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맛집 (1000)/食客의 요리

한국 충남의 전통 명주이야기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4. 10.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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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주의 명맥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끊어진 것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 지방별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술에 대해 포스팅하려고 한다.

 

1. 당진 면천두견주

 

진다래꽃을 바라보며 꽃에 취하고 술에 취한다는 술이다. 김소월을 언급하지 않아도 진달래꽃은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한국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면천두견주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두 번에 걸쳐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식혀서 누룩과 물을 섞어 술을 빚는다. 덧술을 할 때에 진달래꽃을 함께 버무려 넣고, 술을 안친 다음에 맨 위에 진달래꽃으로 덮어두는 제조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찹쌀로 만든 면천두견주 같은 술은 끈적거릴 정도로 단맛이 강하다. 색깔은 진달래꽃의 빛깔이 술에 녹아들어 엷은 담황색을 자랑한다. 한국의 전통명주가 가진 조건은 오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달고, 쓰고, 떫고, 맵고, 신맛이 골고루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술의 탄생은 고려 초기로 올라간다. 고려의 개국공신. 면천복씨(沔川卜氏)의 시조로 초명은 사괴(砂瑰) 또는 사귀(沙貴)인 복지겸의 병세가 날로 악화되자 딸 영랑이 신령의 계시대로 진달래꽃술을 빚어 복지겸의 병을 고쳤다고 한다.

 

영랑이 올라가서 빌었다는 당진군의 아미산은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올라가보면 당진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면천초등학교가 있는 면천면을 내려다보는 아미산에서 채취한 진달래꽃으로 만든 면천두견주는 명주로서 자리했다. 면천초등학교에 가면 영랑이 심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자리하고 있는데 당진군 내 최고 수령으로 알려져 있다.

 

2. 서천 한산소곡주

 

충남 서천에 가면 누구나 사온다는 전통주중에 한산소곡주가 있다. 한산지방의 이름난 명주로 빛깔은 청주와 같다고 알려져 있다. 백제시대의 궁중술로 백제 유민들이 나라를 잃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빚어 마셨다고 알려졌다. 소곡주를 만드는 방법은 찹쌀로 빚어 100일동안 익힌다. 소곡주는 마시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취하여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은뱅이처럼 기어다닌다고 하여 앉은뱅이술이라고도 한다.

 

 

조금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한산소곡주를 마셔보면 짭쪼름한 느낌에 달달한 것이 입안에서 휘감아 도는 느낌이 든다. 찹쌀(100%)과 누룩을 주원료로 하여 들국화ㆍ메주콩ㆍ생강ㆍ엿기름ㆍ홍고추를 넣은 소곡주는 한산소곡주, 백제소곡주, 불소곡주라는 이름등으로 팔리고 있다.

 

고혈압도 방지한다는 한산소곡주는 선비들이 한두 잔 마시다가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는 전설도 있고, 며느리가 술맛을 보느라고 젓가락으로 찍어먹다 보면 저도 모르게 취해 엉금엉금 기어다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3. 논산 가야곡왕주

 

충남의 세력가였던 여흥민씨 가문의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오는 곡주와 조선시대 중엽에 성행하던 약술을 접목시켜 만든 술이 논산 가야곡왕주이다. 가야곡왕주에 사용되는 재료만 보아도 논산에서 나는 쌀, 논산 가야곡 150m 암반수, 야생국화(일명 구절초), 구기자, 참솔잎, 홍삼, 매실 등과 집에서 직접 띄운 자가누룩 등이 들어가 있어서 그냥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가야곡 왕주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그 지명에서 유래한 것이기도 하다. 가야곡은 조선시대 가야실의 이름을 따서 가야곡면이라고 부른다. 위치상으로는 논산시의 중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가야곡의 중심으로 북부 평야 지대 위에는 탑정저수지가 있다. 동북부 경계지대에는 논산천(論山川)이 남북 방향으로 흐르고, 서부 및 중부 평야 지대에는 왕암천(旺岩川)이 북서~남동 방향으로 각각 흐르고 있다.

고유 전통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으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7호 종묘대제에 제주로 지정돼 매년 제례의식에 사용되고 있는 조선시대 왕실주이다.

