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작가의 소설은 한번도 읽어본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국내 여성작가의 소설의 상당수는 감성만을 자극하던가 주변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가는데 집중을 하고 있어서 내가 책을 읽은 취향과는 다소 동떨어진 경향이 있다. 아무튼 공지영 작가의 소설이 무엇이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이번에 개봉한 도가니라는 영화가 공지영 작가소설이 원작이라는것을 이번기회에 알게 되었다.
먹을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통 도가니하면 소의 연골로 된 특수부위로 이해하겠지만 보통 도가니는 점토나 내화성 물질로 만들어진 용기를 뜻한다. 상당히 단단하면서도 쇳물을 부어도 형태가 변하지 않아서 주조하는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이다. 왜 도가니라는 제목을 사용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뭐 그것이 중요한가?
1. 어두운 실화만 흥행한다?
지금까지 밝은 내용의 스토리보다 미제사건이나 살인등을 다룬 영화가 대체적으로 흥행했던것 같다.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 실종, 그놈목소리를 비롯하여 작년에 개봉한 아이들까지 대부분 묵직한 미제사건들이 그대상이다. 이번에 개봉한 도가니까지 적당하게 흥행가도를 달려준다면 대부분의 어두운 실화영화는 나름 기대한만큼 성적을 올린셈이다.
이런 스토리의 영화는 대부분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는 사회적인 문제의식의 제기고 하나는 연기력만 어느정도 된다면 나머지는 분위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광주 인화학교의 일부 교직원들의 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설로 쓰고 이를 다시 영화화한 도가니는 장애아 들의 불편한 진실을 오버스럽지 않게 잘 표현해낸듯 하다.
2. 나하나만으로 벅찬세상
왜? 도가니같은 영화나 소설이 이슈가 될까? 우리는 대부분 나하나 혹은 내 가족만으로 매우 버거운 세상에 살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이나 추적60분, 그것이 알고싶다등에서는 업으로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가능하지만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다는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다.
게다가 이런 시사고발프로는 3개방송사를 합쳐서 점차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들어가는 제작비용에 비해 뽑을 수 있는 돈이 얼마 없기 때문인데 이때문에 강호동, 유재석을 MC로 두고 예능프로를 확대하는 경향이 많다. 사람들은 이런 시사프로가 줄어듬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다. 삶 자체가 팍팍하다고 생각하는데 TV까지 진지해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도가니로 이슈화했다고 해서 많은 파장이 있을까? 글쎄..
3. 진실이 의미가 있나?
영화에서 말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때로는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말하는 진실 그리고 올바른일에 대한 신념은 주인공 강인호를 통해 회의와 좌절감으로 그려지고 있다. 인권운동의 간사인 유진은 어찌보면 이상주의자이고 학교에 발전기금까지 내면서 선생으로 들어간 강인호는 현실주의자이다. 생존과 연결되어서 어쩔수 없는 행동을 하는 강인호를 나약하다면 나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상으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유진역시 현실과 괴리가 있다.
모 개그프로에서 불편한 진실을 보는듯한 느낌이 강하다. 열혈 인권운동의 간사 유진은 대체 무엇을 해보고 싶었던것일까요? 그리고 노모를 모시고 자식까지 있는 강인호는 어떻게 하고 싶다는것일까요?
4. 비일비재한 사건들의 연속
과연 6년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그냥 잊어버릴수 있을까? 물론 현재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고 미래에도 벌어질 것이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졌던 일이라 소수의 삶이라 치부해버릴수도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이며 약자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주인공 강인호처럼 삶에 찌들어 살다가 국가에서 선사하는 선물 김연아의 승리나 축구 대표팀의 선전 혹은 박지성의 성공에 열광하면서 소수의 삶은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면서 다른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받아서 살아간다. 차별적인 다른시대의 유산은 동시대를 거쳐 미래세대에게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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