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월트 디즈니가 있다면 일본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할정도로 2D애니메이션 영화의 양대산맥이다. 물론 픽사가 있긴 하지만 3D영화를 표방하고 있고 따뜻함보다는 흥미를 위주로 만드는 회사라서 우선 제외하기로 한다. 개봉 전부터 <벼랑 위의 포뇨>의 3배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한 데에 이어 7월 17일~19일까지 일본 연휴였던 개봉 첫 주 주말 동안 1,349,798,700엔의 수익을 기록한 마루 밑 마리에티는 지브리 애니메이션만의 감성과 섬세한 비주얼에 대한 평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치 3D나 4D가 아니면 명함조차 못내밀것 같은 요즘 시대에 2D로 완성된 지브리만의 따뜻한 화폭과 판타지, 모험이 가득한 스토리는 지브리 매니아들은 물론, 남녀노소 모든 관객들의 오감을 충족시킬만 하다. 게다가 마리에티는 그 흔한 마법이나 파워를 가진것도 아니고 그냥 키만 작을뿐이다.
꿈을 찾아 과거로 과거로
당신은 꿈이 있는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먹고살기에 바쁜데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릴때 이루고 싶었던 그리고 보고 싶었던 세상, 만나고 싶은 인물등은 이제 오래된 양피지처럼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오래된 흔적으로만 느껴진다.
아주 작은 소인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했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영화는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을 등장시킨다.
한국은 이제 한옥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마루 밑의 세계라는것이 상당히 낮설게만 느껴지지만 일본의 경우 아직까지도 오래된 가옥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집들이 많기 때문에 마루라는것이 매우 익숙한 편이다. '마루 밑 아리에티' 는 영국의 동화작가 메리 노튼의 판타지 소설 '마루 밑 바로우어즈(원제: The Borrowers)'를 원작으로 마루 밑 세계의 판타지와 소인들의 모험을 펼쳐 보인다. 보면 대부분 세계를 강타하는 동화나 판타지 소설의 강국은 영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문학적인 내공이 상당한 곳이다.
아름답고 고요한 집을 배경으로 한 마루 밑 마리에티는 독특한 컨셉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인간들이 모르는 어떤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데..주인공 마리에티의 컨셉은 아래와 같다.
키: 10cm
인상착의: 빨간 원피스, 갈색 부츠, 빨래 집게 머리핀, 구슬 달린 핀
가족 관계: 아빠, 엄마
천적: 바퀴벌레, 두꺼비, 생쥐, 까마귀 등
특기: 꽃잎으로 방 안에 정원 꾸미기, 아빠, 엄마 몰래 인간 세상으로 나가기
인간세상의 두려움
말그대로 소인족은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간다. 특히 인간의 소유욕과 물욕을 알고 있기에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것도 알고 있다.
실제 마리에티가 경험하는 오래된 저택의 첫 인상은 말그대로 별천지나 다름이 없다. 인간에게는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작은 소인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거실이나 부엌은 거인들의 나라나 다름이 없다.
조그마한 소리라도 소인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소리고 인간이 걷는 신발소음은 묵직한 저음이 묻어난다. 마루 및 마리에티의 소인들의 삶을 보면 조그마한것에 만족할줄 알고 세계와 어울려 사는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빌리기 위해 위험한 외출을 나선 용기 있는 아버지, 지혜롭게 가정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어머니, 그리고 호기심 많고 감수성 풍부한 소녀 아리에티.
마루 밑 세계에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 남아있다.
인간에게는 평범하게 여겨진 공간과 삶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오는것은 좀더 어린 동심의 눈으로 쳐다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모든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아기들과 유아들에게는 성인이 사는 세상은 모든것이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가족의 정
영화는 각 캐릭터가 뚜렷한 두가족을 등장시킨다. 소인 마리에티의 화목하면서도 이해심 많은 가족과 부모의 이혼과 약한 몸때문에 외로워하는 쇼우의 가족이 바로 그것이다.
소인족 마리에티는 비록 몸도 작고 미약한 존재지만 가슴속에는 정과 사랑이 충만해 있고 쇼우는 물질적으로 안정적이고 다정다감한 할머니가 있긴 하지만 사랑이나 정 그리고 육체에 대해서는 부족하다.
이 둘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과 정을 채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돈은 있어도 가족간의 정은 부족한 상류사회와 돈은 없지만 서로간의 정으로 끈끈한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삶을 대비시킨것 같은 느낌이다.
돈과 행복의 관계는 정비례하다가 어느정도 수입이 생기면 행복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조사도 있었듯이 끝없는 물욕은 물욕을 낳을뿐 절대 행복이라는 단어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는 끝없이 명예욕과 소유욕을 추구하길 원하고 모 케이블 TV에서는 2,900만원으로 출발해서 300억을 만들었다라는 미끼등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필리핀 북동쪽 이니완 섬에는 아프리카 흑인처럼 검은 피부를 가진 악타족은 무소유의 삶으로 100% 행복을 체감하고 있다는데 사는 그대로가 행복이고, 낙원인 그곳을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영화
지브리의 작품들은 모두 판타지와 모험이 가득한 스토리, 개성만점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점과 더불어 또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는 음악이 나온다는것이다.
마루및 아리에티에서는 세실 코벨의 작품으로 아름다운 목소리, 따뜻한 감성이 빚어낸 ‘아리에티의 노래’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함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잊을 수 없는 명곡’으로 기억이 될만하다.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10cm 마리에티의 매력은 잔잔하지만 새로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인간세상을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을정도로 주변이 새롭게 느껴졌지만 이런 애니메이션에 익숙치 않은 관객이라면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잠시 천천히 가보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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