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블라인드' 헐리우드에 근접할 스릴러물의 탄생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8.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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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의 예고편을 보면서 김하늘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긴 하지만 뻔한 한국 스타일의 스릴러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음없이 자신을 잘관리하는 배우 김하늘을 믿고 이 영화를 선택한 결과..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역시 김하늘이 대본을 고르는것은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듯 하다. 영화는 많은것을 시사하고 있다. 장애인의 문제와 장애견 그리고 선입견, 낙태등까지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가 주는 무게가 적지는 않은편이다.

 

장애란 무엇인가? 지금 시대를 사는 수많은 사람들중에 XYY나, XXY등의 염색체를 지닌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는 모두 연쇄살인범등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관리까지 했던 해프닝이 있었던 그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인데 이들을 정신적인 장애로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각장애를 비롯하여 청각장애, 신체장애까지 선천적 장애보다 후천적 장애가 더 많은 현실속에서 우리는 장애인들을 보는 시선에 너무 색안경을 끼고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영화는 마치 데어데블의 시각장애 효과와 디아이의 맹인연기를 적절하게 믹싱한 느낌이다. 물론 연쇄살인범 캐릭터도 많이 보아왔던 헐리우드의 캐릭터와 유사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창조도 모방에서 시작을 한다. 이 세가지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한국적으로 소화할것인지는 배우와 감독의 몫으로 남아 있는데 블라인드는 이를 잘 조율해서 영화화했다.

 

장애는 편견이다.

 

지적장애인은 무지하고 시각장애인은 아는것이 적으며 신체적인 장애인은 생산능력에 한계가 있다라는 등의 수많은 편견등이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의 생각에 담겨 있다. 우리는 로또를 맞지 못하는것을 불운이라고 생각하지만 후천적인 장애인이 되지 않는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사고와 사건들은 로또보다도 훨씬 높은 확률로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수아역시 전도유망한 경찰대생으로 생각지 못한 사고에 휘말려 시각장애인이 되고 만다. 장애는 장애를 가졌을때야 비로소 그 곤란함을 알게 된다. 수아는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한 신호등의 타이밍, 턱, 볼라드등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살게 된다.

 

한국 스릴러영화가 가진 최대 단점은 보고 나면 기분이 더럽다는것이다. 기승전결이 명확하며 짜임새도 있고 결말도 깔끔한 헐리우드식 스릴러에 비해 너무 감정적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블라인드를 보고 나서 상당부분 헐리우드 스타일에 근접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시각장애인 ‘수아’가 사건의 목격자가 된 것에서 오는 긴박감뿐만 아니라 안내견 ‘슬기’의 역할 그리고 그녀가 가진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과정 또한 면밀이 담겨져 있다.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목격자

 

블라인드가 가진 복선은 금방 눈치챌수 있을정도로 가볍긴 하지만 재미없지는 않다.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편견으로 목격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배달꾼 기섭과 누구보다도 프로파일링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판단능력도 있지만 시각에 대한 편견으로 목격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수아..누구 말이 더 믿을만 할까?

 

영화는 이 둘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서로 교차시키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둘을 중심으로 씬 스틸러로 자리매김한 조희봉,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 연쇄 살인마 명진 그리고 말은 못해도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안내견 달이를 오버하지 않는 시선으로 잘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는 상당부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사람의 위치에 따라 충분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 사람을 이렇기에 저럴꺼야..아니면 이럴꺼야 라고 자기 잣대로 판단하고 마침내 결론까지 내려버린다. 서로 다른 세상을 보듯이 자신들만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40대 중반에 키는 한 175~6cm? 다부진 체형에 소독약 냄새가 났고, 모범택시였다고 주장하는 수아의 맹점은 바로 모범택시에 있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는 기섭은 불분명한 정보에 맹점이 있다.  

 

 

악역도 제대로 표현한듯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과 다른 싸이코 연기를 한 양영조는 연극계에서 오랜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이다. 낮에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밤에는 거리로 나가 여성을 유린하는 이중적 면모를 가진 잔혹한 ‘명진’을 연기하는데 최민식만큼의 싸이코는 아니더라도 현대의 한국사회가 만들어놓은 괴물에 조금더 근접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한듯 하다.

 

영화는 데어데블에서 나왔던 시각장애인으 느끼는 다른 방식을 스크린에 충실하게 옮겨 놓은듯 한데 횡단보도에서 신호음을 따라 건너는 장면 및 지하철에서 ‘수아’가 범인에게 쫓기는 장면,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만 선명하게 표현되는 방식,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에서 나는 향기,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손목에서 흔들리는 시곗줄 소리등이 시각장애인에게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지 오랜 고심을 한 흔적이 있다.

 

모든 행동에는 의미가 있다.

 

성도착자 연쇄 살인범은 산부인과에서 주로 낙태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낙태를 통해 생명을 빼앗는것이나 다른 여성의 생명을 빼앗는것이나 똑같은 살인행위라는것을 보여주고 싶었던것일까? 휴먼이 들어간 스릴러를 만들기 위해서 맹인 안내견을 등장시키고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형사 조희봉이 영화속에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긴장감이 떨어질만도 하지만 범인의 윤곽을 빨리 노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긴장감은 끝까지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반항아 같지만 마음속에 정의감이 있었던 유승호의 연기는 오버되지 않았고 역시 주연인 김하늘의 연기는 진짜 맹인인것처럼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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