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무법자라는 영화를 감상했다. 어떤 영화일까? 감우성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축에 속하는 배우이다. 자연스럽지만 약간은 어두운 연기로 근래 들어 스크린에서 열연을 하고 있다. 선이 굵직한 배우는 아니지만 폼만 잡고 이미지 메이킹만 하는 일부 한류배우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무법자라는 영화는 개략적으로 어떤 영화이라는것은 알고 있었으나 영화를 직접보니 한국영화중에서는 볼만한 영화라는 기억에 남을듯 하다.
떡검과 모범시민
무법자를 본 많은 이들이 헐리우드 영화 모범시민을 비교하곤 한다. 그리고 거기에 이태원살인사건을 믹싱한 영화라고 많은 평을 하는데..
모범시민과 무법자 둘중에 어떤것이 더 재미있냐라고 물어본다면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무법자가 좀더 와닿았을것이고 한국적인 현실을 모르는 동양인이라면 모범시민을 더 재미있다고 할것이다.
다분히 한국적이 스타일의 복수극이 바로 무법자인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고 스피디한것으로는 모범시민이 괜찮고 감성적인것은 무법자가 나았다.
마침 내가 영화를 본 시점이 MBC에서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검찰을 건드린 시점이었다. 떡먹는 검찰이라고 해서 떡검이라고 하는데 검찰이라는것이 과연 무엇일까? 이 사회의 정의 시민의 보호? 그런게 있기는 할까? 무법자도 법이라는것의 가혹성과 무관심에 대항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밥좀 얻어먹고 용돈좀 챙겨받은것이 무슨 문제냐고 하겠지만 검사가 그렇게 박봉인가? 사회의 평균 급여수준을 상당히 넘는 소득이라고 알고 있다. 결국 그거다. 우리는 이 사회에 나름 힘있는 자들이니 폼나게는 살아야 되겠고 폼나게 살자니 그정도 급여가지고는 택도 없는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자식 또한 대물림해야되겠는데 이사회가 대물림하려면 돈없으면 되는 세상인가? 결국 거기서 부패의 씨앗이 자라나는것이다.
이 사회는 모범시민을 강요하고 있다. 사회의 지도층과 사회의 리더라고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과 명예와 돈을 가져갈때 군소리없이 사회에 적응하고 부조리한것도 잊고 사는것을 이 사회는 모범시민이라고 정의한다.
음주운전의 문제라던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살인사건들을 과대하게 노출시키고 이 사회에 모범시민이 신경써야 할것은 오로지 주변의 이웃들이며 당신들은 준법정신이라는것을 마음속 깊이 고취하며 살아야 되는것이 맞다고 언론등을 통해 시도때도 없이 주입시켜주고 있다.
법이라는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활용하려고 마음먹으려면 의도에 따라서 변형이 가능한지는 굳이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지식인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것이다.
억눌린 소시민의 삶
무법자는 아주 예전에 벌어졌던 지존파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지존파사건은 지금도 그 잔인함이나 무차별적인 폭력성에 사회가 발칵 뒤집어진적이 있다. 그당시 사회나 언론은 지존파의 의도가 부유한 계층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으로 드러났다고 했지만 결국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부유층보다 서민들이었다.
억눌린 소시민의 삶이 왜 같은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게 되는것인가? 연쇄살인범들을 보면 절대로 자신보다 힘있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결국 자신들도 사회의 문제점을 막연하나마 알고 있지만 결국 자신들도 그들과 다를바 없다는것을 알기에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할 사람들만 고르는것이다.
왜 여자들은?
많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이 많았고 그다음에 아동 그리고 노인들이었다.
무법자에서도 당하는 이들은 여성들이 대부분으로 억압된 자신들의 억압된 폭령성을 풀 대상으로 약한자를 고르는것이다. 결국 자신들도 권력자들과 다를바가 없건만 자신들에게는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정의란것은 말그대로 정의로는 의지에 하나이다. 무법자에서 주인공 정수가 맡은 역할을 바로 정의의 실현이다. 과거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던것은 이 사회의 시스템이라는것은 붕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라는 모순된 문제를 안고 있는것이고 이 역시 기득권에 의해 주장되고 교육되어져 왔다.
주인공 정수는 이런 시스템을 고칠수 없다면 자기 영혼을 버릴망정 악업을 쌓겠다는것이다. 머 영화에서는 자기 영혼을 잃어버리는 과정같은것은 심화있게 그리지는 않았지만 의지는 그렇다.
이유없는 살인이 있을까?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미드 CSI에 보면 모든 살인에는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 이유가 크고 작고의 문제이거나 정신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정도의 차이이지 모든 살인에는 이유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잔인하게 죽어 간 시체들을 마주하고 분노하는 강력반 형사 오정수. 사건 수사 중 만난 피해자 지현과 결혼하지만 두 사람은 참혹한 기억을 극복하지 못한다.
영화는 전체적인 수준으로 반가운 살인자보다는 괜찮은 영화이다. 나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았을때 아주 흠이 가는정도는 아닌것 같다.
법이라는것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 동전을 한번 뒤집었을 뿐인데 앞면이 되기도 하고 뒷면이 되기도 하듯이 유죄와 무죄가 가볍게 결정된다면 사회에 정의라는것은 있는자들의 룰로만 결정될 것이다.
무법자라는 단어는 서부시대에나 쓰였던 잊혀져가는 의미가 되길 바라며 오늘날에도 단죄하지 못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실은 국민의 기억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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