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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서원이 담긴 매향비가 있는 안국사지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8. 3.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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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는 사찰이 있던 곳을 의미하는데 충남 당진에는 안국사가 있던 곳에 안국사지가 자리하고 있다. 절터만 있고 대부분의 사찰 건물은 없어서 그곳에 사찰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려진바는 없지만 그곳에는 민중의 서원이 담긴 안국사지 매향비가 있어서 의미가 큰 곳이기도 하다. 



안국사지이지만 가는 곳의 이정표에는 그냥 안국사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원당지로 가는 길은 산책이나 트레킹하기 좋은 길로 추운 겨울날만 아니라면 천변을 따라 걷고 싶기도 하다. 




안국사지 입구에서 먼저 만나는 것은 바로 저 매향비이다. 안국사지의 배바위에서 매향비문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이 되었다. 매향비는 미륵신앙을 담은 의식으로 고려때 많이 매향비가 세워지기도 했는데 매향의례는 당시 민중의 염원을 형식적이나마 풀어주려는 노력중 하나라고 보여진다. 


안국사의 미륵의 표정은 매우 인자해 보인다. 옆에 불상들은 세월이 흘러 그 본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가운데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미륵과 뒤에 있는 매향비는 비밀스런 서원이 새겨져 있다. 


오래된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지은지 얼마 안되는 건물들만이 이곳이 사찰임을 알리고 있다. 매향비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향을 믿고 미륵 오기를 기원하면서 세운 비문으로 삼일포 매향비문에는 삼척현 맹방촌에 향나무 150주를 심었다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례 였던 것으로 보인다. 


기초석과 기둥이 있어서 이곳이 건물이 있던 터임을 알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매향비는 모두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진의 기시시 줄다리기에서 비녀목을 매년 물에 담가두었다가 쓰는 것으로 보아 침향을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 안국사지에 오면 꼭 매향비를 만지면서 민중들의 서원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본다. 바닷물이나 개펄에 오랜 세월 향나무를 담가서 침향이 되면 강철처럼 단단해져서 두드리면 쇠소리가 난다. 매년 하는 당진의 기지시 줄다리기에서는 해마다 비녀목을 수렁에 담가두었다가 꺼내 쓰는데 수천명이 양쪽에서 담기는 암줄과 숫줄을 이어지는 비녀목은 갈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명품이라고 불릴만한 목재는 바로 침향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딱딱한 침향을 오랜세월 새겨서 조각하게 되면 오랜 세월을 견디며 후손들에게 그 모습을 보인다. 당진땅 안국사지에는 거대한 매향비에는 세종 9년 지역민이 주동이 되어 미륵당래를 기원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조그마하게 돌에 새겨져 있는 불상에서의 인자함과 강물과 바닷물이 합수하는 개고랑에서 미륵을 기다리며 집단적으로 서원하던 당대 민중들의 장엄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안국사지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간다. 




매향은 지방의 말단사회를 이루는 발원자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위기감을 반영한 민간신앙에서 나왔다. 시대마다 위기가 달랐고 민중들 역시 그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해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새 세상에 대한 염원이 담긴 현존 매향비의 태반이 고려 말, 조선 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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