 매력을 완성해가는것이 아닐까?라고 짦은 인생을 살아왔던 내가 판단한 매력의 기준이다.
우선 이 배우의 경우 향후 내면의 매력을 잘 쌓을수 있는 느낌을 받는 배우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었던 제이크 질렌할 또한 고전영화 주인공의 늠름함에 유머 감각과 약삭빠름, 거기에 내면 깊이 감춰진 진지함까지 다 갖춘 캐릭터라고 보여진다. 지금까지 베이스를 잘 만들어온 배우이기 때문에 위에 쌓아올리는대로 그대로 인생이라는 공간을 잘 채울 배우처럼 보인다.
인생이라는 성을 쌓을 때 있어서 사상누각이 되지 않으려면 베이스를 잘 다져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름길과 온갖 샛길만을 추구한 베이스라면 그 위에 쌓아놓은 명성, 부, 사람관계는 언제든지 사라질 신기루와 같다.
영화에서 등장한 알라무트는 가공의 도시. 지상 낙원 샹그릴라를 연상시키는 그 성은 한눈에 봐도 인도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조나단 매킨스트리에 의하면, 이 모든 디자인 요소에 북아프리카의 문화적 특징도 가미됐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엘프들의 도시보다는 환상적인 느낌은 덜한편..
과거로 되돌리고 싶은가?
누구에게나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일들이 적어도 한가지는 있을것이다. 아니면 잊고 살아가던지..그러나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니잠은 과거로 회귀해서 가지지 못했던 권력을 쥐려고 한다.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공명정대한 인물처럼 보였던 니잠 그러나 권력은 부모와 자식조차도 나누지 않는다는데 하물며 형과 동생은 어떠하겠는가?
과거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바꾼다는 것은 결국 반칙의 일종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반칙으로 현재의 삶을 열심이 살아가고 있는 많은이들의 삶의 가능성마저 짓밟아 버리는 일이다.
6세기의 페르시아 사람이었던 니잠의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은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존재하고 아무리 역사가 흐른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언제든지 다시 나올것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그 여파가 지금보다는 훨씬 커지겠지만 결국 인생에서 샛길이라는 유혹은 모든이들에게 달콤한 독사과처럼 여러곳에서 손짓할 것이다.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니잠은 다스탄이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용하여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교할함을 보여주는데 영화의 발단이자 이 영화의 테마를 보여주는 알라무트 공략 회의에서 니잠의 의도가 엿보인다.
굳이 이 포스팅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포스터를 통해 벤 킹즐리가 악당이라는 것은 눈치 챌 수 있을것이라고 보는데 스포일러성이 있다면 죄송.. 니잠은 알라무트가 적국에게 무기를 판매한다는 거짓 증거를 이용하여 경험이 일천한 왕자들을 부추겨서 전쟁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완벽함이란
이 영화에서 제이크 질렌할은 6개월간의 지옥훈련을 했다고 한다. 늘 양손에 검을 쥐고 뛰어다니는 다스탄을 위해 제이크 질렌할이 손에 쥐고 연습한 물건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라고 하는데..갑옷을 입는 느낌에 익숙해지기 위해 일부러 무게를 늘린 방탄조끼가 동원됐다.
완벽을 추구한다는것은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다. 자신이 즐겨서 하고 있더라도 몸은 완벽을 추구하는 가운데 지쳐간다. 그러나 영화는 재미있어 지려면 그정도 완벽은 추구해야 하는듯
원작 비디오의 액션에 충실하기 위해 파쿠르 동작을 극에 도입했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비디오 게임을 보면 왕자가 벽을 뛰어오르는 등 파쿠르에 기본을 둔 여러 동작을 많이 보여준다. 파쿠르는 파리 외곽의 청소년들이 심심풀이 삼아 신체 묘기를 선보이며 재주를 겨루던 것이 발전된 스포츠의 일종이라고 한다. 아마도 야마카시에서 접하신 분들이 많이 있을것이다.
영화는 적절한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를 매칭시킴으로써 게임성있는 스토리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전체적으로 CG 효과도 괜찮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시간을 되돌리는 장면은 시간과 공간히 휘어지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흥행성과 나름의 의미를 전달하는데도 성공한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편은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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