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황해' 여자의 배신이 한남자의 생을 송두리째 뒤엎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2.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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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라는 영화는 추격자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하정우와 김윤석이 등장하면서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영화이다. 추격자에서 추격을 당하는 캐릭터 하정우가 역시 이번에도 추격을 당하는데 추격자와 묘하게 닮아있으면서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추격자의 경우 연쇄살인범을 쫓는 한 남자의 삶을 조명했다면 황해는 복잡한 치정살인과 보복살인 그리고 청부살인이 있다. 치정, 보복, 청부 모두가 막다른길로 가는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태원의 여자 주영과 엮여져 있는 김승현 교수 그리고 교수부인의 모호한 행적은 이들이 어떤 관계이고 어떻게 서로에게 애증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잔인함으로 가려져 있지만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황해에서 이들의 손에 놀아나는 액션의 주인공은 바로 김윤식이 맡은 면가이고 면가에게 고용된 이는 하정우가 맡은 구남이다.

 

조선족에 대한 편견?

 

지금 한국은 저출산시대가 급속하게 다가오고 있다. 고성장만을 외치던 60~90년대를 거치면서 다른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한만큼 역효과중에 하나로 저출산이라는 문제가 부각된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고성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저출산이라는 문제는 사회에서 생산과 소비를 담당할 주체가 줄어든다는 문제와 직결이 된다. 정부와 기업들은 여기에 한국사람들이 동반가능한 성장을 꾀하는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다국인 수용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업적인 타당성도 없는 부산의 가덕도나 밀양에 만들어질지 모르는 국제공항 건설에 10조가 넘는 예산을 들일망정 저출산과 육아문제에는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황해에서 청부살인을 맡은 구남과 면가는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한국사람이 아닐뿐더러 한국에 어떠한 애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한국에 애정이 있는것처럼 연극을 할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2세들은 한국사람이 아니다 전형적인 미국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CF등에서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들을 미디어에 노출시킨다.

조선족의 상당수는 연변에 거주하는데 연변경제 자체가 중국의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버는 수입도 한계성을 띄고 있다. 연변에서 택시를 운전하며 구질구질한 일상을 살아가는 구남과  한국으로 돈 벌러 간 구남의 아내는 조선족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특히 ‘면가’의 있는 그대로의 ‘악’의 모습은 돈이라는 절대가치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그리고 있다.

 

보통 삶의 여유가 있을때 도박에 빠질것이라고 생각을 하나 불황일수록 그리고 수입이 더적어질수록 도박은 더 성행한다. 삶이 피폐해질수록 한탕주의가 극성을 부리는것은 인간의 불안심리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위한 몸부림

 

비록 청부살인을 맡아서 한국에 왔지만 그 목표를 자기손으로 제거하지도 못한채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구남은 매우 소박한(?) 꿈만을 가지고 있다. 6개월전에 돈을 벌겠다고 한국에 간 아내를 찾아서 중국으로 가는일이다. 말그대로 살아남기위해서 무슨일이라도 할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처절한 눈빛을 통해 한 남자의 지독한 드라마를 그려내며 관객들의 연민을 자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가해자인 면가는 말그대로 악 그자체이다.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면서 극을 달리는 캐릭터로 인생의 의미는 오로지 돈이다. 영화를 지켜본 많은 관객들은 아마 면가의 이미지에서 치열한 조선족의 삶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잔인한편이다. 아저씨의 잔인함이 그나마 세련됬다고 하면 황해는 처절한 잔인함이다. 개인의 복수심에서 비롯된 잔인한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다른 무의미한 색채를 담고 있다.

 

바람핀 애인과 바람난 부인

 

모든 비극은 바람을 피는 애인을 두고보지 못하는 조직폭력배의 두목과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청부살인의 대상이된 김승현 교수사이에 묘한 복선에 있다. 한 사람을 두고 청부살인이 두번이 중복된 셈이다. 한명의 여자는 그 남자가 죽기를 바랬고 한명의 여자는 그남자를 사랑했다. 사랑이 사람을 죽이고 배신이 사람을 죽이게 된다.

 

여자는 연약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강한 존재이다. 아무것도 할수 없을것 같지만 할수 있는것도 많다. 남자는 강한것 같지만 자신의 권위때문에 모든것을 잃는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다. 황해는 남성적인 영화이다. 영화의 전반을 장악하는 잔인함과 남성미 물씬 넘치는 캐릭터의 모습속에 우리가 동경하는 성공과 부에 대한 시각을 다르게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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