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시사회를 가다

쓰라린 한국의 현실을 그린 내부자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5. 11. 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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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사는 상당수의 국민들은 현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남자들은 게임 속에서는 위대한 인물(?)이 되려고 하고 여자들은 드라마 속에서 비현실적인 남자 캐릭터에 환호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찾지 않는다면 견디기 힘든 현실을 어떻게 감내하겠는가. 영화 내부자들은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같은 주연을 포함하여 이경영, 김홍파, 배성우, 조재윤같이 연기파 배우를 조연으로 포진시키고 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논설주간 이강희, 족보 없는 검사 우장훈, 정치깡패 안상구, 재벌 오 회장, 유력 정치인 장필우까지 등장하면 이야기 전개는 뻔해 보인다. 버려지는 정치깡패, 나름 정의를 찾으려는 검사가 계란으로 바위 치듯이 언론-재벌-정치인의 트라이앵글을 깬다는 구상이다. 이과정에서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이걸 어떻게 그려나갈 것이냐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그림이지만 영화에서는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개연성이 없다면 관객들은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재미는 약자 편에 속해 있는 안상구와 우장훈이 얼마나 처절하게 깨지냐에 있다. 그래야 판을 뒤집으면 극적인 재미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여자와의 관계와 돈을 쫓아다니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을 집어넣으면 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자신의 신념 같은 것은 상관없이 돈이 입금되는 순간 옳고 그름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집단행동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고 과거 자신의 생각 따윈 얼마든지 뒤집어줄 자신이 되어 있다. 


 

 

 

벌들이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역시 국민 돈과 세금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그들끼리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지폐 뒤에는 검은색이 칠해져 있다. 3,000억의 비자금 조성과 그중에 300억이 재벌 오 회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안 안상구는 그 카드를 자신의 조커라고 착각하고 당당하게 비자금 파일을 들고 논설주간 이강희를 찾아간다. 영화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정치깡패이긴 하지만 안상구는 참 순진하다. 순진하다는 설정을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닌다. 비열하게 행동하지도 않고 자신의 식구는 확실하게 챙긴다. 과거 대통령이었던 누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순진한 안상구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안상구가 착한 사람인가? 그렇지는 않다. 논설주간이나 대통령 후보, 재벌보다 착할 뿐이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일 은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냥 그런 쪽에 속하기에 덜 악할 뿐이다. 그러기에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병헌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묵직한 연기를 할 때는 묵직하게 멍청해 보일 때는 확실히 멍청하게 그리고 나름 스타일리시하게 보일 때는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배우다. 

사람들은 욕망 때문에 자신을 망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조그마한 욕망이라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면 그만두어야 하지만 사람들은 우매하기 때문에 실수를 곧잘 하곤 한다. 이런 남자, 저런 여자의 그림을 그려놓고 현실에서 찾다 보면 사기당하기 십상이고 사귀고 보니 모든 것이 꾸며졌다는 현실에 당혹해하기도 한다. 솔직한 사람은 처음에는 마음에 안들 수 있지만 그런 모습이 가장 오래간다.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상대방이 어디인가 문제가 있고 속이고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 야채 릴 수 있다. 그렇지만 욕망이 있을 때 그런 감각은 사라져버리고 막연한 믿음마저 자라난다. 정치깡패 안상구는 능구렁이 같은 논설주간 이강희에게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된다. 

 

래 취지로 보자면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평등하지 않다. 법이라는 것 자체는 무생물이지만 그 무생물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사람들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는 현실에서 조금 높은 장벽을 넘은 이 사회에서 유일하게 법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법조인들이다. 경찰로 일하다가 사시에 합격한 다음 족보 없는 검사로 현실의 벽을 느낀 우장훈 역시 처음에는 정의감이 넘쳤다. 그러나 그 역시 인간이라 출세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영화에서는 그나마 가장 정의로운 캐릭터다. 


사시 존폐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시를 합격하더라도 중요 요직은 모두 학연. 지연을 바탕에 둔 족보가 있지 않는다면 올라가지 못한다. 결국 사시로 법조인을 뽑으나 로스쿨로 뽑으나 도진개진이다. 


펜이 칼보다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냥 말로 사람에게 욕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폐부를 치를 수 있는 논리적인 글은 평생을 잊지 못하는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정신적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아무리 신문이 사양길에  들어선 지 오래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기득권이 언론을 절대 못 놓는 이유 중에 하나다. 돈은 어떻게든 간에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설마 아무 의미 없이 돈을 주는 사람이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병원에 가봐야 될지 모른다. 법조인들이 돈을 받고 나오는 기사들이 있다.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말장난이 아니다. 

언론은 없는 자에게 더욱더 가혹하다. 

고급 수입차는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순수한 선물에 불과하다. 이것도 기사라고 제목을 뽑는다. 

 

 

탁월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 세명이 모였기에 영화는 시종일관 그들이 뿜는 연기에너지가 넘쳐난다. 에너지는 사람을 움직이고 끌어들인다. 개인적으로 베테랑보다 현실적이었고 그보다 더욱더 망가지고 현실의 벽에서 좌절하지 않는 안상구가 있기에 영화는 결말로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히 기사도 잘 못쓰면서 콩고물만 받으려는 기래기로 고 기자가 등장한다. 실상 기자로 일은 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보면 펜을 가지고 너무 많은 것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론은 매우 중요하다. 현실에서 논설주간 이강희 같은 사람이 분명히 있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언론이 전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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