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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의 연쇄 살인마 구제역의 귀환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1. 1.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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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한국을 휩쓸기 시작한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등에 물집(수포)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되고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는 질병이다.

 

현재 기준으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대상 두수가 전날에 비해 11만4540두 증가해 210만4448두라고 한다. 상당한 숫자이다. 구제역이라는 전염병을 보고 있노라나 과거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라고 불리던 흑사병이 생각이 난다. 

 

몇일전 경남을 여행간적이 있는데 그곳에 숙박업을 하시는 분도 구제역때문에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2011년 설 전후가 분수령이 될듯 하다. 흑사병의 경우 어디선가 발생해서 급속도로 전파 중세 유럽인의 절반을 휩쓸었던 가장 유명한 역병이다. 구제역 또한 어디선가 발생해서 급속도로 전파 한국의 소와 돼지의 상당비율을 살처분하게끔 하고 있다.

 

흑사병과 구제역

 

흑사병과 구제역의 다른점은 하나는 인간에게 치명적이고 하나는 가축에게 치명적인 질병이다. 흑사병과 구제역또한 잠복기간이 짧다는 특징이 있는데 두개의 전염병의 가장 큰 특징은 수포처럼 생긴 종기가 발생하는 흑사병과 물집처럼 생기는 구제역이 이상하게 닮아 있다는것이다. (물론 병리학적으로 본다면 차이가 있겠지만)

 

이 치명적인 전염병등은 절뚝거린다던가 제대로 서거나 걷지 못하게 만드는데 흑사병은 훨씬 치명적이어서 대부분 4일째 되는날 피를 토하면서 죽게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구제역은 마녀사냥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국가를 다녀온 농장주나 일부 지역의 사람을 구제역을 전파한 일등공신(?)처럼 생각하며 모든 이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최초는 작년 11월 말에 발생해서 2개월 가까이 경과되도록 전국 국도와 고속도로에 방역시설을 설치하게끔 하고 농가와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는중이다. 현재도 진행중인데 한 마리가 시작이라도 죽으면 같은 축사에 있는 가축들도 차례차례로 죽어나간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때 매장지는 만원이었고 보다 못한 교황 클레멘스 6새는 강에 시체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많은 병자들이나 산송장이 다 된 환자들이 숨이 끊이지 않는채로 땅에 묻히기까지 했다. 지금 구제역때문에 땅의 오염과 식수의 오염을 걱정하는 세태와 비슷하다.

 

눈물을 흘리며 자식처럼 키운 소와 돼지를 매몰하고 살처분 하는 농가주인들의 눈물처럼 과거 흑사병이 돌던 유럽의 도시에 남은 것은 적막뿐이었고 소와 돼지가 있었던 농가의 축사에도 똑같은 적막만이 남아 있다.

 

흑사병과 구제역을 바라보면 한가지는 분명한데 병이 돌기 시작하면 죽어가는 자식을 나 몰라라 하는, 천륜까지 저버린 부모의 이야기가 수두룩했던 흑사병과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가축을 살처분해야 하는 농가주인과의 차이는 적어도 인간에게 옮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가축을 살처분해야 하는 절망 앞에 직접 선다면, 어떤 농가주인도 이런 선택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과거 유럽보다 방역기술이 훨씬 앞서 있는 현대의 한국에서도 구제역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유럽은 기나긴 전쟁의 소용돌이와 방역이 되지 않는 교역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역병은 개체수의 조절수단인가?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던 흑사병은 폭팔적으로 증가했던 유럽 인구의 인구 조절 수단으로 되는듯 사람들을 쓸어가 버렸다. 육류의 종말을 빨리 앞당기고 싶어하는듯 구제역은 200만두 넘게 살처분 되면서 개체수 조절에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에 소는 그다지 흔한 가축은 아니었다.

 

집안에서 소 한마리는 상당한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마을에서도 소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집도 많지는 않은편이었지만 점차로 개량되고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되면서 대형화되고 있다.

 

보통 인간까지 포함하여 먹이사슬의 피라미드는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절되고 있지만 먹이사슬의 영향력을 벗어난 인간의 개체수는 끊임없이 증가해왔다. 그리고 인간에게 필요한 가축일경우 외부위협없이 필요에 의해서 폭팔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구제역은 에이즈, 에볼라, 독감 등과 같은 바이러스 질환과는 틀린것이 다행이다. 이 같은 질환은 동물에게서 나와 인간에게 전염되고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래의 숙주가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체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적응하는 신종 바이러스질환이다.

 

구제역이 이토록 한국 전역을 돌면서 맹위를 떨치는것은 병에 취약한 가축들이 충분한 밀도로 사육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염병이 유지된다는것은 그만큼 많은 가축들이 근거리에 그리고 살아남을만큼의 밀도로 유지되어야 가능하다.

 

구제역은 언젠가는 사그라들겠지만 이번의 사례에서도 알수 있듯이 초기대응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은 알 수가 있다. 초기 감염 가축을 통해 병원체가 퍼져나가는것은 관계당국의 보건조치에 의해 가능하다. 일단 감염되면 다른 방도가 없다면 집회나 모임의 금지, 감염가능자의 격리, 오염지역 출입금지 및 국소지역의 격리하고 이들의 동선을 주도면밀하게 확인한다음 접촉한 사람들이나 가축들을 추적해야 한다.

 

치명적인 질환에 취약한것은 인간뿐이 아니다. 2001년에는 영국에서 사육되는 양과 소에 구제역이 돌은 사례가 있지만 한국은 10년전의 사례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한국은 구제역 청정국가이니까 괜찮을꺼야라는 바보같은 생각은 자살 행위이다. 인간을 비롯하여 가축까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화되고 과학기술의 발전, 환경변화, 세계여행이 증가할수록 안전에 대한 대가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별한 예방약이 아닌 끊임없는 특별한 경계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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