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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관객의 가슴을 뚫어버린 영화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8.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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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조선의 아픈기억을 가로지른 영화중 하나이다. 많이 알고 있던 임진왜란과 달리 병자호란은 임진왜란에 비해 조금 홀대(?)받는 느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청나라가 밀고 내려와 남한산성에서 치욕적인 항복선언을 했던 인조와 벼슬아치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민초들의 가슴아픈 역사이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에 성공하여 임금자리에 오른 인조는 왕의 그릇은 아니었다. 물론 왕이 된다음 광해군이 보였던 왕권 강화의 노력들은 집착에 가까웠던것도 사실이다. 균형외교가 무엇인지 보여주는데에는 인조보다 한수가 아닌 두세수 앞서 있었다. 본시 강대국이라고 칭하는 국가들의 탐욕은 끝이 있었던적이 없다. 지금의 미국이 무한대로 지폐를 발행해서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살고 그 풍부한 유동성의 대가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같이 책임져야 한다.

 

과거 명나라에서 은에 대한 열풍은 정말 엄청난 수준이였다. 물론 유럽과의 무역을 통해 막대한 양의 은이 명나라로 흘러들어가고 최대교역국 중국과 교역하던 스페인의 식민지 볼리비아의 포토시에서는 엄청난 착취가 발생했다. 특히 조선은 왜란 당시 명의 은혜를 입었다고 해서 은을 착취하는것은 일반적인 행태였다. 이때 만주에서는 새로운 소용돌이가 있었는데 바로 누루하치가 일으킨 청나라이다. 모든 국가에는 흥망성쇄가 있지만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의 재정이다. 대외 원정이나 복구사업, 황실의 사치, 연례적인 국방비등은 명나라의 재정을 모두 갉아 먹고 결국 스스로 무너져가는 명나라를 무너트리는것은 일도 아니였다.

 

 

권력은 지우려 한 사람들

 

역적이라는 것은 나라를 뒤엎을 생각을 가진 사람을 칭하는 말이였다. 물론 성공하게 되면 권력을 쥘수 있지만 실패하면 3대가 멸족을 한다. 그렇지만 조선의 역사에서 상당수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일 뿐이다. 영화의 주인공 남이 역시 광해군측에 서있었으며 시대를 통찰할 수 있었던 충신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추측이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백성과 국가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안위을 먼저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권력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어떤 죄를 덮어씌우든지간에 제거하려고 한다. 정의와 불의따위는 없다. 승자와 패자만 있을뿐이다. 국가권력으로 볼때 당시 명나라의 입장에서 조선은 순이였고 금을 세운 누르하치는 역이였다. 즉 착한 오랑케가 조선이고 나쁜 오랑케가 누르하치라는 말이다.

 

은의 수탈을 가능하게 했던 명나라의 태도는 결국 과거 이이의 십만 양병설을 가능하지 않케 했던 과거 조선의 재정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율곡의 십만 양병설을 당시 조선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촉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임진왜란을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 명나라에 재조보은이라는 구실로 엄청난양의 은을 착취당했다. 결국 십만 이상을 양병할 수 있는 재정을 축낸 결과이다. 비용에 대한 대책없이 십만 양병설을 주장한 이율곡이나 이를 막무가내로 반대한 신료들이나 오십보 백보가 아닐까?  

 

 

활이 조총보다 최종병기?

 

불과 수십년전에 임진왜란에 조총이 조선땅을 유린했다. 그렇다면 활은 조총비해 장점이 있었을까? 물론 이 당시에는 있었다. 다수의 병사들이 필요한 전면전에서 활이 조총을 앞서기에는 힘들겠지만 게릴라전에서는 활이 조총보다 훨씬 강력했다. 작고 가벼워 추격전을 벌이기에 적합한 것은 물론, 적이 모르는 사이 가장 치명적인 공격뿐만 아니라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곡사’와 시속 300km/h의 ‘애깃살’로 청나라의 정예군을 휘젓고 다닌다.

 

역시 청나라 정예군의 장점은 빠른 기동력을 비롯하여 장수 쥬신타는 크기부터 압도적인 강궁으로 맞선다. 화살촉 무게만 여섯 량 정도에 달하는 ‘육량시’는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병자호란으로 청의 포로가 된 누이를 구하기 위해 홀로 전쟁 속으로 뛰어든 신궁의 이야기는 과거 라스트 모히칸의 긴박감을 충분히 보여준듯 하다. 빠르고 긴박한 전개 그리고 조선땅을 유린했던 청나라에 대한 게릴라 남이의 활약은 영웅의 모습과 유사하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영화속에서 보면 조선의 백성을 마치 전리품처럼 끌고 가는데 이것은 당시 청나라의 상황으로 볼때 당연한 행동이다. 청나라의 땅이 넓어지고 결국 농경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청나라는 명나라 백성을 비롯하여 조선의 백성또한 필요했다. 할일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한 청나라는 나만갑의 ‘병자록’과 정약용의 ‘비어고’ 등의 기록에 따르면 그 수는 최소 50만을 끌고 갔다고 한다.

 

수백년전에 판단착오로 결국 외세에 땅을 짓밟힌 역사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전쟁에서 구해준 미국, 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것 같은 미국은 결국 대부분의 권력자들에게 미국의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명의 은혜를 가슴깊이 새기고 있었던 사대부들은 인조반정 13년만에 병자호란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책임은 백성에게 지웠다. 그들의 과오를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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