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이는 간신을 보고 이런 말을 한다. 간신에게 휘둘린 영리하지 않았던 왕 연산군이라고 말이다. 내 관점에서는 그건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본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500년 아니..400년간(순조 이후로는 그냥 부패한국가) 지속된데에는 임금들의 현명함에 있었다. 적어도 조선의 군주들은 현명까지는 몰라도 매우 똑똑하고 지식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연산군 역시 폐비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세자로 남겨둘정도로 현명함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문제는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시했다는 것이다. 폐비문제를 언급하면서 폭주하듯이 사람을 죽인 것은 모든 것을 혼자 다할 수 있다는 극도의 자만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연산군에게 필요한 것은 도구이다. 성리학의 국가이던 조선에서 아무리 권력을 가지고 싶다하더라도 지켜야 될 선은 있었다. 그리고 그 선은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따위 없이 도덕이나 윤리따위를 지워버릴만큼 쓰레기같은 인물이 필요했던 연산군에게 나타난 것은 임사홍과 임숭재였다. 연산군은 어릴때부터 왕재수업을 받았기에 왕의 잘못을 신하를 이용해 풀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어디가 끝인줄 알고 있었다면 연산군은 그 둘을 방패삼아 적당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간신은 무뢰한보다는 재미있는 영화다. 야해서 그런것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색감이라던가 여성의 매력이 잘 드러난 영화였기 때문이다. 흥청이라는 말을 만들정도로 문란하게 생활했던 연산군은 임숭재를 채홍사로 임명하게 전국 팔도의 미녀들을 모아왔다. 그들중에서 운평이 되면 인생을 보장받게 된다.
갑자사화를 소개할때부터 시작되는 여성 목소리의 나래이션은 나름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설명을 해준다. 간신은 연산군, 임사홍, 임숭재, 장녹수, 유자광이라는 실제 인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픽션이다. 그들의 행동 대부분도 픽션에 가깝다. 역사속에서 한명회, 성종, 인수대비의 도구로 살다가 연산군에 이르러 잠깐 빛을 보았던 유자광은 기회주의자이며 비열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간신은 자극적인 영화이다. 단희와 설중매의 동성애 씬이나 피가 난무하는 잔혹함 그리고 그속에 자극적으로 그려지는 애로티시즘까지 아..저렇게 하면 남자가 좋아하는구나라는 것까지 느끼게 해준다. 다만 영화는 중반까지 딱 좋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맥이 풀려버린다. 적당하게 잡아당겨주던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영화의 재미도 반감이 된다.
연산군이라고 해서 반정으로 쫓겨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왕으로 살기에 너무 자유분방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절제라는 것을 배웠지만 몸으로 실천하기에는 의지가 박약했다. 연산군은 그냥 폐비 윤씨를 빌미로 폭주하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의 끝이 어딘지도 모른채 임사홍과 임숭재를 도구 삼아 마음껏 누렸다. 정말 궁지에 몰린 것을 알았다면 임사홍과 임숭재를 내치고 지금까지 했던 것에 대한 실정을 폐비 윤씨를 어머니로 두었다는 아픔을 신하들에게 어필하고 돌아나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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