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민이의 식객에서 영화평을 수없이 많이 써왔지만 천녀유혼이라는 영화만큼은 모든 영화중에서 가장 최고의 영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세계를 창조하는것으로 보면 아바타보다 황홀했고 미인의 반열로 보면 지금까지 천녀유혼 속의 왕조현을 넘어선 배우는 없었다. 음악으로 보자면 그 주옥같다던 맘마미아의 수많은 히트곡보다 천녀유혼에서 나온 음악들이 더 심부를 꽤뚫는듯한 느낌이 든다.
천녀유혼 첫번째 스토리는 1987년에 개봉을 했었다. 물론 이때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나 부모님이 영화를 안좋아하시는지라 영화관 가는날은 오직 학교에서 단체로 보여주는 미션같은 무지 재미없는 영화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비디오라는 탁월한 발명품이 우리집에 있다는것에 매우 감사해했다. 이 당시에는 개봉하고 한참을 지나서야 대여시장에 등장했는데 당시로도 꽤 비싼가격의 대여료때문에 천녀유혼을 너무나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4~5번을 빌려보다가 결국 용돈을 모아서 비디오 테이프를 사는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돈을 모으기까지 너무 보고 싶어서 테이프에 녹음을 한뒤에 얼마나 반복해서 들었는가 모른다. 결국에는 수중에 천녀유혼 테이프를 넣었지만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요재지이에 나온 스토리
아마 천녀유혼을 본 사람들은 많아도 하드커버로 나온 요재지이 3권 시리즈를 본 사람은 드물것이다. 한국의 전설의 고향처럼 요재지이는 중국사람들에게 오래된 그리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전설속의 이야기를 가득담고 있다. 바로 요재지이속에 천녀유혼이 담겨있다. 모르시는 분들은 이 기회에 읽어보시길 권한다.
천녀유혼의 스토리는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남루한 행상으로 수금을 하러 다니던 녕채신(Ning Tsei-Shen : 장국영 분)은 장부가 젖어 지워지는 바람에 착수금은 커녕은 하룻밤 숙박도 못하면서 스토리를 이어간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어느 장의사가 가르쳐준 난약사(蘭若寺)라는 오래된 절 난약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이곳 난약사에 사는 귀신은 미모의 귀신이 남자들을 유혹한 뒤 기를 빨아먹는 나무의 대모가 살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천녀유혼에서 볼거리는 동양적인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는데 있다. 서양사람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 사후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그려내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다가 귀신까지 아름답고 서생인 녕채신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 즉 거지왕자 스토리같은 느낌? 여기에 무술을 잘하는 연적하를 등장시킴으로써 막강한 요괴로부터 인간을 지켜줄 수 있다는 마지막 보루를 남겨 놓는다.
위의 장면처럼 1987년 천녀유혼에서는 코믹스런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주성치가 좋아하는 상황설정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신 천녀유혼의 스토리는 이와는 틀리게 각색이 되었는데 한 남자가 훌륭한 퇴마사가 되기 위해 수행을 결심하고 흑산으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의 이름은 연적하. 하지만 흑산의 난약사라고 불리는 사찰엔 오래된 요괴들이 살고 있었다. 연적하는 흑산의 요괴들이 인간을 살해하고 원기를 빼앗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여기서 부터가 틀린데 1987년작 천녀유혼에서 연적하는 수행보다는 복잡한 인간사가 싫어서 세상을 등진 인물이고 섭소천과 엮인적이 없었지만 100년 묵은 나무요괴의 영향으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섭소천과 연적하는 사랑을 하게 된다. 나중에 녕채신과 어떻게 풀지가 상당히 궁금하다.
왕조현 VS 유역비
2011년 5월에 개봉하는 신 천녀유혼에는 섭소천 역에 유역비가 등장한다. 유역비가 매력있는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어떻게 왕조현의 포스를 따라갈수가 있을까? 그냥 흉내만 내다가 끝날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온다. 물론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을 찾긴 하겠지만 푸른빛을 도는 얼굴과 그 부드러운 애교와 동양적인 이목구비의 환상적인 궁합은 왕조현이라는 배우가 전무후무하다.
솔직히 어디서 감히..라는 말이 나올정도이다. 동양배우중 한국을 포함해서 누가 하더라도 왕조현의 포스를 따라갈 여자는 없다.
<엽문>시리즈로 중국영화의 부활을 알려온 엽위신감독이 새롭게 내용을 각색해 도전하는 중심에는 유역비가 있다. 170cm의 커다란 키와 뛰어난 미모로 중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유역비는 제2의 왕조현이라고 칭하지만 1987년 천녀유혼이 등장했을때 태어났을뿐 왕조현이 1987년 당시에 20살 유역비는 현재 24살로 연기로 보았을때 왕조현의 성숙미가 훨씬 높아 보인다.
