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체험단 및 삶이야기/책에 대한 생각

여름이 재미있어지는 소설, 여름-어디선가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6. 8.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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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가 쓴 책은 정말 오래 간만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책 읽는 것에 버퍼링이 걸리기 시작했다. 최근에 독서량을 보면 한 달에 열 권 이하를 하회하는 것 같다. 올해 여름은 유달리 더워서 그런가? 내가 게을러져 그런가. 아니면 정말 바빠서 그런지는 몰라도 뭣이 중한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국내 작가가 쓴 책인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라는 책은 읽어보면 알겠지만 킬링타임으로 적당한 책이다. 커피숍에서 2시간 정도 있으면 후딱 일을 수 있을 정도로 무겁지가 않다. 


공부는 무지 싫어하는 3 수생 21살의 여자 강무순이 자신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팔순의 할머니 집에 유배생활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그마한 마을인데 무언가 이상하다. 동네 어귀에 앉아 있다가 무순을 보면 공기 집자는 동네 바보 황일영부터 나름 동네에서 힘쓴다는 경산 유씨 종택에서 사는 꽃 도련님. 그리고 무순이가 6살 때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4명의 딸내미들 (엄청나게 이쁘다는 유선희, 왕개미 똥구멍에서 신맛 난다고 해놓고 혀를 대보니 놀린 조예은, 황부영, 유미숙)의 뒤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대충 살려고 하지만 어쩌다가 한적한 산골마을에 끌려와서 고생하는 강무순의 원맨쇼 스토리에 가깝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거의 표출되지 않지만 그녀의 생각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동네 바보도 물귀신 같은 걸까? 한 바보가 떠나면 또 다른 바보가 나타나야 하는 그런 것. 마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비정상의 인물이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걸까? 뭔가 근원적 균형을 잡기 위해서..."


책의 장마다 주마등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책의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대부분은 죽음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냥 여과 없이 그려나간다. 그것도 지금은 익숙하지도 않은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한날한시에 갑자기 사라져 버린 사연도 제각각인 네 명의 딸내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특히 상당히 이쁘다는 유선희에 대한 기대감은 책을 읽는 내내 배가 되었다. 책 속에서 묘사한 것을 보면 이건 외모는 김태희급에 그 차분함은 수애를 닮았다. 아마 세상에 그런 여성은 없을 것이다. 


아마 이소설을 읽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강무순과 홍난간여사의 캐미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대사들과 생각들이 가끔씩 여과 없이 나오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아! 타임슬립 한 것도 아니고, 진짜..... 나는 왜 이곳에 버려진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될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유배 생활 3일 동안 처음 이야기를 나눈 이성이 대자 성냥개비 우편배달부라니. 되는 년은 이런 때 박해일이 우편배달부로 오더 구만.


소설의 배경이 나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지역이라 조금 더 친근함이 들었던 것 같다. 그나마 큰 도시라고 말하는 곳이 공주이고 보령이다. 요즘 많이 다녀서 그런지 그곳과 대전, 서울을 구분하기가 힘들어진다. 설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필자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서울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라고 우선 말해주고 싶다. 


글쟁이의 입장에서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이 무엇인지 조금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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