4. 청양 둔송구기주

 

흔히 그냥 구기주라고 알고 있는 둔송구기주는 하동정씨 종갓집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전통주라고 한다. 충남도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된 명주로  어느 날 청양지방을 여행하던 한 관리가 백발노인을 혼내며 때리는 열댓 살로 보이는 처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처녀는 “이 아이는 제 자식인데 약을 먹을 줄 몰라 나보다 먼저 머리가 희어졌소”라고 말했다.  이에 처녀의 나이를 묻자 395세라고 하고 구기자 술을 먹었기에 그리 되었다고 답했다.

 

 

누룩을 만들고 나서  물과 쌀 빻은 가루를 쪄 내서 그것을 섞어 사나흘 발효시킨다. 이 것이 밑술 또는 종잣술이라고 한다. 여기에 밑술을 넣은 덧밥, 고두밥을 그늘에 말리고 구기자잎, 구기자뿌리, 두충피, 국화등을 딸 넣어 한달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치면 16도의 청양 둔송 구기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구기자는 예로부터 많은 사연이 있는 식물이다. 진시황이 영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보냈는데 이들이 찾았다는것이 구기자라는 설도 있다. 살짝 새콤한 맛이 도는 둔송 구기자주는 뒤끝이 없고 피로회복과 정력증진에 효과가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5.  아산 짚동가리술

 

전통주의 명맥을 끊었던 일제시대의 주세령으로 인해 탄생한 술이다. 일제시대의 주세령은 마치 미국의 금주법을 연상케하는데 밀주단속등이 심해지면서 일반 가정에서 제조된 술을 숨겨야 했다. 짚동가리라는 의미는 벼를 베어 알곡을 털어내고 남은 짚단에 가려서 감췄다는 말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짚단의 보온효과가 우수해 장기 숙성이 가능해서 탄생한 전통주이다.

 

 

 

짚동가리술은 말그대로 민초들의 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짚동가리술은 백일동안 숙성한다는 백일주보다 두배이상 숙성하기 때문에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향이 오랫동안 입안에서 머물며 달짝지근하고 쌉싸름한 느낌의 짚동가리술은 짚가리를 이용해 술을 숨기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 술을 '짚가리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6. 공주 계룡백일주

 

양조기간이 백일 걸린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백일주는 일명 신선주라고도 알려져 있다. 주재료는 찹쌀, 누룩, 물이며 여기에 부재료로 재래종 국화꽃, 오미자, 진달래, 솔잎 등을 첨가하여 만든다. 계룡 백일주는 백일소주라고도 불린다. 백일주가 공주에 자리잡게 된 것은 조선 인조대로 올라간다. 반정 일등공신인 연평부원군 이귀의 공을 치하하여 제조기법을 연안 이씨 가문에 하사하여 지금까지 그 양조 비법이 내려왔다.

 

 

 

계룡 백일주는 공주에서 나는 통밀등의 재료를 활용하여 만드는데 알코올 도수는 16~18도로 부드럽고 감칠맛이 돈다. 영양가가 풍부하고 혈액순환 촉진등에 효능이 있다. 제조비법이 연안 이씨에게 있어서인지 물은 공주시의 이씨 고택에 있는 샘물을 사용하여 만들어야 한다. 여러달에 걸쳐 숙성하고 여과하면서 맑은 백일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7. 금산 인삼주

 

이름에서 보듯이 금산에서 생산되는 인삼을 가지고 만든 술이 금산 인삼주이다. 소주에 인삼을 넣은 침출주를 담는데 멥쌀과 누룩에 생삼을 갈아넣어 인삼주를 빚는다. 이를 증류하면 금산 소주 인삼주가 되는 것이다. 인삼하면 고려가 생각날정도로 4500∼5000년전 민간의(民間醫)에 의해 고려인삼을 약용으로 사용하였으며 영약, 선약, 불로초 등으로 불리워지면서 삼국시대에 중국까지 전파되었다.

 

 

 

지금부터 약 1,500여년 전에 강씨 성을 가진 선비가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모친마저 병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효자인 아들은 진악산에 있는 관음굴에서 정성을 들여 모친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빌다가 뿌리를 캐어 모친의 병을 낫게 해주었다고 전해진다. 인삼의 모양이 마치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人蔘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하는데 그걸 사용하여 금산 인삼주를 만든 것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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