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1000)/한국여행(경상)

안동권씨의 집성촌이며 명당이라고 알려진 봉화 닭실마을

어린왕자같은 식객 2023. 6. 15. 07:06
728x90
반응형

해당화읍소장동 (海棠花泣小墻東)

봄단장 서둘러 끝내고 거문고 타는데(春粧催罷倚焦桐)
주렴에 붉은 햇살 가벼이 차오르네.(珠箔輕盈日上紅)
밤안개 짙게 끼고 아침이슬 흠뻑 내리니(香霧夜多朝露重)
나직한 동쪽 담장 아래 해당화가 울고 있네.(海棠花泣小墻東)

권세연 의병장 생가도 닭실마을에 자리하고 있듯이 안동 권 씨의 집성촌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태어났던 사람으로 설죽이라는 여성도 있는데 권씨 집안으로 여종으로 태어났다가 전라도 등지에서 기생으로 살다가 첩으로 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만년에 이곳으로 돌아와 생을 마쳤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맘때에 읆어볼만한 설죽의 한시를 먼저 접해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공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사람을 살리는 공간도 있고 사람에게 악영향을 주는 공간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후손에게 줄 영향을 생각하기도 하고 선대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기 위해 일명 명당이라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명당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살기 좋은 지형을 의미합니다. 대원군이 등장한 영화에서 명당은 소재로 자주 거론되기도 했지만 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농경민족에게는 오랜 시간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지금도 땅은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봉화군이라는 지역은 영남 지방으로 오늘날 유곡리(酉谷里)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유곡이란 ‘닭실’을 한자로 그대로 옮긴 말로 ‘금계포란’의 풍수형국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 석천계곡은 닭실마을의 동쪽과 서쪽을 흐르는 창평천과 동막천이 마을 앞에서 합류하여 하나가 된 후에 물이 빠지는 수구를 감추듯이 돌아 나가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제 닭실마을을 걸어서 돌아봅니다.  닭실마을의 동쪽에 있는 옥적봉은 수탉, 서쪽의 백운령은 암탉을 닮았다고 한다. 지금은 국도에서 바로 마을로 들어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아까본 석천계곡을 지나는 길이 주된 진입로였다고 합니다. 이곳은 조선 중기 지리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2)이 택리지(擇里志)에서 4대 길지 중 하나라고 칭송한 명당으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닭실마을은 전형적인 영남 지방의 품격 있는 반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마을입니다.  닭실마을은 안동권 씨 세거지로 가문에서도 닭실권씨라는 독립적인 세력을 이루었고 종가인 양재역벽서사건으로 인해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난 충재 권벌(權撥, 1478~1548)의 고택을 중심으로 다수의 한옥이 마을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의 분위기는 고즈넉하니 돌아보기에 좋습니다.  마을에는 국가 지정문화재 5건 482점과 일반동산문화재 2,979점이 남아 있는데 대부분 마을 내의 박물관에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닭실마을은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과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먹어보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 먹어보려고 합니다.  이곳은 전통체험으로 특화된 마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KBS 드라마로 지금은 고인이 된 강수정이 주연을 맡았던 정난정이라는 드라마가 기억이 납니다. 정난정은 명종의 시대를 배경으로 그렸던 드라마였습니다. 외척으로서 정권을 잡고 있던 윤원형(尹元衡) 세력이 반대파 인물들을 숙청한 사건으로 양재역벽서사건(良才驛壁書事件)이 있었습니다. 

 

1547년(명종 2) 9월 부제학 정언각(鄭彦慤)과 선전관 이로(李櫓)가 경기도 과천의 양재역에서 ‘위로는 여주(女主), 아래에는 간신 이기(李芑)가 있어 권력을 휘두르니 나라가 곧 망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된 익명의 벽서를 발견해 임금에게 바쳤던 것입니다. 이때 권벌이라는 사람이 삭주로 귀양을 가서 1년 만에 사망하였습니다. 그의 큰 아들이 권동보(權東輔, 1517~1591)였는데 이곳 석천계곡에 그가 지었다는 석천정사(石泉精舍)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권동보는 이후 선조 대에 아버지의 무죄가 밝혀지자 복관 되어 군수에 임명되었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석천계곡으로 돌아와 산수를 즐기며 여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석천계곡은 닭실마을의 동쪽과 서쪽을 흐르는 창평천과 동막천이 마을 앞에서 합류하여 하나가 된 후에 물이 빠지는 수구를 감추듯이 돌아 나가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