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드라마)

고령화가족, 날라가지 못한 새들의 이야기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3. 5.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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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주변에서 고령화 가족을 만나는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것 같다. 핵가족화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날라갈 준비가 안되어 있는 나이많은 새들이 그냥 집에 얹혀 살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날라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둥지로 돌아와버린 나이많은새 세마리와 그 가족이야기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는 백수 한모,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져서 자살하려했던 영화감독 안모, 남편에게 맞고 살다가 이혼을 결심한 미연이 나름 평화로웠던 엄마집으로 모여든다. 이들은 솔직히 위아래 없이 누구한테고 욕을 하고 서로 헐뜯고 무시를 한다. 이들은 까칠하기 그지없는 연기를 맛깔스럽게 소화해낸다.

 

인간성숙은 나이가 만들지 않는다.

 

고령화 가족이 보여주는 가족상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일상생활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몸 이곳저곳을 긁어대고 방귀를 뀌고, 닭죽까지 아주 서민적인 삶 그대로의 모습이다. 어릴때 형제와 유치하게 싸우던 기억, 누나 혹은 여동생과 쓸데없는 기싸움은 누구나 겪어보았던 느낌 그대로이다.

 

 

식구란 밥을 같이 먹는 입

 

현대에 사는 우린 식구란 의미를 잘 모르고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자녀를 좋은 학교로 보내기 위해 가족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 기러기 아빠로서 오랫동안 떨어져 살기도 한다.  요즘사람들은 주말부부도 별것 아니다. 지금의 가족의 의미는 미래 성공 혹은 좀더 나은생활을 위해 모여든 믿을만한 프로젝트 팀일 뿐이다.

 

고령화가족에서 이들이 깨지지 않는것은 그 집에 따뜻한 밥 한끼를 먹여주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개성 넘치고 까칠한 이들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는것은 바로 엄마이다. 콩가루 집안이 콩가루가 되지 않은것은 엄마가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하고 서로 욕을 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외부에서 압력(?)이 들어올때 같이 싸워주는 존재들이다. 이들이 다시 가족으로 거듭나는것이 힘든것은 머리가 굵을대로 굵어졌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가볍게 시작하지만 가볍게 풀 수 없는것은 현실에서 우리에게 닥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군들 이해하랴~~~

 

방세독촉, 한푼없는 신세, 아내의 바람기때문에 자살하려던 40세의 인모는 닭죽 먹으라는 엄마때문에 집에 들어가고 출소한지 얼마 안된 삼류건달 큰형도 엄마에게 얹혀산다. 딸까지 있는 여동생 미연은 두번째 이혼을 준비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처럼 이런 가족이 급속하게 서로를 이해한다는것은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다. 요즘에는 자신에게 도움이 안되면 형제나 자매일지라도 바로 옆의 이웃보다도 못한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말하는 루저들이 모인 이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나는 저정도가 아니니까 괜찮아라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른다. 이들의 연기는 정말 나이값을 못하는 고령화 가족을 잘 표현해냈다. 아주 느슨해지는 이들 가족처럼 사회는 가계부채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관계가 끈끈하지 못한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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