사랑스럽다는 여자의 표본
천녀유혼속의 섭소천은 녕채신에 비하면 매우 강자이다. 자유롭게 비행을 하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하늘거리는 옷만 있으면 못할것이 없다. 그러나 녕채신에게 보일듯 말듯한 힘만 보여주고 나머진 가녀린 여자의 그것이다. 가녀리다는것이 어떤건지 알고 싶다면 왕조현의 이중연기(?)를 봐둘필요가 있다.
아마 동양에서 여자의 슈퍼 히어로의 표본이라면 아마 천녀유혼의 엽소천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 낮에만 힘을 못쓸뿐이지 밤에는 슈퍼 히어로나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에게는 한없이 여린 모습을 보여주는것을 보면서 남성이 바라던 그런 여성상이라는 꿈을 가져다 둔 캐릭터이다.
신 천녀유혼의 유역비는 이쁘긴 한데 조금은 표독스러운 느낌이다. 조금 이지적인 미인의 느낌이라서 그런지 과거 왕조현의 부드러우면서 사람을 포근히 감싸줄것 같은 느낌이 조금 부족하다.
천녀유혼은 애정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길을 걸어갔다. 변호사 이야기를 해도 사랑이 나오고 의사이야기를 해도 사랑이 나오고 재벌이야기를 해도 사랑이 빵이야기를 해도 사랑이 메인이 되는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는 이제 다른 노선을 걸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순백의 아름다운 이미지로 단숨에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유역비의 모습은 5월 12일 스크린에서 만나봐야 될듯 하다. 서울이라면 CGV 무비패널로 초대될 가능성도 있을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한국의 변방 대전에 위치한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하늘거리는 옷들
천녀유혼의 의상들은 화려하다. 그리고 원색위주로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봐도 촌스럽지 않다. 게다가 살짝 손을 턱에다가 올리는 동작들은 오글거린다기 보다는 정말 포즈가 잘 어울린다. 당시 20살의 왕조현의 연기는 20살 답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눈빛연기부터 시작해서 강한 캐릭터까지 잘 소화할수 있는 그 이면에는 하늘거리는 보라색, 흰색, 분홍색등의 고운 자태의 옷이 한몫을 단단히 해낸것도 있다.
하늘거리늣 옷에서 백미는 세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첫 번째는 뾰로롱이라는 매우 간단하고 조잡해 보이는 사운드와 함께 하늘하늘 날라가는 장면과 두 번째는 이 하늘거리는 옷이 무한대로 늘어나면서 무기 아닌 무기가 되는것이다. 마지막으로 녕채신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서 위기에 빠질때 살짝 옷을 찢어주는 센스의 주인공이 될때이다.
특수효과등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상당한 수준의 CG나 액션동작을 보여주리라 기대는 하게된다. 그렇지만 천녀유혼은 화려한 CG가 필요했던 작품이 아니기에 새롭게 각색을 한다는것이 그런쪽에 치중이 된다면 오히려 과거 향수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관객들에게 반감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아~아~아~아아..
지금도 머리속에 흥얼거림이 왔다갔다 한다. 왕조현이 등장할때나 퇴장할때 나오는 음악과 살짝 들려오는 허밍음은 천녀유혼의 백미이다. 사라질때마다 가슴이 찌릿해지는 그당시의 느낌은 마치 녕채신으로 빙의한듯한 느낌마저 든다.
요재지이의 다양한 스토리의 대부분은 일장춘몽을 다루고 있다. 인생이 길다고 하지만 긴 지구의 역사와 신선들의 기준으로 볼때 잠시 꿈을 꾸었다가 깨는 그런 시간일것이다. 그 스토리를 바탕으로 천녀유혼의 내용도 꼭 일장춘몽을 꾼듯한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천녀유혼이 잘만든 수작임에는 분명하다. 지금봐도 어떤 영화보다 정감이 가고 완성도도 높다.
이때 질풍노도의 시기이면서 전학을 와서 안착하기 힘들었던 나에게 천녀유혼이 보여주었던 세상은 내가 살아보고 싶은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안에 아무도 없고 모든일을 알아서 해야 되었던 시기 이때의 난약사는 세상일을 잊어버릴수 있는 유일한 시공간을 초월한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단순히 영화를 뛰어넘어 내 마음속의 안식처이며 영화가 가져야할 표본중에 표본이다.
1984년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엄청난 인기를 가져왔던 터미네이터의 추억보다 1987년의 천녀유혼이 가져다준 정신적인 안정에 대한 충격은 마치 동양과 서양문화의 대격돌같은 느낌이 들었다. 터미네이터는 서양문명의 절정을 보여주고 천녀유혼은 동양적인 색채의 절정을 그리고 있는데 지금은 서로를 닮아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것은 사후세계에 대한 다른 관점이다.
얼마후 신천녀유혼이 개봉하겠지만 다시금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기폭제 그 이상 그이하의 의미도 아닐것이다. 영상미가 훨씬 세련되어질테고 조각같은 외모로만 본다면 유역비가 왕조현보다 더 이뻐보일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영감이 준 영화는 천녀유혼일수도 있고 수많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영화중 하나일수도 있다. 적어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때 이 세상 일장춘몽같이 살다가 떠나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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