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느와르를 표방하는 영화는 중국영화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 주윤발이나 유덕화는 그런 영화가 난무(?)했던 시대에 뜬 배우들이다. 근래 들어 무간도가 흥행에 어느정도 성공함으로서 이런 류의 영화가 다시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파랑은 중국에서 개봉한지는 몇년 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개봉되지는 않은듯 하다. 아마 시기적으로 놓친것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국내 영화계가 느와르식 영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다.
살파랑은 중국영화의 특징처럼 묵직하면서 처널한 영화이다. 강하고 교활한 자들과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과의 대결구도 그리고 조직과 경찰과의 처절한 응징과 복수가 그려지는 영화 살파랑은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이다.
- 의리란게 있을까? -
살파랑에서 의리란 경찰 범죄팀장 진국충(임달화)와 마군을 비롯한 화형과 몇몇의 팀의 일원뿐이다. 이들의 의리가 지켜질 수 있었던것은 살펴줄 가족이 없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마고우니 어렸을적에 친구니 하면서 평생을 갈것처럼 술자리에서 혹은 모임자리에서 떠들곤 한다. 그러나 남자나 여자를 떠나 대부분의 친구사이는 결혼하면서 그 연결성이 약해지기 시작해진다. 30대를 거쳐 40대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뿐 절친이어서 서로간에 도움이 되는일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런 관계도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직장생활을 잘 영위해서 금전적으로 서로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때 가능한 관계들이다.
살파랑에서 범죄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의 특징은 잃을게 별로 없다는것이다. 삶에 연연해 하는것도 아니지만 죽음에도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진게 있을수록 약해지는 존재이다. 약해진다는것은 인간의 본성에 충실하게 되고 이기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범죄자는 아름답지 않다.
한국 폭력조직영화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의리..화려함 이런걸로 치장을 한다. 청소년들이 보고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가질만큼 이상한 사고방식을 주입하지만 홍콩영화는 범죄자들 그리고 폭력조직의 삶을 절대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암흑가의 전지 전능한 신으로 군림하는 '왕보(홍금보)'는 법의 울타리를 비웃으며, 홍콩의 모든 범죄의 중심에 서는데 처절한 응징이나 복수 그리고 약자를 짓밟는것은 그의 일상이다.
분노만이 남아있고 개인의 이기심과 배반 그리고 죽고 죽이는 일이 마치 정글의 법칙처럼 존재하는 세상이 바로 암흑가의 본질임을 잘 알려주고 있다.
홍금보가 맡은 왕보는 이런 세계의 현실을 명확히 알려주는 인물로 대부분의 조직 두목이 그렇듯 자기 자식사랑만큼은 애뜻하다. 자신의 가족은 다른 종족이라도 되는것일까? 신의 종족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고위층이 있듯이 범죄조직의 도목도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듯 하다. 이 사회에 병역 비리라던가 위장전입등의 가벼운 범죄(?)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삶과 죽음은 하나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을 그리고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대기업보다는 공무원을 추구하고 살아간다.
삶과 죽음은 시작과 끝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런듯 하다. 삶과 죽음은 저 끝과 끝에 서있는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어떤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100미터 달리기의 결승점에 있는것이 죽음이 아니라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안정성이라는것은 죽음과 찾아오는 인생의 종점이라는것을 간과하고 살아간다.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살아갈 가치가 있고 항상 불안한 상태이기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제대로 살다가 제대로 죽는것이 가장 어려운것이 인생이다. 100살에 죽으면 행복하고 50살에 죽으면 덜 행복한가? 한국사회가 노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자산의 현금화가 어려워질수록 죽지 못해 산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인생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살파랑은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는 아니지만 살려고 바둥치는 사람들이나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삶 이면에 냉혹한 현실을 지적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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