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나 공자는 비교적 많이 알려졌지만 상대적으로 주자학을 집대성하여 중국 사상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주희는 지방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18세 때 대과에 급제했는데, 당시 그 시험에 급제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5세였는데요. 조정에 대한 주희의 정치적 비판과 이성적인 자세는 수용되지 않더라도 그의 철학체계 만큼은 유일한 관학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철학적인 것을 좋아하는 터라 주희를 모셨다는 태교사를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음성군 원남면 원중로 399번길 316에 있는 음성 태교사로 가는 길은 길게 이어져 있는 원남저수지를 돌아가면 됩니다.
원남저수지에서 빙어 낚시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얼음이 생각보다 두껍게 얼어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안전만 확보가 된다면 이곳에서 얼음 낚시나 민속썰매를 타보고 싶네요.
태교사는 1744년(영조 20)에 주응동이 조선 초기의 문신 김여지(金汝知)[1370~1425]가 명에서 가져온 주희의 영정을 경기도 안성에 사는 김용으로부터 기증받아 봉안하기 위해 세운 사당인 문곡영당(文谷影堂)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작은 사당 같은 느낌이지만 어떻게 보면 자그마한 사찰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앞에 있는 홍살문은 보통 사찰에 세워지지는 않지만 공주의 동학사 같은 경우는 홍살문이 있기도 하죠.
홍살문을 지나면 전면에 재실이 있고, 그 뒤에 담장을 두고 솟을삼문 형태의 삼문이 있으며, 삼문을 지나면 사당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강당이 앞에 있고 사당이 뒤에 있는 전당후묘 형식의 건물 배치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향교나 서원도 유가합니다.
태교사 역시 서원철폐령의 한파를 피해갈 수 없었는데요.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폐원되었다가 1893년 재건되었는데, 이때 사당의 명칭을 태교사로 고쳐 부르게 됩니다. 1905년과 1940년에 건물을 중수한 데 이어 1963년에는 계단을 설치하고 정문을 중수하였습니다.
주희의 사상이 좋아서 그 흔적이 있으면 찾아가보는 편입니다. 이곳에 스며든 주희의 사상은 우주가 형이상학적인 무상(無象:형체가 없는 것)과 형이하학적인 유상(有象:형체가 있는 것)의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는데요. 무상은 본연의 '이'로서 태극(太極)이라고도 하며 만물이 생겨나는 본체입니다.
태교사가 있는 음성군의 작은 마을도 한 번 둘러 봅니다.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은 태교사의 사당의 측면으로 갈 수 있는 길이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마음이 있죠. 인간에게는 '이'가 그 본성으로 나타나는데 본질적으로 지극히 순수하고 선한 것이지만 악덕을 포함한 결함이 육체와 정신에 나타나게 되는 것은 불순한 '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뒤쪽에는 사당이 있는데요.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전체 면적은 33㎡입니다. 정면 3칸 기둥 사이의 간격은 2.14m로 등분하였으며, 측면의 툇간 1칸은 1.2m로 좁게 하였습니다.
주희의 사상은 중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인 것이었고, 그의 철학은 일본의 도쿠가와 바쿠후[德川幕府] 시대에도 널리 받아들여져 공식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합니다.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강당인데요. 강당은 기단으로 높게 축조된 둘째 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정면 4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으로, 정면 양쪽 2칸은 온돌방을 두고, 중앙 2칸은 대청을 두었습니다. 창호는 정면의 중앙 2칸에 4분합 띠살문을, 양쪽 칸의 윗부분에 쌍여닫이 띠살창을 달았다. 정면 4칸 기둥 사이의 간격은 2.43m로 등분하였습니다.
배움이 있기에 길이 보이고 길이 있기에 걸어갈 수 있습니다. 원남저수지의 한 켠에 자리한 태교사에는 많은 배움이 있었던 주희가 있어서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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