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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크라운' 인생은 달콤할까? 씁쓸할까?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8.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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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선 어렵다는것이 대부분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의견이다. 소수의 경제적인 여건이 충분한 사람들의 경우 그런고민이 조금은 줄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의 변혁에 휩쓸릴수 밖에 없다. 영화의 주인공 래리 크라운 역시 무척이나 성실한 그 사회의 기둥같은 구성원중 하나였다. U-Mart (꼭 월마트를 연상케하는) 이달의 직원에 8번이나 선정되었지만 대졸자가 아닌 이유(이유는 대기 마련으로 보통 급여가 높은 사람을 해고한다)로 해고가 되면서 불혹의 나이에 길바닥으로 내몰린다.

 

이혼 위자료와 집 대출금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곤란을 연상케한다. 빚권하는 사회에서 집 대출금이나 차량 대출금은 이제 아주 흔하게 보는 현상이다. 없다고 하면 이상할정도인듯 하다. 불공정한 일이 교육을 받지 못한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래리 크라운은 경제학과 수업을 듣게 되고 사랑하는 젊은 친구 탈리아와 까칠한 교수 메르세데스를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로맨틱 크라운은 흔한 로맨틱 영화가 아니다. 인생이 길어지면서 이제 50대 이후의 삶도 새로운 삶이 되고 있다. 이 영화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두 번째 인생을 어떻게 출발해야 되는지 톰 행크스 스타일로 풀어 내고 있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지금 시대의 삶을 어떻게 투영해서 풀어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이런 영화는 톰행크스가 아니면 지금시점에서 나오기 힘들 것 같다. 기획, 감독, 주연까지 모두 톰행크스가 맡고 있지만 너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캐릭터 덕분에 영화의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경기침체는 예견된 결과

 

버냉키효과에 힘입어 미국의 소비가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희소식(?)에 주가가 상당부분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돈은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중산층에게서 부를 부유층에게 이전하는 효과를 만들게 된다. 중산층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부는 휘발성처럼 날라가버리고 그 부는 부유층에게 가서 누적되는 가속도는 점점 빨라지게 된다.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채 찍어내는 돈은 결국 마약처럼 지금경제를 유지시켜주기는 하지만 결국 어디선가에서는 중독성에 대한 대가를 치룰수 밖에 없다.

 

영화에서 래리 크라운이 닥친 해고와 파산이라는 심각한 위기는 최저가 시대를 살아오면서 번영을 구가하던 이시점의 경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저렴하게 생산해서 전세계로 물건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선의 기름 역시 저렴하게 생산되는 오일을 기반으로 하고 저렴한 노동력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었던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한 경제이다. 이제 기름은 배럴당 100달러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아마 십수년 이내에 배럴당 200달러 시대를 열것이다. 그러면 결국 생산단가가 높은 오일샌드에서 오일을 뽑아내는것이 가속화되고 이는 결국 생산단가와 유통단가의 상승을 불러오게 될것이다. 해답은 하나뿐이 없다. 자동화와 인건비절감, 비정규직의 확산이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일 수 밖에 없다.

 

 

그냥 아름다운 스토리

 

톰행크스는 항상 역전의 스토리를 꿈꾸어왔던것 같다. 대부분의 스토리에서 오합지졸이고 덜떨어지는 캐릭터를 훌륭한 캐릭터로 변신시키는것에 익숙하다. 영화의 배경은 어두웠지만 정말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를 극복해내는 그것도 로맨스까지 성공시키는 톰행크스식 영화는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게 느껴진다.

 

리얼한 현실을 반영하고 친근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것은 관객들에게 나름의 몰입감을 주고 있다. 무기력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다가 자신을 찾아가는 줄리아 로버츠의 캐릭터나 무지 긍정적인 래리 크라운도 따뜻한 느낌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이 영화의 배경은 바로 캘리포니아이다. 세계의 경제순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캘리포니아주는 과거 세계 2위 기름을 생산하는 지역이였으며 헐리우드로 컨텐츠를 수출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최대의 물류시설이 있는곳으로 이곳의 오염된 지역에서의 아시아계, 흑인들의 수명은 보통 10년이나 짦다고 하는곳이다.

 

 

인생은 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인생은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자식을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것도 아니다. 특정목적만을 위해서 존재할때 그 목적이 사라지면 자신을 지탱하는 모든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 약탈적인 금융으로 인해 돈도 빼앗길 수 있고 지속적인 소득의 창출이 불가능해서 집을 빼앗길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다소 동화같은 로맨틱 크라운의 기적은 일어날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곳에 있는 지인중에 하나는 모든 가치는 돈이라고 말한다. 풍부한 지식따위도 필요없고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예도 돈이 창출되지 않으면 모든것이 의미가 없다는 그 친구를 보면서 이 사회에 어두운 단면을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가치는 하나에 귀결되지 않으련만 언론과 기업이 모든것의 가치는 하나뿐이라고 하는 거짓을 그대로 따라가는것 같아 아쉽다. 

 

너무 의미를 두지 않고 편안하게 보기에 좋은 영화이다. 역시 톰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보여주는 노련한 연기력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에 충분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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