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체험단 및 삶이야기/책에 대한 생각

브릿마리 여기있다. 할머니의 공간 탈출기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6. 1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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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사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전형적인 꼬장 할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신만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인생을 살다가 남편의 배신(?)으로 집을 나와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던 그녀는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할뿐더러 매우 바람직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소설을 읽으면 그녀를 3자의 관점에서 지켜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민폐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다. 



프레드릭 베그만의 장편소설을 여러 편 접한 터라 그가 어떤 식으로 소설을 전개해가는지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세상과 동떨어져서 사는 사람을 등장시키고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서 회복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덤덤하게 풀려나가는 소설 속 이야기는 어느새 작가만의 따뜻한 배려가 사랑으로 느껴지게 된다. 한국의 여성들도 예전 같지 않아서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대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모든 일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에게서 상처받고 때론 사람에게서 치유받는다. 


브릿마리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언니로 인해 브릿은 집안에서 나가지 않고 스스로를 가두어 놓았다. 이어 부모님 역시 곁을 떠나고 그녀에게 다가온 한 명의 남자 켄트와 함께 행복한 시절을 보냈지만 그것도 40년 만의 꿈으로 끝이 나버린다. 한 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그녀가 40년 만에 일자리를 찾으러 세상에 나선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 있는 것을 비워야 한다. 레고를 사서 멋진 건물을 만들었더라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건물을 부셔야 가능하다. 인생 또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다음에 새로운 것이 생겨날 기회가 주어진다. 


"리스트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브릿 마리는 아니다. 그녀에게는 리스트가 워낙 많아서 리스트를 정리하는 별도의 리스트가 필요할 정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과탄산소다 사는 걸 깜빡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인간이다. 완벽한 사람들은 오히려 숨이 막힐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 가진 단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결혼 생활에 단점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에게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살다 보면 그 사람의 약점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약점들을 무거운 가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걸 피해가며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사람들은 변화를 아주 두려워한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심해진다. 본인의 한계를 본인이 긋는 것이다. 한 게 선에서 사람들은 한 발 내딛는 사람과 내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주 한계선을 벗어나는 사람을 보면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다. 


"좋아요...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마지막 직업이 웨이트리스였어요. 업무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았어요."

아가씨는 기대에 찬 표정이다. "언제 그 일을 하셨는데요?"

"1978년요."

"아.... 그리고 그 뒤로는 일을 하지 않으셨고요?"

"그 뒤로 날마다 했죠. 남편 회사 일을 도왔거든요."

아가씨는 다시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다.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데요."

"아이들을 챙기고 집을 번듯하게 관리했죠."

아가씨는 실망감을 감추려고 미소를 짓는다. '사는 곳'과 '집'의 차이를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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